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雲丁최연숙
수시로월세를들때내보냈어야했다
이참엔아예전세등기를했는지꿈쩍도안한다
적당히낡아비교적방값이싼것이라고판단을했는지
온집안을헤집고다니며한달간수리중이다.
…
쇼팽명곡모음
종일비가내리다.
세상의소음을지우는비가좋다.
앞개울은하늘물과숲속초록물을안고
신나게노래하다.
물소리에귀를귀울이며셰익스피어의
소네트시집을읽다,
커튼을살짝젖히고빗줄기너머바깥세상을
살며시엿보기도하고
그도심심하면
발뒷꿈치를들고징검돌을건너듯거실을
오가기도하며비의고요를즐기다.
나직히흐르는원더풀데이…새소리..
소낙비가가루비로바뀔즈음전화를받다.
집사님두분이대공원산책을가잔다.
안개비내리는호숫가를우산을받쳐든
세여인의발걸음은한가롭기그지없다.
비가와서인지오늘은공원을산책하는사람이
별로없다.호숫가나뭇잎들은보이지않는
손이뿌려주는고운물감을맛있게받아먹기시작이다.
산허리를감싸고있는뿌연산안개가
뭉실뭉실다양한모양을만들며바삐등성이를
넘어가다.등성이를넘는산안개처럼
먼먼그리움은비에젖은내마음결을부여잡고
놓아주지않는다.
저물녘호수는은빛잔물결켜켜로
물비늘을세워크로머하프의현을켜며
호숫가를지나는세여인을반겨주다.
메타쉐콰이아일렬로줄을맞추며서고
잔디고른긴둑길을
프릴이달린물방울무늬,함박꽃무늬,체크무늬,
우산셋이영화처럼동화처럼거닐고있다.
호수를배경으로,비의무게로살며시고개
숙인코스모스를배경으로한컷.
비가와서인지가을이부쩍깊어진것같다.
수요저녁예배를드리고돌아오는길에
한기가느껴지다.
그림쟁이가주인인가끔들르는분위기좋은
카페‘봄’에서온기를느끼고싶어그집의별미인
대추차한잔을마시다.
흰벽에새로걸린그림을감상하며
빗방울전주곡의맑고투명한선율에귀를맡기고
방금마신차의온기로온몸을따스해질무렵
일어서다.
…
비오시는수요일에.
아름다운생명
최연숙작시/박영곡/M.Sop심은숙
봄바람의현을타고부활하는저꽃들을보라
생명주신하나님께감사하며기뻐하는얼굴을보라
하나님지으신이봄날이어찌그리아름다운지
하나님만드신사람들이어찌그리사랑스러운지
경배와찬양을드립니다오주여
봄햇살흐르는가지에싱그러운저잎들을보라
생명주신주님께감사하며찬양하는입술을보라
하나님지으신새생명이어찌그리아름다운지
주님을닮은사람들이어찌그리사랑스러운지
경배와찬양을드립니다경배와찬양을드립니다
찬양을드립니다
…
아름다운생명
최연숙시/박영곡/M.Sop심은숙
수요예배를마치고돌아오는길에
다리진입로에서
우회전을하고있는내차를
뒤차가와서들이받았다.
다행히차의속도를줄인상태라
가볍게받은것이다.
차문을열고나가보니
다른곳은이상없고범퍼에달린비상등만깨져있었다.
다행이다싶어미안해하는그사람에게
‘조심하세요.’
한마디건네고괜찮으니됐다고했다.
차에대한이야기가나왔으니
좋지않은나의운전습관을공개한다.
음악이끝난시디를교체하고
전화할데가생각나전화를하고
문자메시지를보내고
운전대를잡으면잊고있던
수만가지생각들이다떠오르니
이상한일이기도하다.
하루스케줄정리가달리는차안에서
이루어지다보니당연히
자주불안을느끼기도한다.
나도모르게자리한
좋지않는습관을고치려해보지만
쉽지가않다.
접촉사고가있던날은농장에가는길이었다.
잠시한눈을팔다
이번에는내차가앞차를살짝받았다.
키가구척이나되는남자가
성큼성큼걸어오더니
차뒤꽁무니를이리저리살펴본다.
일났다싶어정중하게사과를했다.
다행히부딪힌흔적이없었다.
‘조심하세요.’
한마디하고차에올라가버렸다.
안도의숨을내쉬고차에올랐다.
불과두시간전에
내차에약간의손해를끼친사람을
웃으며보내주고
같은상황으로골치아플뻔한일이
잘마무리된것이다.
우연일지라도짧은순간
심는대로거둔다는진리를되새기게된사건이다.
깐깐하게말고
조금은손해본듯살자던
평소나의신조가
조금은아주조금은
괜찮은거였는지모른다며
미소를지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