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제주도에서첫눈통신이전해지더니남부지방에서도눈소식이들려왔다.새녘하늘에어둠살이비쳐들기시작하더니미처제길을가지못한갈잎위에첫눈이내리기시작한다.드디어내사는마을에도첫눈이오시는것이다.첫눈치고는제법소담스런함박눈이다.’첫’의청신함은언제나사람들의마음을설레게한다.첫눈이내리면먼마을냄새가옷깃에배인반가운손님이오실것만같은기다림에달뜬마음이쉽게가라앉지않는다.저눈속을어린아이의동심을지닌사람과오래오래걸었으면좋겠다.첫눈을기다리며제모습키워온달처럼동그란그리움의발자국을또박또박남기고싶다.

눈은가난한산골연이네마당에도내리고욕심많은부자의고래등같은지붕에도차별없이내린다.기차가지나는조그만간이역사에서눈처럼순결하고순한눈매를지닌사람들과바쁠것없이앉아서속내를드러내놓고사는이야기를도란도란나누고싶다.질박한옹기그릇같은이야기에귀를기울이다보면미소한국자쯤보태고싶어질것이다.온기가사람들의마음까지녹여주는무쇠난로에서는장작타는냄새향기로울것이며혹여마음좋은역장이고구마몇개난로위에올려놓으면이야기처럼달콤하게속살이익어가리라.간이역창밖으로보이는산에도들에도서설과도같은첫눈이송이송이축복처럼쌓여가리라.

저높은우주에서지상에당도한함박눈을온몸으로받으며개울은신비로운광경에숨을죽이며느리게흐르고있다.꽃대를밀어올리다가서리맞아애처로이고개를숙인풀꽃대궁위에도눈이쌓여간다.’국화꽃저버린겨울뜨락에창열면하얗게무서리내리고…….’무서리내린지오래고이제첫눈이오고있지만이맘때면자주읊조리는’고향의노래’를나직이불러본다.지금쯤조개껍질을엎어놓은듯한고향집초가지붕위에도흰눈소복이쌓여가겠지.굴뚝에는저녁짓는연기설풋한기억처럼뒤란에내려앉으며설화같은내유년의이야기를풀어내리라.

고향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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