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은 책보다 冊으로 쓰고 싶다

책만은책보다책으로쓰고싶다 저자 이태준,박진숙 출판사 예옥(2008년11월2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시/에세이

상허이태준의산문집이다.무서록과잡지,신문에실린원고들을엮었다.이태준이활동했던1930년,그시대의사회상이나생활상이투영되어시대를거슬러간접체험을할수있었다.남다른심미안과열정을지녔던소설가이태준은월북후“구인회”활동의반동성과전쟁기소설의친미적성향이문제되어숙청된후남의글을사식하는문선공으로전락하였다.비운을안은채역사의피안으로사라진안타까운사연을지닌이태준,나와는’문장강화’로첫대면을하게되었다.문장강화는풍부한예시문을통해글쓰기에대해곡진하고진지하게강론한매우유익한책이다.학부시절한국근대작가론에서이태준론을탐구할기회가있었다.누구보다도근대문학에대하여충실히고민했던작가였다.또한당대에비판을받았던이상과박태원의작품을이태준만은이해해주고격려해주었다는일화가유명하며,그의문학에대한놀라운식견으로두사람의작품이한국문학사에등재될수있었다한다.

이책의古文에선청향한향기가우러난다.책을冊이라고쓸때의책다움과아름다움을표정고운소녀,한그윽한눈매를보이는젊은미망인,冊은물질이상이며세수를할줄모르는미인이라표현한다.예스런멋이우러나는내용들을따라가노라니혼자서도고담준론이가능하구나싶다.그가만난동서양문헌들의단상과유유자적한삶의편린들을쫒다보니나또한한없이느릿느릿책갈피를넘기게된다.한가함으로드는망중한,몇템포쯤느리게살고싶어진다.바쁘다고종종거렸던일들이내삶에꼭필요한것이었는지물음표를던져본다.일찍어머니를잃은슬픔이원망으로나타나던어린시절은무척이나서럽게다가온다.진달래개나리가휘들어진봄날이죽음의곡소리와대비되어묵직한슬픔을자아내고,모래를모새,백노지등강원도출신임에도내고향방언과동일하게구사하여노스탤지아로시간을돌려놓는다.

귀와눈은슬픈것을잘기억하는가보다.“사람은왜고요할때슬픈가.열번웃은것은잊을수가있되한번눈물흘린것은잊어버리지못하는,슬픔을기억하는천재가있나보다.”라고한다.상허는일찍부모를잃고어릴적에도불우한삶을살았다.사람사는일이비슷하여고향을떠나고돌아오며적은소회는동병상련으로가슴이찡하다.상허의성북동옛집의수연산방은무서록“목수들”에실린이야기의터다.건물은그속에사는사람들의교양,취미모든인격을더표현하는존재라고했던그가얼마나심혈을기울여지었는지궁금하다.새로이발굴된수필’백일몽’은만물의생장때인여름을절절하게찬미하는글이다.완당의글씨를모사해보니그의필력,필의,필후에더깊이빠져들더라는것,난초가피었다고가람선생이초대하여지용과난꽃을감상했던선비적인면모의풍류를본다.정지용시인은웃음소리가맑은사람이라고적고있다.엄설한에핀난초의아취를완상하는섬세한내면에서문장파작가들과의교류에서누리는소소한즐거움을발견한다.’파초’에선오원에팔라는사람의질긴청을물리치고미닫이방앞에두고바라보는그의청안한마음에동조하게된다.현대평론에도향의추도문을여름밤힘겹게써서보냈는데잃어버려다하여다시쓰게되었다는아날로그방식의원고쓰기,신문,잡지에서스크랩하지않아분실된작품등,지금과는다른어려움을겪었던이야기들을통해“잃어버려도울지않고,몸부림치지않고는견딜수없는작품을써야옳을것이다”는말은작가라면마땅히새겨야할대목이다.

백제가요정읍사를재미있게해석하며“고전을완전히느끼기전에해석부터가지려함은고전에의틈입자임을면치못하리니고전의고전다운맛은알바아니요먼저느낄바로라생각한다.”는부분도수긍하게된다.문장이일제의강압으로폐간되자문장의편집인및발행인이었던상허는강원도안협으로낙향하여나라가광복되기까지붓을꺾고살기도했었다.그엄혹함과지난한시절을고완과낚시질로견디었다고한다.그가수장으로있으면서청록파등굵직한문인들을배출시킨’문장’의성격에대해되짚어본다.문장은일제의계획적인민족문화말상정책속에서만들어졌으며,우리민족의잊혀져가는고전을발굴하고주석에힘쓰는등민족문학의계승및발전을위해많은노력을한문학지이다.문장의편집진들이추구한지향점은광포한군국주의와포악한민족정신의말살정책에맞선‘전통주의적정신주의’와‘문화적민족주위’라고귀결지을수있다.이는실학파의법고창신法古創新,탁고개제托古改制의정신을계승하려고노력한것으로도파악된다.한편으로는민족문화사의단절을막아보려는고육지책일수도있으며,난세극복의혜안일수도있다고보여진다.

상허가어쩌다월북을하게되었는지평론가들이작품을분석하며내놓은결과중하나는그의식민지시대의순문학적인측면과광복후,정치활동을관통한일관된원리는“낭만적동경”으로보고있다.한개인의사상과이념은복잡미묘한요소들이얽혀있어함부로용단하긴어렵다.다만,보여지는행동이나글에서유추할뿐이다.월북후문학적성과조차말살당하고마지막을어디서맞았는지조차알수없는등상허의말년은너무불행했다.해금이후그의문학이많은사랑을받고있는듯하여그나마다행이다.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지만,산문으로서전달해주어야할생생한현대사회상이아니라선지21세기앞선사고와의조우가아쉬웠다고나할까.궂이지적하자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