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여성극작가전- ‘그때 그 사람들’

마음으로부터시작된봄이공연문화의갈증을불러온다."제1회여성극작가전"이라는타이틀에도필이꽂힌듯하다.여성연극협회20주년기념1세대여성극작가들과1.5세대의여성연출가의만남첫작품인’그때그사람들’은일제강점기질곡의삶을살았던우리민족의이야기다.현재-과거-현재순의구성이다.막이오르고어르신들과함께하는3.1절기념행사인’은빛가요제’가열린다.출연자는사회복지관에서살고있는노인들,그가운데는주인공인철호와석화도있다.철호는노래를하고석화는소월의’초혼’을읊는다.눈이보이지않는철호는시낭송을들으며석화임을알아차린다.암울했던시절철호가그리울때면초혼을읊는다던석화의말을기억하고있었던것이다.

2막부터는1944년일제의통제가극에달해강제징병제,조선어사용금지,위안부등으로우리민족이극한고통을받던시기이다.일제의폭앞앞에아무힘이없는조선인들의부평초같은삶이재현된다.경찰과일제끄나풀의감시로숨어지내야하고인간취급도받지못한조선인의삶은그야말로피폐한삶이다.만주로건너가나라의독립을위해일하는독립군들,징용으로끌려간사람들,군수공장에취직시켜준다고강제로끌고가위안부가된사람,석화도그중하나다.석화는가족의풍전등화같은상황을모면하기위해사랑하는철호를떠나일본으로갔다.국권을상실한나라의청춘남여는사랑마져도나라를위해포기해야만했다.광복과한국전쟁,4,19,5,18등한국역사의소용돌이를거쳐오며일제침략과전쟁의휴유증으로우리주위에는아직도그상처가아물지않아힘들게사는사람들이많다.

그리고2013년현재,노인이된철호와석화는얼싸안고한없이운다.철호는군수공장으로끌려가폭탄이터져실명하게되었고,석화는위안부였던자신의삶을드러내지못하고한번만이라도철호를만나고싶었노라고고백한다.타의에의해역사의희생양이된그사람들에게우리사회는얼만큼이나아픔에동참해주었던가돌아보게된다.그들의고통스런삶이발판이되어오늘의우리가있는것이다.주인공석화의경우처럼위안부사건만하더라도만천하에드러났음에도일본은아직도여전히무책임한태도로일관하고있어문제해결의실마리가보이지않는다.나라를위해개인의삶을희생할수밖에없었던그때그사람들의아픔을우리모두의아픔으로보듬어안아야한다.또한일본의반성과보상을이끌어냄으로남은생을조금이라도마음편하게해드려야한다.그러나지난대선을통해드러난이나라의현주소는구,신세대의반목과단절이여실히드러났다.뿌리없는나무가없듯이우리나라의현재가있기까지피땀흘려이땅을지켜온우리선조들의공로를인정하는데서부터새역사가시작되어야한다.

연극은사무엘베케트의’고도를기다리며’가가장인상에남는다.’그때그사람들’은집약희곡으로서종합극에가깝다.사상이나관념,정서등이극중인물들을통해잘전달되어감동을주었다.다만,일정한역을맡은배우가해설를통해역사적배경을정리해주었는데조금은불필요한친절로보이기도했다.연극기호학자인안느위베르스펠트는희곡을가리켜’구멍뚫린텍스트’라고했다."희곡은상연을통해서그리고가상의무대를설계해가는독자들의연극적상상력과능동적인참여를통해서메워져야하는텍스트"인것이다.’그때그사람들’에선도입부에서배우와관객들이박수를치며공감한다.관객의’불참여관습’과는다소거리가있는부분이다.잘연출된연극은나와이야기속의주인공의동일시가이루어져감동으로이어진다.박현숙작품문삼화연출극으로근현대사의굵직한사건과그사건이남긴교훈을통해우리시대의현주소를곰곰이짚어보게한작품이었다.좋은공연을감상할수있는기회를허락해준올리뷰에감사한다.

"그치욕적인’정신대여자’란이름때문에난내아버지가지어준이름을잊고산사람입니다.

평생을숨어살다시피했죠.

이곳저곳을헤매며혹시어디서단한번만이라도

철호씨를만날수있을까기웃거리며살아왔어요.

너무나그립고보고싶었어요"

-여주인공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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