“貘” 동인지 출판기념회

올해맥동인지출판기념회에서는작고하신초정김상옥선생의선비정신과문학을재조명하는송하선시인의특강이인상적이었다.

일제강점기인1938년4집까지발행했던민족의얼과문학정신이깃든詩誌’맥’은이상,임화,장만영,서정주,박남수,김상옥,함윤수등의신진시인들이주로활동하며만들어진우리말동인지였다.우리말과우리글을금지시킨문학사의암흑기와도같았던그당시에4집이나발간했다는것은기적과같은일이었다.’맥’은56년후인1995년김상옥시인이주간,중창간하여피천득,이원섭,박경리,임강빈,허영자,김용직,오세영,박완서,오규원,신현득,송하선등여러문인들이참여하여오늘에이르고있다.

우석대학교명예교수인송화선시인은김상옥선생의평론을쓰신분으로서"시안"현대시사100년시리즈에초정선생을열세번째로실었다.초정선생님은임종시이평론을읽어달라하시었다.

천부적예술가인김상옥선생은학력이거의없는분이지만미당서정주시인이초정선생의작품을두고"귀신이곡한다"는말로극찬을하셨다.시인은천부성이70%,노력이30%라며신의음성을맨먼저알아듣는자로써신과인간사이존재자라하셨다.서예에도개성있고독창적인전서와예서가있으며그시절엔詩書畵三絶은초정선생한분뿐이셨다고소개했다.

정치인들의얼굴은열개인말바꾸기의귀재들이사는이시대야말로선비가필요하다.선비정신이란아니면아닌것이며자기개성과색깔이분명한것을말한다.초정선생이지녔던성품의또다른이면의괴팍하다는말은선비의개결성이자흠격없이살려고하는깨끗함을말하며티하나내려와도그대로흠이라는백자를닮은어른이셨다.

초정선생은부인이작고하시고묘소에서‘나데려가게,’라고말씀하신뒤쓰러지셨고곡기를끊으셨다그상태로오일후운명하셨으며,우리모두의사랑받는서정주시인역시부인이돌아가시고난후에집에들어가지않으신채곡기를끊고돌아가셨다.이처럼독특한자신의흔적을후대에남겨그발자취를따라가게한사람은많지않다.

서정주시인에대한친일시비에대해서도’거목에가지하나’라는말을조심스럽게남기셨으며"그가나라를팔아먹는잘못이없는한작품만으로도그모든잘못은용서받아도마땅하며단한줄의시라도남는다면구원에의복이다."라고하셨다.

자신의작품에도엄격하시어시조의점하나도고치고다듬기를가장많이하신도공의생애를연상시키는분이시었다.가람선생의추천으로문단에등단했으며가람선생이초정선생을가르켜’勝於父’란말씀을남기신것을보면초청선생이가히거목이셨음을짐착케한다.

갈대처럼꺾여도연꽃처럼피어나리라는초정선생의작품속정신적사고가혼탁한사회를사는우리들의가슴을연꽃향처럼서늘하게맑혀주었다.품격있고올곧은시정신과글보다더소중한것이자신의걸어온삶의흔적임을다시한번생각하게된시간이었다.교과서에실린김상옥선생의시"봉숭아"로글을맺는다.

봉숭아

김상옥

비오자장독간에봉숭아반만벌어
해마다피는꽃을나만두고볼것인가,
세세한사연을적어누님께도보내자.

누님이편지보며하마울까웃으실까,
눈앞에삼삼이는고향집을그리시고,
손톱에꽃물들이던그날생각하시리.

양지에마주앉아실로찬찬매어주던
하얀손가락가락이연붉은그손톱은
지금은꿈속에본듯힘줄만이서누나.

아름다운 봄 봄

발신자:雲丁
수신자:봄을사랑하는사람들

잔디밭엔벌써노란샤프란이지고,남보랏빛무스카리도이울고있습니다.밤사이눈을뜬제비꽃이수줍은얼굴로나를맞아주네요.어느덧민들레는홀씨만남아어디로날아갈까방향을타진해보고있습니다.

플라타너스잎싹을자세히보셨나요?이제갓태어난아가의손같아서어떻게나신기한지한참을쳐다보았습니다.
산벗이안개같은꽃을피워연둣잎과어우러진앞산은몽환적인분위기를연출하고요.

무슨꽃일까요?큰나무에노란꽃술을살몃내보인하얀꽃이연두잎싹과조화를이루며언덕에서서수채화같은미소를보내고있습니다.

지난늦가을잎진가지에서놀이공간이사라졌다고요란하게재재불거리던멧새들이그동안어디가서가족을불려왔는지고운합창이귀를늘이며놓아주질않네요.

아참,박테기꽃도피었습니다.어제성가대연습을마치고나오는데건너편아파트뜰을뽀올갛게물들이며저좀봐달라고손짓하더군요.

꽃자리에돋은잎싹들의이야기가싱그럽습니다.아름다운꽃,잎들의계절하나님의솜씨에자주감동과감탄을하게됩니다.

아참,하나더있어요.달순이이야기.며칠전청경채를씻어냉장고에넣어두었습니다.오늘아침식사준비차냉장고를여는데글쎄달순이가느릿느릿기어나오지않겠어요.세상에나,냉장고안에서얼마나추웠을까요.얼른꺼내싱크대한쪽에두니몸을꺼내기지개를쫙켜더니배를쭉쭉밀고다니는겁니다.

원래달순이는잎에붙어야사는데싶어개울가풀숲에데려다줘야지했는데깜빡잊고집을나왔지뭐예요.에구,일을보면서도달순이걱정..잰걸음으로집에오니아직도씽크대위에붙어있는겁니다.집속에들어가죽은것처럼꼼짝도않고요.화가난겁니다.달순인개울가풀숲에데려다준다는내마음의소리를듣고있었던거예요.미안!

가만히떼어개울가로가다가이웃집돌틈의접시꽃잎이평수를넓히고있어초록잎싹에놓아두었더니아그제야몸뚱이를쑥내밀고네개의더듬이를꺼내더니이리저리둘러보는것이에요.잎위에서는달순이의행동이매우빨라짐을느낍니다.배를쓱쓱밀고가다잎끝돌에제몸이닿자다시잎쪽으로방향을회전하더군요.바로옆에있는옥잠화잎싹을연결해주었더니슬금슬금건너가잎뒤로숨는거예요.사실햇살이조금따끈했거든요.습기를좋아하는달순이는본능적으로그늘진곳으로피하는것같았습니다.

시간이흘러다시가보니달순이는그곳에자리를잡았는지아직도잎뒤에꼭붙어있네요.

이아름다운봄을창조하셔서우리에게큰기쁨을선물해주시는하나님,왜하나님을기쁨의근원이라고하는지
올봄에더깊이깨닫게해주셔서감사합니다.

조금있다호젓한미술관산책길에서봄의대화또나누어요.
seeyou~!!

사랑하며 삽시다

버클리대학연구팀이재미있는실험을했다.

세종류의흰쥐에게먹이를주었다.먼저한마리에게는실컷먹도록해주었다.그다음다섯마리쥐를한꺼번에모아놓고서로몸을비벼가면서먹도록했다.마지막쥐는애정을가지고정성스럽게떠먹여주었다.그결과첫번째쥐는6백일을살다죽었고두번째다섯마리가함께섞여먹던쥐는7백일을,세번째쥐는950일을살았다.원인을조사한결과사랑을받고자란쥐는다른쥐가받을수없는사랑의에너지가몸에들어가뇌세포의성장호르몬생성을자극하여뇌세포가증식되었음이밝혀졌기때문이다.사랑의에너지는말못하는짐승에게도생명의연장을갖다준다는것이다.

일본의파동학자에모도마사로의‘물은답을알고있다’라는책을보면물도사랑에반응한다는것이증명된다.‘너를죽여버리겠다’고저주하면물의결정체가흉하게깨어져형편없이되고‘고맙다.감사하다.’고긍정적인말을하면결정체가아름다운육각수를이룬다고하며‘나는너를사랑해’라고말하면물은아름다운결정체로부드럽게바뀌고파장이아름답게규칙적으로굴곡이되었다한다.그것은사랑의주파수가물에영향을비치기때문이라한다.국내에서도얼마전에물에관한비슷한책이나온걸로알고있다.

살아있는모든것들은사랑을필요로한다.사람은물론이거니와말못하는동물이나식물도사랑과칭찬이필요하다.사랑과칭찬은신이내린최고의선물이라고생각한다.

물도사랑을받으면활기차고아름다워지고미움을받으면결정체가무너진다고하는데,인체의70퍼센트가물로되어있는우리가미워하고분노하고심한욕을먹으면체내의물은어떤형태가되겠는가생각만해도끔찍하다.사랑과칭찬과격려의말은해도되고안해도되는것이아닌생명과직결되는것이라하니바로실천해야할일인것이다.

바보온달을온달장군으로만든것도평강공주의사랑과애정어린칭찬때문이요.말도못하고보고듣지도못한헬렌켈러도설리반선생님의칭찬과격려와헌신적인사랑이그녀를만들어낸것이다.삶에지쳐있을때행복의꿈을몰고오는칭찬한마디는마음에새힘과용기를준다.해맑게웃는모습,따듯한칭찬한마디가살맛나는세상을만들어주는것은당연하다.

웃음치료학자로유명한의사인노먼카슨은척추병환자가현대의학의모든방법을다동원해도병이조금도진전을보이지않자,환자에게집에가서실컷웃으라고했다.환자는그것이처방인줄알고의사의말대로몇주동안계속웃기만했더니기적적으로병이나았다한다.웃을때엔돌핀이가장많이나와질병을이기는세포가형성된다고한다.암세포는웃음을제일싫어한다는사실도의학적으로밝혀진바있다.사랑과칭찬과격려의말뒤에는언제나웃음이수반된다.

어려운경제로어깨가무거운남편이나아내에게사랑을듬뿍담아한마디칭찬으로감동을선물하자.‘여보,힘내세요’‘당신참멋져요.’‘당신은변함없이곱고예쁘네.’아내의감동을주는말한마디가남편에게힘과용기를주며,남편의칭찬한마디가오늘저녁밥상을달라지게할것이다.가족과이웃과모든관계속에서사랑과칭찬과격려의말을많이하면서살도록노력해야할것이다.이것은또한나에게부메랑이되어돌아올것이다.사람이무엇을심던지심은대로거두게되기때문이다.

농부가밭에녹두을심어놓고팥을,조를심어놓고참깨를거두려는사람은아무도없다.사랑을심으면사랑을거두고미움,원망,불평을심으면그또한심은것을거두기마련이다.좋은습관은우리삶의모든영역에서우리에게영향을미친다.요즘내의식속에서맴도는말이있다‘그럴수도있지’라는말.늘나자신의부족한부분이많음을알기에이해의폭을좀더넓혀가며살아가려는의도에서생각해낸말이다.

사소한일로소원해진친구에게오늘은내가먼저전화를해야겠다.‘친구야,많이보고싶어!그럴수도있지!라고.

웃으면 올라갑니다

지하철을자주이용하다보니역마다특징있는그림이나역이름의유래,감동을주는짧은글들을일정기간씩
교체하며붙여놓아잠시짬을내읽어보곤한다.자주이용하는애오개역에내려계단을오르다보니

‘웃으면올라갑니다.
한번웃으면,

한번친절하면,

국가의경쟁력이올라갑니다.
미소가경쟁‘

이라는글이스마일모양의그림과벽에붙어있었다.미소가경쟁이라…지하철에스컬러이터를타고오르내릴때면자연스럽게옆라인을오르거나내려가는사람들과마주하게된다.전화를받거나책을읽는사람,어떤생각에깊이빠져있는사람등다양한모습들을볼수있다.

무심코사람들의얼굴을살피다한가지느껴지는게있었다.다그런것은아니지만젊은층일수록얼굴표정이부드러운반면,나이가들어갈수록어둡고굳어있는것을발견할수있었다.어떤사람은눈을마주하기가부담스러울만큼경직된얼굴이어서반사적으로눈길을피하게된다.그러다미소띤얼굴을보면기다렸다는듯웃어주기도하고.

나이사십이넘으면자기얼굴에책임을지라는말이있다.불혹을넘어살아온세월이어찌늘웃음뿐이겠는가.그러나될수있으면매사긍정적인시각으로바라보고일부러라도표정을밝게가질필요가있다고본다.
경제가주름이져있다고얼굴까지야주름을만들필요는없지않는가.

외출할때면거울을보고입주위근육을풀며입꼬리를올려본다.꽤오래된습관이다.내가볼때좋으면남도좋은것이다.잠시미소와관련된이야기한마디덧붙인다.

동네단골야채가게아줌마는결혼전에간호사였다한다.웃는얼굴이자연스러운것을보면천성이밝을뿐더러간호사시절환자들에게도친절하게대했을게분명하다.늘웃는얼굴로손님들을맞아여러야채가게중손님이가장많다.나도아줌마의환한얼굴이좋아단골이된경우이다.그런데아줌마는퇴근길에물건을사러들르면나의미소에하루의피로가풀린다는말을해오히려나를감동시키곤한다.

두사람이식사하는것을알면서도내가사는양보다언제나더주고된장찌개에넣으라며풋고추몇개,양파,파등을덤으로주곤한다.받지않으려하면기분이좋아주는것이니받으라고한다.별게아닐지모르지만그말에나의피로도싹가시고발걸음이가벼워지는건당연한일이다.

이외에도미소에관련된훈훈한에피소드는많다.웃어서남주나.더군다나돈드는일도아니고,이쯤되면약간의돈이생기는일아닌가.우리나라사람들은복받으라는말을참좋아한다.웃으면복이온다는말은찡그리면복이안온다는얘기도된다.복도웃어야온다하니내일부터는거울을보고웃는연습을하자.나자신과이웃과사회의경쟁력을높이기위해서라도입꼬리를한껏올리고스마일!

봄꿈

봄이시작된다는입춘이지났다.바람이날을누이고봄을부르는이슬비새악시발자국처럼나직히속삭이고있다.단단한마음의빗장을풀어생명을안을준비중인대지와나목들은한껏부푼살갗으로연두와분홍빛잔치에초대할고운님들을그리며황홀한꿈에젖는다.

봄빛잔치에초대받으면고운새의합창에맞춰흥겹게왈츠라도추어볼까.그리하여기다리지않아도살금살금고양이몸짓으로가슴에그리움한줌들여놓는그대마음한자락에살며시안겨나볼까.봄비먹으며연두속잎피어자라듯그대를향한나의그리움이싱그러운한그루나무로자랄때까지나는그대를보내고싶지않을테지.

봄은영원한소녀이다.
자라지않는꿈이다.
오선지위에놓여진음표이다.

조붓한오솔길을지나징검다리까지소녀는스무번도넘게뜀박질을하며살구나무꽃등걸린산밭가를기억한다.그산밭가장자리에살구꽃등환하게불밝힌저녁밭갈이가셨던아버지소몰고오시고어머니의밥짓는연기탱자나무울밖으로마실나갔다.긴바닷가둑에는가냘픈제비꽃하늘거리고자운영꽃잔치열어놓고기다리던봄한낮,꽃마중봄마중길에뱀이나타나줄행랑놓았던기억속의소녀는좀처럼기억밖으로나갈줄모른채다시그봄을맞고있다.

밥풀처럼하얗게탱자꽃이매달리고어디선가상여꾼의애슬픈소리봄바람에묻어온다.갈대의연한잎새를가르고달려온바닷바람에얼얼하던볼,바닥이훤히보이는시린물속에서돌에붙은진진초록의파래를따던그소녀의봄이다.

이른봄,쟁기뒤를따르며흙내음에취해본적있는가.땅이입김을하얗게내뿜으며잠에서깨어난모습본적있는가.맨발로땅의기운을받으며걷다보면그푸근한흙속으로돌아갈날이그리싫지만은않다는생각도하게된다.소멸이아닌또다른생명에게되돌려주는자연의순환에예외일수없는우리네인생.만물이소생하는풋풋한봄이더욱좋은건내나이어느덧불혹을지나고있음에대한애석함때문일것이다.돌아갈수없는날들에대한안타까움때문일것이다.

무심히지나치면늘그자리에가만히있는것같은자연이지만,생명이있는것들은언제나내안의감성을자극한다.때로는말을걸어오기도하고이렇듯그소녀의봄을되돌려주기도한다.이봄에나는또한바탕홍역을치를것이다.자연으로돌아가고싶은마음을달래려잦은시골나들이를하게될것이다.도연명의귀거래사를읊고베토벤의전원교향곡에자주귀를기울이게되는것도판박이로찍어낸듯한집들,흙한점밟을수없는도시의아스팔트에이젠눈과마음이지친까닭이리라.

올봄엔몇해묵혀둔묵정밭을다시일구어볼참이다.가장자연스러운봄의생기를흙에서느껴보리라.
가슴을열고느껴보리라.무한정사랑으로오신그대에게나가장값진땀방울의사랑으로보답하리라.

try{processContents(“contents_16535”);}cat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