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사람의심리를잘그린영화,중견배우들의능숙한연기와삶의보편적정서에호소하는플롯에공감하게된다.고령화사회로진입한이사회의노인문제가얼마나심각한지,서민들의삶에대한사회적구조가얼마나취약한지가절실하게와닿는다.부익부,빈익빈층을자동으로생산해내고있는자본주의사회에서살아남는것은오직돈이다.돈이사람의가치를대신하고있는현대사회,가난이란현실을한번도겪어보지않은사람들은대물림되는처절한가난의실체를모른다.부의가치가사람을사귀는데있어서도층위를만든지오래이다.

가난하지만순박하고순수한산동네사람들의이야기다.젊은시절,남자를따라무작정상경하여남편의폭력을견디며딸하나를낳고헤어지게된기구한운명의송씨할머니는폐휴지를주워서팔며하루하루를살아간다.혼자되어자식들과살면서새벽이면우유배달을하는김만석할아버지,중증치매의아내를집에가두어두고주차장관리일을하는장군봉할아버지의일상이눈물겹다.열여덟이나,육십여덟이나사람의마음은같다.장군봉할아버지부부,홀로된송씨할머니와김만석할아버지의수채화빛이배인지고지순한사랑을본다.아름답다.허허바다같은세상에부부로만나한평생진심으로서로를배려하고사랑하는것은아름다운일이다.

넉넉지못한자식들에게짐이되고싶지않는장씨부부의최후가눈물겨운아픔으로각인된다.죽음을앞둔아내곁에서자신조차도자식들의짐이되고싶지않아선택한게동반자살이다.자살을미화할생각을없지만자식에게짐이되고싶지않는현대를사는부모의마음이아프게읽혀진다.자식들과도제살기바빠명절이나되어야만나게되는게현실이다.그나마여러사정으로만나지못할때도있다.자식위해모든것다주고아파도알리지못하고늙어서도스스로알아서살아야하는삶이애처롭다.자식들불러딱한번얼굴보고죽음을택한장씨부부에게누가돌을던질것인가.자식에게끝내알리지말아달라며김씨할아버지에게열쇠와편지한장을남긴다.장례식장에서누군가흘린호상이라는말에그렇다고한다는상주의말을듣고영정사진앞에서역설적인독설을내뱉는김씨할아버지,그들의죽음을지켜본송씨할머니도결국은김씨할아버지의최후를지켜볼수없다며시골로내려간다.사랑하면서도하나가되지못하는은빛인연,두사람의반가운만남도잠시김씨할아버지도세상을떠난다.

산다는게무엇인가.남편과아내가결혼식날서약한것처럼"검은머리가파뿌리되도록서로사랑하고……."서로지극정성으로사랑하며산다면얼마나좋을까.인생기껏강건해야칠팔십이라는데지붕위닭쳐다보듯살았던김씨할아버지의본처에대한태도는우리에게시사하는바가크다.후회할때는이미때가늦은법,그땐소중한사람이곁을떠난후이다.정신이온전치못한아내의머리를빗어주고눈곱도떼어주며흐르는코를닦아줄수있는한결같이따듯한마음을지닌장씨의노년의삶이본보기가된다.초가삼간일지라도가화만사성이면고래등같은집이나,비싼외제차가왜필요할까.’행복은부의순이아니잖아요.’라고말할수있을텐데,장씨부부의극단적선택의파장이이사회에더이상영향을미치지않게되길간절히바라는바이다.

개울가 산책

연일폭염주의보가내려지고있다.큰비가훑고간개울가풀밭은여기저기패여웅덩이가생겨났다.산책로에지렁이시체가즐비하다.긴장마에오래젖은몸이해바라기를나왔다가뜨거운햇볕에말라죽은것이다.녀석들이행동이굼떠풀밭까지재빨리옮겨가지못한것같다.오리가족은돌위에서서젖은몸을털어내느라바쁘다.왜가리는어제그자리에서지나는사람을흘금거리며천천히걷는다.

개망초,씀바귀등풀들이하루가다르게쑥쑥자란다.비에갇혀있었던개미들도분주하게움직인다.빠른걸음으로걷는다.은비는더운지헉헉거린다.목이마를것같아생수를따라주니먹진않는다.자전거족들은여전히휙휙지나며음악을흘린다.큰물살에어디로가버렸나궁금하던잉어떼들이다행히있어주었다.떼를지어물속을몰려다니며물보라를일으킨다.가끔은아는사람이지나며눈인사를나눈다.

더운날은집에있는것이참시원하다.오늘도책을읽으며보냈다.한권의독서를마치면간략하게독후감도남긴다.웹검색과관심있는뉴스와글을읽는데시간을보내기도한다.글도뉴스도취사선택이다.마음눈에포착된것만클릭한다.편식하는건아닌가생각도해본다.종일돋보기만쓰고있으니시력이많이나빠졌다.저녁산책길은내눈이쉴수있는초록의세상이다.몸을위한규칙적인운동은필수다.40여분거리를오가며하루의일상을정리한다.

아침하늘에구름한점없다.군용헬리콥터한대가대공원쪽에서넘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