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퀸

댄싱퀸이라고하여혹맘마미아의후속편이나왔나했다.예상과는달리오랜만에가슴이확트이는감동적인영화를감상하였다.초등학교시절전학온정민역(황정민)의자리배정을놓고정화역(엄정화)등같은반아이들이담임의방법이민주적이아니라는논란이일어난다.하교후두사람은한집에서살고있다는것을알게된다.그리고,대학시절뜻밖의지하철성추행사건으로다시만나게되어결혼까지이르게된다.법대를졸업하고인권변호사가된정민은이렇다할수입도없어집세가오르면처가에서도움을받기도하며살아간다.딸하나를키우며아내인정화가에어로빅강사로생계를꾸려가는소시민의가정이다.

정민은성격이좋고인간미를지닌사람이다.편법을써서돈을벌려고한다거나잔머리를굴리지않는다.어느날정민은술취한남자가철로로떨어진것을보고안타까워하다가누군가에게떠밀려그를구한다.언론에‘용감한시민’으로대서특필이되고,기자들이집으로몰려오기도한다.정화를처음만나던날,길을가다가시위대에끼어들어최루탄을피해달아나다가찍힌사진이묘하게‘민주투사’로오보되기도하며코믹한인생이펼쳐진다.현실성이결여된약간의무리한설정으로자연스럽지못한부분이기도하다.

어느날정화는어린딸이외할머니께“엄마처럼살지않겠다”는말을듣고충격을받아자신의꿈을펼쳐본다.왕년에신촌의마돈나라는별명을가졌던댄스의여왕답게댄스가수를꿈꾸고친구와슈퍼스타K에도전하나떨어진다.결혼전명함을건네주었던매니저이한위에게발견되어예비댄스가수그룹에합류하여연습에몰두한다.남편에겐말할기회를놓친채,아니차마말할수가없어긴장과스릴속에서꿈을키워간다.결말이분명한관습적영화로짜임새가탄탄한내러티브narrative사이자연스럽게스민새콤달콤한양념맛인정치풍자와코믹연기,춤과음악이관객과가슴이상쾌한소통을이어주고있다.

참신한인물을찾던국회의원친구종찬의권유로정민은정치계에입문하게된다.경선출마TV토론에서저출산문제를돈으로해결할수있다는공약을내세우는두후보와는달리분유한통값을정확하게언급하며서민들의피부에와닿는직접적이고현실적인문제거론하여유권자들의공감대를이끌어낸다.비록기성정치인들처럼격조있는어휘에사탕발림을못하지만촌스러운듯직설적이고진정어린말이오히려유권자들의마음을휘어잡는다.“나도내가세상을바꿀수있을줄알았지.그런데막상정치에입문해보니순그런인간들뿐인거야.지식은있는데가슴은없는사람들”종찬의멘트는정치인들의현주소를직시하게한다.

전당대회를하루앞두고정민의지지도가상승곡선을타고있는데정화가댄스를연습하는장면,매니저와만나는현장이담긴사진을입수하게된다.친구종찬까지사퇴종용을하는데도정민의배짱이대단하다.아내를찾아가포기하지않으면답은자명하다며이혼을선언한다.힘들여준비해온꿈이다.“당신꿈만꿈이고내꿈은아무것도아냐?우리연우가평생꿈도없이한남자뒷바라지만하고살았으면좋겠어?”수긍하지않는다.당연하다.아내,엄마에게도꿈이있으니까.준비해온꿈을펼치기도전에포기란말이안되는것이다.

정민은전당대회에서기득권을앞세운권력의암투에휘말리게되고상대후보가입수한사진을공개하며또다시거세게사퇴를강요받는다.급기야는얼굴에밀가루와계란세례를받는다.당황한종찬은얼굴을닦아주며미안해한다.아내에게꿈을포기하길권하다가결국은갈라서자고말했던정민이사퇴의사를밝히려는찰나댄스복차림의정화가나타나용기를북돋아준다.정민은이제진정으로아내를이해하는입장에서다시말을시작한다.“제아내는왕년에신촌마돈나였습니다.댄스가수는그녀의꿈입니다.비록보이기는날라리처럼보이지만우리가족을위해열심히살아온사람입니다.가족은다스려야할존재가아닙니다.시민도마찬가지라고생각합니다.시민은함께손을잡고희망을찾아야할우리가족입니다”우레와같은박수,당연히해피엔딩이다.

시대가요구하는것은시장부인이라고정숙한여인만이아니라는즐거운상상력을끌어들이고있다.황정민의노련한연기와댄스가수출신인엄정화의연기는척척잘들어맞는찰떡궁합이다.온몸으로끼를발산하는엄정화의매력에흠뻑빠질수있었다.정민그는기성정치인들의위선적인말과행동을통쾌하게뒤엎어버린진정한사람의모습을유감없이보여주었다.4월의대선과총선을앞두고시의적절하게개봉된이영화를기성정치인들이보고유권자들의가슴을움직이는것이무엇인지심층적으로분석하여지킬수있는진실성있는공약과더불어공약은반드시지켜나가는사람들로거듭나국민앞에서야한다.그리고,정치인이전에진정한사람이되어야한다.가족의소중함,부부간의꿈을서로존중하며이루도록도와주는마음,국민이바라는바람직한정치상이무엇인가를시사해주는영화이다.

만월

달이무척밝다.한점구름없는맑은밤하늘.나목들이일렬로줄지어서있는뒷동산위로둥실떠오르는달을보니고향생각이절로난다.물속의달을따려고뛰어들다죽었다는당나라시인이백은물에비친달에서혹임의얼굴을본것은아니었을까궁금하다.내게달이란고향을상징하는영원한향수로자리하고있다.전래동요중에’달아달아밝은달아이태백이놀던달아저기저기저달속에계수나무박혔으니‘라는가사가있다.달속에계수나무가있고방아를찧고있는토끼가있다는말을흑백부분을맞춰가며사실이라믿었던시절이있었다.

아홉짐의나무를하고아홉가지나물에아홉번오곡밥을먹고귀밝이술인이명주(耳明酒)를마신다는대보름을하루남겨둔밤,우리들은너나없이바가지를들고나물과밥을얻으러다녔다.이집저집에서가져온잡곡밥과나물을바가지에쓱쓱비벼먹던풍습은정겨운추억중하나이다.

새벽에어머니께선큰옹기시루에찹쌀과팥을섞어찰밥을가득쪄두고마당에불을피운후우릴부르셨다.한해동안무병안녕을기원하며각자나이대로가랫불을넘으라는것이다.
"가래넘세가래넘세"
어머니가먼저불을넘으시는데펄럭거리는치맛자락에불이붙을까봐마음을졸였다.오빠와내가다넘을때까지잠꾸러기작은언니는아무런기척이없다.보름전날밤잠을자면눈썹이희어진다는데보름날아침,언니의눈썹이정말하얗게변해있었다.그후로도이태나보름날아침이면언니의하얀눈썹을볼수있었다.잠이많은작은언니를놀래주려고어머니의각본,오빠의연출로그리된것을나중에알게되었지만어린마음에그말을믿고눈을비비며잠들지않으려애를썼다.

보름날아침조반을먹으며어머니는더위팔기를알려주셨다.누가부르면"내더위"라고먼저해야올여름더위를타지않는다고하시면서.내가먼저더위를팔리라다짐하고탱자나무울너머로숙희네집을기웃거렸다.
숙희도아침을먹었는지막대문을나서고있었다.반가움에
"숙희야?"

불렀더니
"내더위"
"에구머니나!!"
어머니가단단히이르셨건만잠깐의방심으로숙희의더위를몽땅사버리고발을동동구르며속상해했다.

보름달이떠오르면동네에서가장넓은우리집앞마당에선매년강강수월래가열린다.머리를땋아댕기로묶어색색의고운한복을입고원을그리며도는언니들이몹시부러워나도얼른자라언니들처럼하고싶었다.그때의노랫소리가대보름추억과함께아련히들려온다.
"달떠온다.달떠온다."
"강강수월래"
"뒷동산위로달떠온다."
"강강수월래"
설소리를따라강강수월래를외치던언니들과신이나서함께돌고있는데오빠가부른다.
"숙아우리쥐불놀이갈래?"
"정말?"
"응.따라와."
평소에는따라다니는내가귀찮아거짓말을하며따돌리던오빠가오후에방앗간에몰래들어가기름찌꺼기를깡통에넣어두었다며뒤꼍에서가지고와하나를건네준다.강둑에는벌써아이들이많이나와있었다.불쏘시개를넣어빙빙돌리다불이붙으면허옇게말라버석거리는풀위에불을논다.둑여기저기서불이타면서피어오르는연기에함성을지르며콧구멍이까맣게될때까지쥐불놀이를하고놀았다.

보름이지난후에는광안의쌀독,장독,사랑방의나락가마위에도커다란김밥이올려져있었다.풍년을기원하는대보름풍습이었던것같다.시루에가득담긴찹쌀밥은여러날을두고먹어도물리지않았다.지금은별식으로보리밥을해먹지만그시절엔거의모든집의주식이보리였기에보름날먹는찹쌀밥이별미중별미였다.

다시돌아갈수없는시절의추억들이나목에새순돋듯새롭다.전원에서자란사람은자연에대한사색도,느끼고공감하는정서도다르다.정보화사회의변화를외면할순없지만컴퓨터문화에만길들여져가는아이를보며자못걱정이된다.아이의마음의뜨락에는어떤정서가자리하고있을까?

5년 내 일어날 5대 기술혁신

 

IBM이발표한’향후5년내일어날5대기술혁신(IBMFiveinFive)’을들여다보면입이따벌어진다.
 

무엇보다‘비밀번호‘가이제필요없게된다는데아주솔깃해진다.안면인식,레티놀스캔,음성파일등개인의생체데이터가소프트웨어를통해저장되어개개인의DNA기반의고유한온라인비밀번호가만들어져사용될것이라한다.

영화의한장면처럼ATM기기에자신의이름을말하거나망막을인식하는소형센서를쳐다보는것만으로현금을안전하게인출할수있게된다니신기할것도같다.같은방식으로휴대폰이나태블릿에서도계좌조회와같은일을할수있으니편리함은따논당상이다.그동안’비밀번호’가헷갈려곤욕을치르거나낭패를당한일이한두번이아니어서다.
 

생활속운동에너지를재생에너지로사용하게된다는점도반갑긴마찬가지다.우리들이타고다니는자전거바퀴에소형기기를부착해페달을밟을때배터리를충전하면자전거를타고목적지까지도달할수있게하는동시에집안에있는전등에전력까지공급할것이라한다.
 

걷기,조깅,컴퓨터에서발생하는열,심지어파이프를통해흐르는물등을이용하는것도가능하단다.재생가능한에너지기술의진보를통해현재낭비되고있는운동에너지를수집하고,이를가정과직장및도시의에너지공급에활용하게된다고하니그저놀라울따름이다.

 

게다가인간의두뇌를컴퓨터나스마트폰과같은단말기에연결하는방법도연구하고있다는것이다.
 

어떤물리적인행동없이사람들의얼굴표정과흥분,집중도,생각등을인식하고,전기적인두뇌활동을읽을수있는진보된센서가탑재된헤드셋개발이바로그것이다.이것이성공하면누군가와전화하겠다는생각만해도전화가걸리고,생각만으로도컴퓨터화면의커서를실제로움직일수있게된다.
 

수십년동안공상과학소설에서나볼수있었던독심술이실제로실현된다는얘기나다름없다.그것도향후5년이내에이러한기능을갖춘초기단계의애플리케이션이선보이게될것이라하니경이롭다.

 

난치병인중풍의재활치료나자폐증과같은뇌장애연구에큰진전이있겠다는기대감에앞서더이상선의의거짓말도통하지않는상황에이를수도있겠다는생각에미치니두려움마저생긴다.
 

이미일상에깊숙이침투한소셜네트워크나온라인선호도등과같은다양한요인들을분석해개개인에게꼭필요한유용한정보를제공하는실시간분석기술도등장해골치아픈스팸메일처리문제를말끔히해소할것이라한다.
 

더불어모바일기술의발전으로’정보격차’도더이상존재하지않게될가능성이커진다.언제어디서나모바일기술을통해필요한정보를얻을수있으니정보를가진자나가지지못한자나매한가지라는얘기다.

어쩜’지식’의개념자체가바뀔지도모를일이다.그러고보니미국정보기술(IT)전문지’와이어드(Wired)’의칼럼니스트인브라이언첸이쓴’올웨이즈온(AlwaysOn)‘,즉’상시접속의시대’에꼭들어맞는사회가만들어지는셈이다.
 

우리도어느새온라인네트워크에서만나는’가상의만남’이일상화되면서버스안이든KTX안이든,심지어엘리베이터안에서조차하나같이인터넷에접속해무언가끊임없이주고받는모습이정형화되고있다.

 

주변의풍경을잃어버리고,사색조차멀어져스스로를망각케하는이같은일들을좋아해야하는건지아니면슬퍼해야하는건지조차이젠헷갈린다.
 

문제는이러한변화가아직전주곡에불과하다는점이다.앞으로어떠한가능성이더열릴지예측조차어렵다는데고민의깊이가더해진다.

인터넷과항상연결되는’커넥티드(connected)사회’가더욱가속화되면개인의사생활은말할것도없고’은둔의장소’마저사라져버릴수도있다는목소리도갈수록커진다.행여사회적책무를소홀히하는풍토가확산되지않을까걱정을하는부류도많다.
 

어쨌든기성세대로서받아들이기불편한진실이수두룩하지만그래도다가올’낯선’문턱이매력적일것이라는믿음만은갖고싶다.

사랑 두 글자만 쓰다가 다 닳은 연필

사랑두글자만쓰다가다닳은연필(양장) 저자 이외수(oisoo) 출판사 해냄출판사(2007년12월1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시/에세이

사랑은인류공통의언어다.신이완성한것도사랑이다.사람은사랑을하고받길원하며그안에서성숙되어가는존재다.이외수,그를다시금언어의연금술사라고말하게된다.그가어느날갑자기뛰어난글쟁이가되었을까.아니다.글을잘쓰기위하여엄청난희생의대가를치룬사람이다.글의행간에그사연이오롯이자리하고있다.세상을초탈한사람처럼시야가넓고깊다.근시안에서벗어나라고끊임없이주문한다.나이와상관없는감성이마음의갈피를부드럽게일구어놓는다.

자조적호소와은자의지혜가관조적인삶으로이어지는그만의독특한글향을내뿜는다.학술서적이아닌한,한권의책에는개인의철학과종교와삶의색채가담기기마련이다.흰종이에파종한글의씨앗,그고랑을따라가며종자의근원을더듬고오감으로느끼며삶에동참하는즐거움이독서에있다.나와다른가슴을지닌이의사고를여행하는즐거움과비교,검토하며성찰해보는일도필요하다.그의세상을향한거침없는일갈이카타르시스를제공하기도한다.

“땅이마르면물이고이지않은것처럼가슴이마르면사랑이고이지않는다는사실을알라.사랑의힘으로풀리지않은자물쇠란이세상에는단한가지도없다.지혜는스스로버리면서얻는것이다.행복이란세상만사를모두아름답게보는마음에서비롯된다.신이어떤사람에게값진것을주려고작정했을때반드시살과뼈를깎이는아픔부터먼저주는법이리니,고통은하늘이그대를더욱선량한재목으로키우기위해선택한스승이다.진실로인간을퇴보시키는것은퇴폐주의가아니라이기주의다.자연그대로에서얻어진음식은오직신의사랑한가지만이들어있기때문에훌륭하다.풀한포기,벌레한마리도모두조물주가저술한아름다운한권의책이다.슬픔이깊으면자연을벗하라.우리가아름다운음악을듣고마음이흔들리는것은우리가한때아름다운음악이었기때문이다.산을마주하면산하고나이가같아지고강을마주하면강하고나이가같아진다.예술이란육신의눈보다는영혼의눈을필요로하는분야라고할수있다.시인은시가세상을썩지않게만드는최상의방부제라고생각한다.우리모두가한줄의시가되자.더이상때묻지말기로하자.도덕은난지도로캠핑보내고양심은소록도로요양을보내버린사람들이허다하다.머리를쓰면서살아가는인생보다마음을쓰면서살아가는인생들이훨씬아름답다.만물을사랑하여나를버리려고애쓰는자는저절로그영혼이청명하게된다.강한것을이기는것은부드러운것이고부드러운것을이기는것은고요한것이다.나하나의마음이탁해지면온우주가탁해진다.”(책전문에서발췌)

자연과인간의공생공존을끊임없이강조한다.작은것의소중함을잊지말라한다.풀꽃한송이와눈높이를맞추어대화를나누라고주문한다.그러면세상이보인단다.바른물질관,삶과죽음,죽음너머까지도생각하며살라한다.감탄을쏟아붓게만드는시적표현들이감성을자극한다.감성과이성의조화,물줄기를그리듯자유자재로휘둘러대는언어의유희,막힘없이마음껏부려쓰는단어들에서그의인기를가늠하게된다.자연과의합일속에서오직글에만몰두할수있는그가부럽다.그러나간혹‘-자’의청유형종결어미에서은연중독자를설득하는듯한외압적느낌을갖게된다.표현은조금다르나비슷한내용의글이더러중복된점도지적하고싶다.작가의손을떠나면독자에게서해석되어지는것이글이니어떤비평이따른다하여도겸허히귀를기울여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