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처음처럼(양장) 저자 신영복 출판사 랜덤하우스(2007년02월0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시/에세이

작가의서문을읽으며마음이끌리던대목이그림을그리게된동기이다.저자는책을내려니삽화를그려줄화가가필요한데화가의손을빌리자면비용이만만치않다는생각에서부터그림을그리기시작했다고적고있다.그림은언어의경직된논리를부드럽게도해주고그자체가여백이되어독자들의글읽기에도움이되기도한다는말에공감한다.요즘많은책들이비슷한형태의삽화와글로엮여져있다.잘만만들면글과그림의조화로더풍성한감동을이끌어낼수있다.

작가는일반인이쉽게체험하지못한감옥이라는제한된공간에서사색의깊이를키운사람이다.깊고어둡고암울한현실을조명하여사물의근원까지침잠해든흔적이역력하다.사람이환경의동물이라고한다.아무나경험하지못할환경이만든지식인의고뇌는남다를수밖에없다.그러나고난과역경은문학적자양분이되기도한다.글에는개개인의고유한색깔이있다.그색깔을발견하는것이책읽기의즐거움일수도있다.

이책은그림을어지럽게삽입하여좋은그림과글들이제빛을보지못하고있다.저자의다른책을읽었을때보다훨씬글의내용이깊이있게전달되지않았다.너무많은그림을책한권에욕심껏삽입한엮은이의실수로볼수있다.그림만으로의미전달을해주든지그림과글을따로실었으면좋았을터이다.책의내용또한이미발표한작품들이더러있었고같은내용이중복되는글도있었다.표지와속지의품격을살리지못한편집까지못내아쉬웠다.

근래그림팸플랫을보고한마디던진적이있다.그림에선무한한메시지가읽혀야하고글에선그림이저절로그려져야좋은작품이라할수있다는말이다.평소이런지론을가진내게는복잡한그림이글을압도해버린책에서의미를찾는다는것이무리였는지모르겠다.짧은연으로된글임에도읽는내내정신의쉼을얻을수있는여백이그리웠다.책을통해쉼을얻고자하는것은바쁘게사는현대인의정서이기도하다.내용은물론이려니와잘엮어진한권의책은지친영혼을청량한샘물로인도하여맑은기운을얻게한다.

다음책을위한담백한삽화를그리고있다.나만의글과그림의개성을담은책을펴낼계획이다.이미시와산문을엮어놓은수필글또한그림을삽입해볼생각이다.끊임없이무엇인가구상하여행동으로옮기는것은흥미롭다.책제목이"처음처럼"이듯늘처음처럼글을쓰고그림을그려갈것이다.작가가살아있다는의미는글쓰는일을멈추지않는것이아니겠는가.삶은늘신비로운안개같은것,햇살이비쳐올때비로소걷히고실체가드러나는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