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와 만나다 – 추사 디지로그

과천주암동에소재한"瓜地草堂"은추사김정희선생이말년4년여동안을거주하며예술혼을불태운곳이다.2007년에복원되어추사김정희의예술과넋을기리는명소로자리잡았다.해마다추사김정희선생을기리는다양한문화행사가과천에서열린다.올해는추사의작품세계와예술관이3D영상과춤으로재조명되었다.추사선생의예술세계와과학이만나선생이추구한작품세계를홀로스크린을이용,21세기에맞는예술로재조명했다.시공을훌쩍뛰어넘는추사의예술과고뇌의삶을재현하여순식간에작품속으로몰입하게되었다.

추사로분장한배우가객석에서무대위로천천히걸어온다.

1장난을그리며마음을맑게-不二禪蘭

영상을통해비춰지는과지초당은추사에대한우리의기억이다.그기억속에추사가현재로나와먹을갈기시작한다.추사가난을치면한잎한잎영상으로살아나고동시에무용수들이선을따라가고그움직임은다시삶의고통스런몸짓과스산한분위기를거친풀포기를그리며한폭의난초그림이완성된다.완성된난곁에추사의글도드러난다.작품속에서도현실과과거가교차되며말년을과지초당에서보낸추사에대한추억의메시지를담아낸다.

2장조선제일의학자로세-海東第一

늙은추사는젊은시절을그리워하며무대를바라본다.추사가깊은회상에빠지고과거젊은시절의추사로돌아간다.무대는홍등(紅燈)이걸려있는중국의연경(燕京)이고연경의거리풍경이춤추는무희들에의해재미있게표현된다.이어추사가젊고패기만만한춤으로젊은날의자신을과시한다.추사의송별연을그린주학연의추사전별도(秋史餞別圖)의영상속에서추사와옹방강은필담을주고받는다.추사의학문에반한중국의대학자옹방강이"經術文章","海東第一"이라는휘호를내리고격찬하며즉석에서사재지의를맺는다.

3장구름위의구름,꿈속의구름-雲外夢中

천부의재능을소유한추사는명문집안의태생으로남부러울것없이벼슬길도순탄했다.그러나그의강직한성품탓에미움과모함을당해두차례에걸친귀양살이를하였다.모든인간사가그렇다지만추사의생애는출세와고난으로극과극을이루고있다.구름밖의구름같고꿈속의꿈같은추사의생애를그가남긴시첩(詩帖)인雲外夢中의이름으로3D입체카메라워킹기법과영상을통해무대에표현된다.무당탑조명이들어오고저주가시작되며탈가면귀신들이어지럽게날아다니며추사를괴롭힌다.기둥이하나씩나타나추사를가두며둔탁한소리까지한시기를대변하며출세와고난이극과극을이룬추사의생애가파도라마처럼펼쳐진다.

4장제주가는길

천둥소리와밀려오는파도위를조각배가위태롭게밀려가고있다.추사의제주도유배길이에니메이션으로표현된다.추사를크로키촬영후배와바다영상에합성하여표현하였다.거친,파도소리와천둥소리가효과음으로깔리며가장리얼한장면이었다.배경이바뀌어무대상수에추사가엎드려있다.멀리서잔잔한파도소리가들려온다.제주도를상징하는해녀들이등장하여한바탕춤으로추사를위로하다가부축해서나간다.

5장오래도록잊지않을인연들-세한도(歲寒圖)

추사의외롭고쓸쓸한제주생활을세한도(歲寒圖)로표현한다.세한도는추사가제주도에서기거하던집으로그곳에피어있는수선화는그리운부인의영혼으로나타나추사를위로하고다시붓을잡게한다.날씨가추워진뒤에야소나무와잣나무의잎이시들지않는것은안다는세한도의뜻은깊은여운을남긴다.

孔子曰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라는
<논어>의한구절을빌어’세한도(歲寒圖)’라는말을쓰게된것이다.
"아주추운겨울이되어서야잣나무와소나무의푸르름을알수있다"는
뜻으로즉,시류나이익만을쫓지않고지조와절개를굳게지켜나가는
이상적인선비정신을의미한다.

세한도(歲寒圖·’추운시절의그림’)는소나무두그루,잣나무두그루와
초가집으로구성된담백한작품이다.그런데이그림을볼때마다범접하기어려운듯한존재감을느끼는까닭은무엇일까?(출처:1997/12/16일동아일보)

6장잘되고못되고덧없어라-불계공졸(不計工拙)

잘되고못되고를가리지않는불계공졸(不計工拙)의경지에이른추사의작품들중에서대표작인명선(茗禪),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산숭해심,유천희해(山崇海深遊天戱海),판전(板殿)의작품들이6장에서춤동작으로표현한다.마지막기력을다해판전(板殿)을완성하고사흘후추사는생을마감한다.

7장붓천자루와벼루열개를닳아없애고-마천십연(磨穿十硏)독진천호(禿盡千豪)

붓천자루와벼루열개를닳아없애고도추구하는예술의세계는끝이없다는진리를춤으로표현한다.글을쓰고또쓰고많은글들이허공을돌아무대위에서새겨지며무대는막을내린다.


추사가상적에게보낸편지

오늘도시간이내처소를
늙은개마냥쩔뚝이며느리게지나간다네
낮에는구름에걸린소나무를쳐다보았다네
문득손끝에잡히는수염이하도길어
허름한종이를깔고
녹슨가위를숫돌에갈아
끝이갈라진머리카락과수염을잘랐다네
종이위로내꿈이솔잎처럼쏟아져내렸다네
내남루한꿈으로노송한그루그렸다네

상적잘지내시는가
자네가보내준책잘읽고있다네
북경에서어렵사리구한책을보니
자네의따뜻한마음씨가
부드럽고향긋한먹내처럼
내가슴에파고든다네

오늘은바다에앉아바다를보았다네
수많은손과발로게처럼부지런히몰려드는파도는
나에겐형벌의다른이름일뿐이라네
이제는너무들추어낡아버린
사람들의얼굴을기억하려애써본다네
눈물젖은환한한양의밤을떠올려본다네

자네도제주이곳에와보면
와서눈이내리는겨울바다를보면
바다와권력이닮았다는걸알게될걸세
육지에뿌리내리기위해
저렇듯끊임없이몰려들어스스로를부셔져내리는파도를보면
조정신하들이쥐새끼같은낯으로붉고푸르게차려입고
왕궁으로몰려들어자손만세영화를꿈꾸는
그권력의허망함을생각하게된다네
그래서제주의바람에는꿈의입자들이묻어있다네
제주의바람은증폭되는야망의전조가묻어있다네
아직도내가나를놓아주지못하는증거라네

오늘은제주의젊은유생들과
실학에대해난상토론을벌였다네
나라안은천주교문제로골치를썩는다지만
아직이곳은조용하다네
젊은이들과학문을논하고
나는바닷가에와앉아있다네

이럴때면난바다속으로난사람의길을생각한다네
내유배의꿈은깊고깊어
바다에도길을만들것같네
내꿈이엄청나게거대해져천마가되어
바다를등에업고
내마음처럼설레이는이섬을
한양에내려놓고싶다네

바다에눈발이녹아드는
이런날그대와술한잔기울이며
우리바다가되어봄은어떤가
오늘저녁은자네의곧은마음을떠올리며
파도소리에허리가휜노송이나한그루그려보려한다네
내안의아직은혼탁한피로말일세
옹이마다바다의상처가엉겨붙어있다네
유배의아픈꿈이담겨있다네

내처소에서하룻밤을지새보면
움직이지못하는것들의발이
말하지못하는것들의혀가되고싶어진다네
절대고독의품안에안기면
눈과귀가꽃잎처럼열려
짐승들과바람과바다의언어를알아듣게된다네
오늘처럼내마음에태풍이몰아치는밤이면
바다가네게와서나대신울어주기도한다네

나는소나무안의바다를그리며
그바다안에햇살처럼번진
완벽한조화의힘을찾아순례자처럼떠돈다네
한양의젖은꿈들이내속눈썹을적시며밀려오고있으이
내가그린늙은소나무들이칼처럼단단한
내젊음의정신을안고
그대에게날카롭게손톱을세우며떠나간다네
나도한조각마음으로그대에게흘러가고싶다네

노송하나다시정갈하게그려본다네

사람은사람곁을떠나서야
온기를그리워하게되는것인가보네
이곳은걸어서는닿을수없는곳
나의처소에는섬사람몇이
산짐승처럼조용한발걸음으로다가와
방문앞에말린생선두어마리와
삶은감자바구니놓아두곤사라진다네
그것들을달밤에책장을넘기며먹다보면
목에온기가가시처럼걸려눈물이흐르곤한다네
따스한사람의온기에
내몸은아프게달아올라황금빛으로빛나기도한다네

밤마다나는나의꿈을놓지못하여
나는내마음에가시를키운다네
내정신이아프다네

안사람에게보낸편지

오늘집에서보낸서신과선물을받았소
당신이봄밤내내바느질했을시원한여름옷은
겨울에야도착을했고
나는당신의마음을걸치지도못하고
손에들고머리맡에병풍처럼둘러놓았소
당신이먹지않고어렵게구했을귀한반찬들은
곰팡이가슬고슬어
당신의고운이마를떠올리게하였소
내마음은썩지않는당신정성으로가득채워졌지만
그래도못내아쉬워
집앞붉은동백아래거름되라고묻어주었소
동백이불게타오르는이유는
당신눈자위처럼많이울어서일것이오

내마음에찬바람이불기시작하였소
문을열고어둠속을바라보았소
바다가마당으로몰려들어나를위로하려하오
섬에는섬의노래가있으오

내일은잘휘어진노송한그루만나러
가난한산책을오래도록즐기려하오
바람이차오
건강조심하오

…..

"추사의업적과삶을기리는일을추사가안다면얼마나좋아할까요."

"추사대신그후손들이깊이고마워하겠지요.또한죽음이육신과영혼의분리라고가정하여혼이서로교류한다면추사의혼또한알고흐뭇해할것이고요."추사의훌륭한발자취를더듬고나오며동행했던지인과나눈대화,단정할수없는말로애써삶과죽음의경계를지우고싶었다.

몇년전<시로그린세한도>라는시집을과천문화원에서출간했다.국내유명시인들의작품속에운정의졸고도실렸다.이번공연작품감상을통해추사의대한애정이더욱깊어졌다.올겨울방학에는추사선생의책과발자취를통하여그분의진정한예술세계와묵향그윽한삶의깊이와의대면을계획하고있다.

(사진:한국효문화센타에서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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