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만추의은행나무길을걷는다.

노란융단이펼쳐진운치있는길,

산들바람에아가손같은은행잎들이포올폴날며지상에발을딛는다.

오랜시간공중에떠있으면서땅이얼마나그리웠을까.

이제야비로소안식의순간을맞는은행잎들이다.

푸르른날들을위한

또다른준비과정이기도하다.

내얼굴만한플라타너스갈잎이떨어져보도위에뒹군다.

아직가지않은잎새들은나뭇가지에서바람이밀어주는그네를

타며낙화지점을예측하고있다.

먼저땅에누운잎새들이무덤을만들어놓은길을걸으며

저색고운잎무덤에묻히면황홀하겠다는

생각한컷허공으로전송한다.

환경단체에서노랑거리축제를열고있었다.

나무마다詩를붙여놓기도하고지나는사람에게차도대접하며

풍물패들이공연을준비하는모습도보였다.

새사진이걸려유심히관찰을하며이름을기억했다.

잎지는나무아래서따뜻한한잔의차를마시며

마지막가을을만끽하려는사람들이황금잎파리길을

시상을떠올리며걷는다.쭉쭉뻗은나무들사이로자전거를타고지나는

정겨운사람들의모습을바라보며은행잎을한움큼휘날려본다.

눈길가는곳곳마다고운잎새소리가들려오는듯

단풍들의향연이사색의문을두드린다.

누가이가을을만들었는가.

잎새하나하나의빛깔이모두다르고모양도똑같지않은

이환상적인아름다운가을을창조하신하나님께감사를드린다.

자연을우리에게선물로주시고느끼고감상하고노래하라하신

그분께목소리높여찬양하고픈

황홀한가을날이다.

GeorgFriedrichHandelLargo

처음처럼

처음처럼(양장) 저자 신영복 출판사 랜덤하우스(2007년02월0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시/에세이

작가의서문을읽으며마음이끌리던대목이그림을그리게된동기이다.저자는책을내려니삽화를그려줄화가가필요한데화가의손을빌리자면비용이만만치않다는생각에서부터그림을그리기시작했다고적고있다.그림은언어의경직된논리를부드럽게도해주고그자체가여백이되어독자들의글읽기에도움이되기도한다는말에공감한다.요즘많은책들이비슷한형태의삽화와글로엮여져있다.잘만만들면글과그림의조화로더풍성한감동을이끌어낼수있다.

작가는일반인이쉽게체험하지못한감옥이라는제한된공간에서사색의깊이를키운사람이다.깊고어둡고암울한현실을조명하여사물의근원까지침잠해든흔적이역력하다.사람이환경의동물이라고한다.아무나경험하지못할환경이만든지식인의고뇌는남다를수밖에없다.그러나고난과역경은문학적자양분이되기도한다.글에는개개인의고유한색깔이있다.그색깔을발견하는것이책읽기의즐거움일수도있다.

이책은그림을어지럽게삽입하여좋은그림과글들이제빛을보지못하고있다.저자의다른책을읽었을때보다훨씬글의내용이깊이있게전달되지않았다.너무많은그림을책한권에욕심껏삽입한엮은이의실수로볼수있다.그림만으로의미전달을해주든지그림과글을따로실었으면좋았을터이다.책의내용또한이미발표한작품들이더러있었고같은내용이중복되는글도있었다.표지와속지의품격을살리지못한편집까지못내아쉬웠다.

근래그림팸플랫을보고한마디던진적이있다.그림에선무한한메시지가읽혀야하고글에선그림이저절로그려져야좋은작품이라할수있다는말이다.평소이런지론을가진내게는복잡한그림이글을압도해버린책에서의미를찾는다는것이무리였는지모르겠다.짧은연으로된글임에도읽는내내정신의쉼을얻을수있는여백이그리웠다.책을통해쉼을얻고자하는것은바쁘게사는현대인의정서이기도하다.내용은물론이려니와잘엮어진한권의책은지친영혼을청량한샘물로인도하여맑은기운을얻게한다.

다음책을위한담백한삽화를그리고있다.나만의글과그림의개성을담은책을펴낼계획이다.이미시와산문을엮어놓은수필글또한그림을삽입해볼생각이다.끊임없이무엇인가구상하여행동으로옮기는것은흥미롭다.책제목이"처음처럼"이듯늘처음처럼글을쓰고그림을그려갈것이다.작가가살아있다는의미는글쓰는일을멈추지않는것이아니겠는가.삶은늘신비로운안개같은것,햇살이비쳐올때비로소걷히고실체가드러나는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