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저자
최문희
출판사
다산책방(2011년10월1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허난설헌은조선중기의시인이다.조선조는유교적인통치이념사회로小學에나타난왕촉의"忠臣은不事二君하고烈女는不更二夫한다."만보아도중세적인남녀관을파악할수있다.난설헌은여자에게는글을가르치지않았던엄혹한시대에명문가에서태어났다.도교를공부한아버지허엽의슬하에서오빠인허봉과허균사이에서자유롭게글을배웠고,삼당시인중한사람인손곡이달에게서시를배웠다.개방적이고남녀차별이없는집안에서재능을인정해준가족들덕분에마음껏시를쓰고꿈을키워나가며유년시절을보냈다.따라서,여자는이름조차없었던그시대에이름은허초희,자는경번,난을좋아했던그녀가직접지었다고전해지는당호난설헌으로당당히이름을남겼다.
소설은난설헌의혼례준비부터시작되고있다.질척한빗속에서그려지는함받는날과혼례는시작부터가험난한결혼생활을예고하고있다.예나지금이나혼사나중요한일을앞두고생기는일에의미를부여하는주술적인태도들은여전하다.난설헌의생애를이미알고있는작가로서는그녀의불행한결혼생활을상징하는매개물을비雨로설정하여상서로운것과는먼것임을나타낸다.
난설헌이8살때광한전에백옥루를새로짓는데그궁전의상량문을지었다고한다.한문원본은아니지만8살아이가지은것이라곤믿기지않을정도다.난설헌의작품중절반가량은선계에대한동경과도가적인분위기를띤속세를떠나고싶은심정을읊은시인데,태평광기나두목지등중국작품의영향을받은듯하다.고죽최경창과이달의문화생으로난설헌의사랑방에기거하던소실출신인최순치는난설헌을연모하여후미진별당담장너머에서동백꽃,부용꽃으로화관을엮어건네주며마음을전하지만이룰수없는안타까운사랑으로마감한다.
난설헌이김성립과결혼당시조선에서는남자가처가에들어와서사는제도가아닌여자가시댁에들어가서살게되는친영제親迎制가도입된다.친영이란혼례의육례六禮가운데하나로신랑이신부를친히맞는의식을말한다.시댁으로들어간첫날부터난설헌은혹독한시집살이와외출금지등규방에갇혀폐쇄적인삶을영위하게되고,견고한가부장제의벽에부딪힌다.남편김성립은번번이과거에낙방하며난설헌의시심까지도질투하며열등감을갖는다.신혼초부터기생집을전전하며방탕한생활을하다가종내는첩을집안으로들이기까지한다.활화산처럼터져나오는시혼을어찌견딜수가있었을까.외로움을달래며시를쓰다가들켜서시어머니에게구박을받는다.아내로서의여성은출산을위한도구나남편의욕구충족을위한수단으로전락했던시대,여성의부정은형법으로다스리고축첩제등남성들에게는일방적이라할수있는관대한남녀관으로난설헌이겪었을고통을미루어짐작케된다.외갓집에가있는동안잠시최순치를만났다하여자식까지도난설헌에게서빼앗아시어머니가키우다병으로생명이위태로운지경에가서야데려다준다.결국두아이는죽음에이르고만다.그후난설헌은삶의의욕을잃어버린다.아버지허엽의객사,오빠허봉의갑산유배등도난설헌의마음의지지대가허물어지는데한몫을한다.죽음을예견한시를남긴후곡기를끊고결혼12년27세의꽃다운나이로한맺힌생을마감한다.
소설난설헌은제1회혼불문학상수상작이다.일인칭서술자시점인난설헌은디테일한묘사와간결한문체가돋보인다.역사적사실에기댄허구이지만책을읽는동안시공간을뛰어넘어허난설헌의삶과조우하였다.유교사회인조선에서여자이기에인정받지못했던그녀의작품들,오죽하면임종전에모두불태워달라고했겠는가.혼인이나재혼제도에관하여서도여성들에게가혹하리만치제재를가한사실이역사와글을통해드러나고,삼종지도,여필종부,남존여비,칠거지악등사상이얼마나여성들을옥죄었는지,그녀의작품이빛을보지못한것은어쩌면당연하다하겠다."나에게는세가지한이있다.여자로태어난것,조선에서태어난것,그리고남편의아내가된것."이라고할만큼자의식이강한그녀에게유교적관습은치명적인굴레가되었을것이다.
조선조에생겨난‘남녀칠세부동석’이란말을내가어릴적에도듣고자랐으니남여유별의강조가어떠했는지알만하다.그로부터536년후2013년,우리나라에여성대통령이탄생했으니5세기가지난오늘날여권女權의엄청난차이를피부로느낀다.책을읽고시혼을펼치는일이자유로운이때에조선의페미니스트난설헌의못다이룬꿈이,요절한생이가엾기만하다.
허난설헌의친필글씨와앙간비금도(仰看飛禽圖)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
난설헌의필체
허난설헌과두자녀의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