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문학제에 다녀와서

조남철교수님을모시고

가을비가도심의가로수사이에사선을긋는시월의어느멋진날,박두진시인을기리는혜산문학제에다녀왔다.교대역을출발하여두시간남짓달려아담하게자리한안성문화원앞에정차하였다.행사를알리는현수막이바람에날리고문화원안에선생전의혜산시인사진전과시화전이열리고있었다.그곳에서해외문학기행에동행했던문우들을만나반가웠다.

국민의례에이어문학상심사위원장인유종호교수의심사경과보고가있었다.올해의’혜산문학상’은시인이자고려대교수인최동호님이수상하였다.이어서초,중,고,전국백일장시상식이있었다.아이들의초롱초롱한눈빛에서우리문학의미래의희망을보는듯하여흐뭇하였다.최동호시인의수상소감을듣다가우연히내가가장좋아하는윌리엄예이츠의<이니스프리의호도>의여운을잊지못해예이츠의고향인아일랜드를찾아갔었다는말에눈이번쩍뜨였다.아일랜드에다녀와서쓴시편들이수상작품중에실려있었다.

오늘아침예이츠의<이니스프리의호도>를음악까지찾아포스팅해놓고왔었다.오랜시간나는예이츠의<이니스프리의호도>에취해있었다.시어한행한어휘들이내영혼을깊숙히파고들어평화가깃든이니스프리에귀의하고픈소원이일어났다.얼마나아름다운정신의위안과동경의세계인가.가장진실한벗인자연의품으로귀향하여내면의순수와대면하고싶게만드는이시는내게변함없이사랑을받을것이다.

운영위원장이신조남철교수의‘시를기다리며’란인사말씀이특별한감동을주었다.“지금은시가필요합니다,우리에겐시인이필요합니다,우리들의거친마음과상처투성이삶을어루만지고새살을돋게할시가필요합니다,천박하기까지한우리삶에단아한향기를불어넣을,거친삶에사랑과존경,감사와헌신의따듯한손을마주잡을시와시인을기다립니다.”

가슴이옥죄어오는통증을느낀다.과연시로서,누군가의영혼을위무慰撫해준적이있던가.단아한향기까진아니더라도들꽃처럼소박한향기한줌이라도안겨준적이있었던가.시를쓰는내마음의텃밭이거칠어지지는않았는지성찰해본다.돌아오는차안에서나의정신의지향점과추구하고있는방향이어디인가점검해본다.쉽지않은시인의삶이다.길위에서길에게나의길을묻는저녁이었다.

<박두진(朴斗鎭)시인의생애와시세계>

호는혜산이며1926년경기도안성에서출생했다.박목월·조지훈과함께청록파시인이다.그리스도교정신을바탕으로초기에는자연을읊다가차츰사회현실에대한의지를노래했다.한국청년문학가협회시분과위원장(1948)을역임했으며,한국문학가협회(1949년)에가담해민족주의계열의문학건설에힘썼다.연세대학교전임강사(1955)가된뒤,1959년조교수로취임했다가이듬해사임했다.이후대한감리회신학대학교,한양대학교등에출강했으며,1970년이화여자대학교부교수를거쳐같은해다시연세대교수로취임해1981년정년퇴임했다.<향현>,<묘지송>등으로<문장>지에추천받아문단에데뷔.초기에는자연친화의경지를추구하였으나,광복후에는<해>를발표하면서부터기독교적색채를띤이상향에의갈망을추구하였다.6.25이후에는강한민족의식에기반하여사회의부조리,불합리에저항,비판하는시를썼다.시집으로는조지훈,박목월등과의공동시집인<청록집>(1946),<해>(1949),<오도(午禱)>(1953),<거미와성좌>(1962),<인간밀림>(1963),<하얀날개>(1967),<고산식물>(1973)등이있다.

해야솟아라.해야솟아라.맑앟게씻은얼굴고은해야솟아라.신넘어산넘어서어둠을살라먹고,산넘어서밤새도록어둠을살라먹고,이글이글애뙨얼굴고은해야솟아라.

달밤이싫여,달밤이싫여,눈물같은골자기에달밤이싫여,아무도없는뜰에달밤이나는싫여…….

해야,고운해야,늬가오면늬가사오면,나는나는청산이좋아라.훨훨훨깃을치는청산이좋아라.청산이있으면홀로래도좋아라.

사슴과닳아,사슴을딿아,양지로사슴을딿아사슴을만나면사슴과놀고.

칡범을딿아,칡범을딿아,칡범을만나면칡범과놀고…….

해야,고운해야,해야솟아라.꿈이아니래도너를만나면,꽃도새도짐승도한자리앉아,워어이워어이모두불러한자리앉아애뙤고고은날을누려보리라.

-<해>[상아탑6호,1946],[청만사,1949]

묘지송

북망(北邙)이래도금잔디기름진데동그만무덤들외롭지않으이.

무덤속에어둠에하이얀촉루(燭累)가빛나리.향기로운주검의내도풍기리.

살아서섧던주검죽었으매이내안서럽고,언제무덤속화안히비춰줄그런태양만이그리우리.

금잔디사이할미꽃도피었고,삐이삐이배뱃종!뱃종!멧새들도우는데,봄볕포근한무덤에주검들이누웠네.

-<묘지송>,[문장,1936][청록집,1946]

<생동하는자연의세계>

박두진시학의핵심은“그러나마침내문학-시야말로종교와함께인간의혼을근본적으로움직이고정화시키고고무하고행복하게하는첩경이며참다운길이며강력한무기라고생각하게되었다”라는자신의언명에서그단초를찾아볼수있다.그의초기시를지배하는주요심상은“해”이다.해는고통스러운현실속에서도세계의어둠에굴하지않는믿음의대상으로가능한것이다.“묘지송”은하나의예술작품이다.여기서는이념은별로문제되지않는다.햇빛과죽음(촉루)의빛깔,주검들의향기,쓸쓸함을더욱고조시켜주는멧새울음에서느껴지는청각의역설적효과,대체로이런것들이감각의대상이되고있다.그것은이시가표현하는단일정서의심화,시인의세계관(자연관)의영원성을은연중에강화하고자하는욕구를드러낸다.작품을통해나타난그의초기시경향은자연을형이상적차원으로일원화시켜관조적이기보다는감각적이었다.특히초기시『청록집』의특징이라고할수있는감각적인인식방법과비유는,이미있어온관조적이며기교일변도의시들에대한반발임을고려해볼때당시로서는새로움이었다.따라서그의시의있어서자연은목가적인세계가아니라인간과사회에대한윤리의식이밑바탕이되어왔다.그의자연은그의종교적신앙과일체화하였고민족적현실에대한굳은의지와감개로물들어있다.

이니스프리의호도(湖島)

윌리암예이츠

나일어나이제가리,이니스프리로가리.
거기나뭇가지엮어진흙바른작은오두막짓고
아홉이랑콩밭과꿀벌통하나
벌들이윙윙대는숲속에나혼자살으리.

거기서얼마쯤평화를맛보리
평화는천천히내리는것
아침의베일로부터귀뚜라미우는곳에이르기까지
한밤엔온통반짝이는빛
한낮엔보랏빛환한기색
저녁엔홍방울새날개소리가득한곳

나일어나이제가리.밤이나낮이나
호숫가에철썩이는낮은물결소리들리나니
한길위에서있을때나회색포도(鋪道)위에서있을때면
내마음깊숙이그물결소리들리네.

Iwillariseandgonow,andgotoInnisfree,
Andasmallcabinbuildthere,ofclayandwattlesmade;
NinebeansrowswillIhavethere,ahiveforthehoney-bee,
Andlivealoneinthebee-loudglade.

AndIshallhavesomepeacethere,forpeacecomesdroppingslow,
Droppingfromtheveilsofthemorningtowherethecricketsings;
Theremidnight’sallaglimmer,andnoonapurpleglow,
Andeveningfullofthelinner’swings.

Iwillariseandgonow,foralwaysnightandday
Ihearlakewaterlappingwithlowsoundsbytheshore;
WhileIstandontheroadway,oronthepavementsgrey,
Ihearitinthedeepheart’score.


BillDouglas(Music)
-JaneGrimes(Voc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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