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며

아주오랫만에밤산책을나갔다.

초가을까지만해도자주나가앉아있곤하던공원이다.

나무들이잎들을털어내느라수런거린다.

바람이조그만건드려도우수수,

지나가는나의발자국소리에도잎을떨군다.

빨간잎,노란잎,황금잎들의빛고운잎잔치들,

봄잎이수채화라면가을잎은유화이다.

색상도향도진하게풍겨난다.

운동장엔여전히볼을차는사람들,

400m트랙을돌며건강을챙기고있는사람들이있다.

계단위를걷다가영화"메디슨카운티의다리"에

나오는로즈먼다리를연상하게만드는벤취에앉아

낮즈막이’스카브로의추억’을불러본다.

왜로즈먼다리를연상하며

스카브로의추억을흥얼거렸을까.

스카브로의추억,바로그추억에기인하였을것이다.

매디슨카운티의다리하니까아직도메모리되어있는

로즈먼다리에붙여놓은프란체스카의메모가생각난다.

에이츠의시를인용하였던구절이었다.

"흰나방이날개짓할때다시저녁식사를하고싶으시면
오늘밤일이끝난후들르세요."

늦은가을밤벤취에앉아바라보이는

동그란가로등불빛이따뜻하게마음을감싸온다.

가을은사람을센티하게이끈다.

그리운이들을더욱그립게만들고보고싶어하게도한다.

지난아름다운추억들이한꺼번에떠오르기도하여

아릿한향수에젖어든다.

떨어진나뭇잎들의범위가거의나무의크기와비례한다.

바람이불지않는다면자기몸아래떨군잎은

시나브로없어지며다음해를살아내기위한밑거름이될것이다.

천천히나뭇잎을밟아본다.조금은미안한생각을하면서…

갈잎들이나의발의무게를견디지못하고

리듬감있게바스락거린다.

‘시몬너는아는냐낙엽밟는소리를’

구르몽의시를읊으며잎과운율을공유한다.

떨어져밟히면서도상념의나래를펴주는마른잎이

이밤친구처럼정겹다.

봄부터아름다운임무를충실히마치고미련없이지는모습이

단정한성품을지닌사람과도같다.

잎지는가을저녁엔가로등불빛아래서보자.

지는잎들을비추는붉은불빛이연출하는

갈잎들의정숙한행군을바라보자.

계절이세번지나는동안어느한경점에다다라버린

나의가을에게도얼마만큼의위안을주자.

‘雲庭!그대도좋은가낙엽밟는소리가.’

[뉴욕의가을OST]

ElegyForCharlotte(GabrielYared&MirianStoc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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