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지난후
양재천풀들이며칠째누워있다.
모두한방향으로가지런히누웠다.
더러눕지않고꼿꼿히서있는풀들도있었다.
참으로이상한것은
약속이나한듯
한방향으로누워있는풀들이
그렇게정겨워보일수가없었다.
천둥을동반한세찬바람과폭우에
다섯살아이키만큼자란풀들이
서있었다면
모두꺾이고말았을것이다.
폭우에도까딱없었던
풀들은낮게엎드려야할땐
엎드릴줄아는것이지혜라고말하고있었다.
그러나뻣뻣하게서있는몇포기의풀은
여차하면부러질것같이위태로워보였다.
한동안개울에
청태같은이끼가자꾸늘어가
개울물을덮어버리면
오리가족은어떡하나은근히걱정을했었다.
다행히장대비에
이끼까지씻겨내려가
투명한물빛을보여주고있다.
동글한흰꽃이무리지어피어있는
시계풀꽃밭을넘어
초록색의푹신한산책로까지흙탕물이들어와
오늘은시청에서나와청소를하고있었다.
맑아진물이힘차게흐르는모습에서
생동감을느끼게된다.
그렇다.
자연의순리따라
물처럼흐르는것이다.
풀처럼눕는것이다.
바람을주시는하나님앞에서
겸손하게낮출줄알고
비를주신하나님앞에
생기로화답할줄도알아야하는것이다.
한포기풀과같은우리인생
그저하나님손에있으니
생명있는동안
감사하며기뻐하며
주신사명잘감당해야되는것아닌가.
…
주님여이손을
가끔은양재천산책길을따라
과천시내에나가일을보고돌아온다.
천변에핀들꽃들,갈대,풀들에게눈길을주며
잘있는지살피기도하며나즉히찬양을부르며걷기도한다.
노란아이리스가시야에들어와가보니
누가따서물위에띄웠는지붉은꽃한송이가
둥둥떠내려온다.누가띄운꽃일까..
저꽃따라그리운이에게소식이라도전하려던것일까?
오늘도양재천을가로놓인다리목에섰다가
눈앞에펼쳐지는아름다운광경에숨을죽인다.
언제어디서태어났는지엄마청둥오리가귀여운아기오리
여섯마리를데리고물위로마실을나왔다.
엄마오리를따라다니며
헤엄을배우고있는아기오리들이얼마나사랑스러운지
내려가서같이놀고싶은걸참느라혼났다.
이아름다운생명의신비라니,,,
엄마오리와세마리아기오리가저만치앞서가는데
풀숲에서엄마가가르쳐준먹이찾는법을배우는지
세마리는뒤처져있다.
어떻게하나보려고지켜보고있는데
앞서가던엄마오리가뒤를돌아보더니
가던걸음을멈추고이쪽으로고개를돌리고기다린다.
엄마오리의기다림을알았는지남겨진아기오리들이
재빨리쫓아간다.
자신이낳은새끼가자기옆에다있는지없는지를
본능으로아는것일테다.
물위의오리의모습은평화롭기그지없지만
물속에서의치열한생존의발갈퀴의
놀림은결코쉽지않을것이다.
양재천물이자꾸만줄어오리들의삶터가
없어질가봐하늘을보며잠시기도한다.
하나님아시죠?
…
참아름다워라
주일예배를마치고
집으로돌아오는길에다리위에서서
양재천을바라본다.
도로와동네를이어주는
저녁가로등이예쁜정겨운다리위에서면
자연스레양재천에눈길이간다.
그다리위에서면
양재천으로흘러가는물길을만날수있으며
물길따라흐르고싶은마음과도마주하게된다.
오늘은
반가운손님이물에서먹이를찾고있었다.
천천히걷는백로두마리
녀석들의우아한걸음걸이가내눈을사로잡았다.
저렇듯
몸에배인조심스런걸음걸이가우아하고아름다운
외모로드러나는것이었구나.
먹이를찾으며한가하게물속을산책하던백로두마리는
환한햇살에눈부신흰날개를쫙펴더니
보란듯이공중으로날아올랐다.
다리를건너오며
백로의걸음걸이를흉내내본다.
급할것도없이천천히느긋하게행동할수있는여유를보며
말이나행동이나
딱한템포만느리자고.
…
알함브라궁전의추억
이슬처럼
맑고
영롱한
영혼이고
싶다
…
내영혼의그윽히깊은데서-오카리나연주
雲丁최연숙
우아하다적멸궁이다환타지어다난공불락이다밤은
찰거머리니릿니릿떨어질줄모르는밤이다
자벌레세마디도닿지않는갠지스강물밑
푸른욕망은밤을재우고나는밤의뒷간에앉아
떨어지는별을세며흰여우꼬리를생각한다
해탈이뭔줄알아?
그끈을놓으면된다고
끊어질고무줄이면여직잡고있겠어
삼겹줄이야
끊으면다시엉겨붙은삼겹줄
억겁도요분수네
씀벅씀벅상처를건드려벌집만들자는거야
까만게죄다밤이라면세상에밤이널려있겠네
저거봐말을잘라먹는밤을
야금야금먹다가적적히오면밤하나더걸어놓을테니.
…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