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사연이길래?

산책길에서돌아오는데정자에사람이있었다.어둑하지만한눈에집을나온사람임을알수있었다.지난번에도누군가웅크리고자고있는모습을봤다.할머니였다.왜소한체격의할머니는물을마시고계셨다.조심스럽게말을건넸다.이추운날여기서어떻게주무시냐고,식사는하셨냐고물으니아침에한밥이있어먹고따듯한꿀물을마시는중이라신다.정신은온전한사람같은데사람들에게얼마나냉대를받았으면나쁜나라이고모든사람이다악하다고하신다.교회를가도시간이안되었다고들어오지말라고하고성당에를가도빼앗아가려고만한단다.

세상에좋은사람도많다고해도아니란다.어쩌면한사람도좋은사람을못만났을까.해당기관의도움을받아서라도이런데서주무시면안된다고했더니빼앗아가지나않았으면좋겠단다.땅도돈도다빠앗겼다는것이다.변호사라도사서빼았긴것을찾아야한다고하신다.캐리어에넣어둔양말도누가가져가는지도모르게없어진다며희안하게자신에게는다빼앗아가는사람밖에없다는말로극심한피해망상에사로잡혀있는분같기도했다.

칠십이넘은분이경로우대증도없어차비를내야한다고해서동사무소에가면다만들어준다고하니동회에가면농협에가라하고농협에가면은행으로가라고한다는알쏭달쏭한말씀을하신다.집은어디이며,자녀들이얼마나걱정을하겠냐고하니집은세시간이나가야하고서울에서일을보려면왔다갔다하기가어렵고자식은잘있다고하면그뿐이란다.어쩌다가이추운날조그만휴대용까스렌지에의지하여신문지이불을덮고주무시게되었을까.

우리집에가시자고하니손을내저으신다.그럼이불을갖다드릴까요해도싫다하신다.양말을빨아까스렌지주위에널어놓고맨발이셨다.자세가흐트러짐이없이꼿꼿하시고누구말도잘듣지않을분이셨다.더추워지면어떻게하실거냐니까그때는갈데가있단다.발이안떨어져서있는데은비가빨리가자고보챈다.집에돌아오니맨발이눈앞에아른거린다.양말을신고도추운날인데,찾아보니새양말이없었다.세탁해둔내양발몇켤례를가지고갔더니자꾸사양하시다한켤례만신으신다.주머니에있는돈을드리니있다며안받으신다.

짐보따리와신문지로이불을만들어덮으시는게이런생활이하루이틀이아닌것같다.무슨사연이있길래이추운날신문지이불을덮고한데서주무셔야하는지걱정이다.자세히물어가능하면도와주어야하련만,정의의사도를자청하고싶은마음처럼내삶이한가하지도않아무거운걸음으로돌아왔다.늦가을저녁만난암울한광경에잠이오지않는다.해답이없는삶,삶이대체뭐란말인가?

비탈리-샤콘느[VitaliChaconneinGminor]



			

반쪽의 인연



반쪽의인연雲丁최연숙

생사의갈래앞에서비로소우리는만난다

팍팍하고녹록치않은삶의아우성이가로막아

반쪽으로만날수밖에없었다는이유로위안삼고

매듭진마음들지고와한올한올풀어내고있다

내한이네한을아우르다터지는설움

지키지못한약속어음같은후회와

회한이어린눈빛과눈빛사이로

은빛찬란한접시가동그랗게상위로내려앉는다

통곡이술잔과고기와육개장에버무려져

삶과죽음너머신생퓨전이되어위장에담긴다

신발의숫자만큼군상들이피워내는

죽음이전의이야기가영정앞꽃으로쌓이고있다


          『창조문학,대신문학봄호발표』

햇살 닮은 아이들

일주일에한차례씩아이들을지도하고있다.어젠그세번째시간이었다.아이들과정이들었는지화요일오후가기다려지기도한다.강의안을준비하며아이들의얼굴이떠올라입가에미소가활짝핀다.내아이들을키울때와는많이다른요즘아이들의생각과행동을발견하기도한다.무엇보다아이들의시선을집중하게하는방법이관건인데출석체크를마친후오늘은좀다른방법으로’섬집아기’를부르며수업을시작했다.생각지못한방법이었는지따라부르며자리를정돈한다.

5학년수정이는만능탈렌트이다.시짓기도잘하고그림이나낭송도조그만다듬어주면잘할수있는소질이보인다.가끔독후감을쓰는예성이도만만치않다.보배는유머가뛰어난아이고유능이는낭송하는발음이정확하다.규석이와민석이형제에이어어젠현성이와현준이형제가새로들어왔고주희도나와첫만남이다.지도하는대로아이들이잘따라오지않지만낭송을제대로가르쳐10월시민의날행사에자신있게참여하도록해볼참이다.

어젠동시주제를’매미’로지정해주었다.아이들의관심끌기는다양하다.시짓기시간에아프다고내말에전혀귀를기울이는않는유능이,내말을매번거꾸로해석하는현성이,하기싫은공부를억지로하는듯한규석이와민석이는’매미는매에에멤끝.’이라고적어내고선거꾸로물구라미서기를하며책을읽고있다.예성이가"선생님지우개좀주세요."하더니자기가받을테니던지라는신호를한다.화장실에간다고들락거리는아이들,등집중을하기가쉽지않지만학교와는달리자유로운분위기로이끌어달라는주문이있어편안하게이끌어가고있다.아이들모두가제목을’매미’로썼다가제목도자기만의개성이드러나고차별성있게쓰라고주문을하자,’신기한매미’,’울음소리가다양한매미’,’매미합창단’등으로금방달라진다.자신이지은시를자신이나와서낭송을하게했다.아이들의낭송은거의가책읽기수준이다.어젠제목과본문사이의꼭필요한쉼표를지도해주었다.

공부하는아이들중저소득층아이들이주류라고한다.아이들의관심끌기는바로사랑이었다.부모가맞벌이인지라떨어져있는시간이많기때문이다.몸이안좋은아이와왠지얼굴이어두워보이는아이들은헤어지기전에한번씩안아주었다."다음주에만나요."작별인사를나누고헤어져돌아오는길,왠지마음이짠하다.아이들의재능을이끌어내글쓰기의향상과오래기억될보람있고소중한추억을심어주고싶다.

RichardYongjaeO’Ne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