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울타리엔 경계가 없다

    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雲丁최연숙


    부팅!
    질량이다른것들모여
    각기다른신호음을낸다

    감자껍질을깎아내다
    무심코
    버려지는것들을생각한다
    소멸된것들에
    주어진시간을어림해보다
    고향뒤란늘그자리에걸려있는
    기억그물을꺼내본다
    검불을떼고털어내
    기억을넘나들며그물코를빠져나간
    시간을건져올린다

    아득히
    매캐한모깃불생쑥타는연기
    하늘에서내눈에서
    별눈물쏟아져
    동그란멍석위
    내동생숟가락위에
    수제비미끄럼태우며
    빈숟가락만
    분주하게들락거리는여름저녁
    반쪽달은
    문틈사이로몸디밀어
    물항아리속에앉아제몸둥글리고

    나는은하를건너는북두칠성으로
    그여름밤을떠담으며
    컴퓨터가보여주는
    네모창으로
    세상을엿보고있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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