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산책이 기다려진다

저녁식사는별다른일이없는한6시정도에마친다.7시가지나면산보에나선다.은비와보폭을맞춰말없이걷다보니오래전읽었던파트리스쥐스킨트의’좀머씨이야기’가떠오른다.은둔자로살고있는작가자신을그린거라고도하는데간섭받기싫어하는현대인의심리를다룬글이었다.한편으로인간의근원적인고독에대하여성찰케하기도했다.한시간여산책길에주위의동식물,곤충들과교감하며지나노라면어느땐작품구상도자연스레떠오른다.은비는시각보다는후각을주로많이쓴다.친구가영역표시를해둔곳에이르러서는꼭쉬하는포즈를취한다.

개울가에는억새가가을을준비하느라쑥대와함께쑥쑥자란다.크로버는여전히밥풀꽃을매달고,가을에피는개미취류의흰꽃과쑥부쟁이과의보랏빛꽃도피었다.다리아래쯤이르자개울건너버드나무에서찌이찌이산솔새소리곱다.오른쪽살구나무에선제딴에는노래를잘한다는것인지매미의불협화음에귀가따갑다.쉬잇!~하니알아듣는듯조용해진다.해가지자고추잠자리떼가개울물가까이날며날개에물을적시기도하며더위를식힌다.어느새새끼인지어미인지구별할수없을정도로자란청둥오리들은바위에앉아털을정돈하기도하며저녁을맞는다.왜가리도물위를천천히걷는다.한발로서있을때는꼭비오는날도롱이를걸친농부의포즈같다.

30분을걸으면구름화장실이나온다.계단을20개올라가낮은언덕에위치하고있는데깨끗하고비누거품이채워져있는공중화장실이다.그곳에서유턴해서돌아온다.두번째찻길아래를지나다알수없는벌레에게팔을깨물렸다.메뚜기같기도한벌레가팔을스쳤는데약간발갛더니가렵다.그근처에거미한마리가사는지내가올때쯤이면거미줄을쳐두어얼굴이나손목을휘감는다.미물들에게도질서가있다.매미의차례는지나고풀벌레소리뚜루뚜루낮게깔린다.자전거에아내를태우고지나는남자가가을기다림을노래하더니돌아가는길엔강촌에살고싶다는나즉한목소리를흘린다.두사람의첫사랑을회상하며그리워하는지낭만을아는사람이다.산책길에만나지는자연과의호흡이자연에대한외경심을일깨워준다.날마다좋은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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