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부탁해
저자
신경숙
출판사
창비(창작과비평사)(2008년11월0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호박된장국을맛있게끓여놓고엄마는일찍마을청소에나선오빠와나를기다렸다.그여름아침엄마의맛난호박국맛을지천명의나이에이르도록만나지못했다.엄마의호박국은내미각속에서시시때때로수많은추억을이끌어내며글꼬리를늘이고있다.친구네놀러갔다가저녁늦게야귀가한나를엄마는방으로데려가시더니회초리로때렸다.여자애가저녁늦게까지남의집에서그집사람들을불편하게만들었다는것이이유였다.엄마의치맛자락을붙잡고맞지않으려고빙빙돌았다.아버지가돌아가신후부터엄모가되셨다.생전눈물을보이지않았다.아니,울면안되는엄마였다.그런엄마가돼지새끼열두마리가몽땅죽어버린저녁,깜깜한벽을향하여눈물을흘리고앉아있었다.속울음을울고계시다가소변이마려워일어난내게들킨것이다.그해농사도흉작에다새끼돼지까지죽어버리자엄마의희망이여지없이무너진것이었다.읍내상급학교에진학한오빠의공납금을마련하느라,자잘한학용품비며용돈을챙겨주시느라아침을우리와같이드시지못할때가많았다.열두마리의새끼가잘자라주었다면엄마는그해가용돈걱정을덜었을텐데,,,그때는몰랐다.
신경숙소설가의"엄마를부탁해"는잊고살아온,아니잊었다기보다는너무나지척이므로거리를두고냉정하게바라볼수없었던엄마에대한생각을구체적으로이끌어내주었다.아내로,엄마로,올케로,아줌마로,며느리로살면서한여자임을망각해야했던어머니의시대가떠오른다.우리의어머니들이그랬던것이다.하고싶은말을다하면안되는것이었다.그래서여자가시집가면벙어리삼년,봉사삼년,귀머거리삼년이라는말도있었던것일까.여자가아닌또다른여자로살아야만했던여인의가슴에만쟁여두었던말을하나하나풀어놓아생명을얻게하는장면이감동을주었다.우리네어머니들도말을할줄아는여인이었던것이다.누구보다도매순간을가슴깊이절절하게느끼고아파할줄아는사람이었다.가족의아픔은내아픔이라고여기면서도자신의속병을드러내지않은어머니인것이다.
"너"라는제이인칭대명사가나를지목하는것보다더강하게"바로너!"라고어머니의실종,더나아가유기하고있는듯한강한호소력으로각인되었다.화려한문장이나언어적유희가없이소박하고단아한문장,그러나탄탄한구성과전개등군더더기없는신경숙특유의잘직조된문체를만나게된다.작가는자신의어머니가계신삶의공간을설정해바로우리의이야기를실제적상황처럼담담하게그려내고있다.
딸이엄마가되고엄마의딸이또엄마가되풀이되는동안평생그림자처럼나를따라다니는어머니,버려지면서도가족에게는어떠한짐도지우지않으려묵묵히침묵을지키는어머니,인간은절박한상황에서면절대자의존재를인식하게된다.피에타상앞에서딸은마지막으로기원한다.엄마를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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