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좋은 시』선정

풍경에게답함

雲丁최연숙

까만갈귀를단리무진이시간속을휘달린다

고흐의붓질이멈춘지점에서

난바다의성근다리뒤로해쓱한아침이

채야물지않은해를끌어올린다

갯벌에집을지은함초는날바람이쳐댄

패대기로온몸이시월늦단풍을닮았다

공항발리무진이지날즈음바다는

실시간화상으로거대한코끼리몇마리에게

채이고밟히고먹히다내쳐진애먼지폐

몇장,가방속에뒹굴다흘린비밀을

떠도는갯바람에보여주었다

코꿰인황태덕장에세슘한됫박

고비사막의맵싸한황사몇자루숨어들때도

시간은여전히오늘을통째로삼키고

치간(齒間)에사람들을끼워넣고있다.

심사위원-김남조

<열린시학>2012.가을호수록『2013좋은시』선정,도서출판삶과꿈

설 명절을 보내며

설을앞두고강추위가지속되어장보기가여간곤욕이아니었다.메모한대로이틀에걸쳐꼼꼼히장을보았지만더러보충해야될부분이생기기도했다.유년시절시골정게보다야입식부엌이라추위와는상관이없지만힘든건어쩔수없다.전부침은남편과두아들,며느리가하고나는나물,생선,황태불고기,회무침등등음식전반에간여했다.종일요리하느라서있어힘들었는지저녁에는발바닥이아프다.그럼에도가족친척들이음식을맛있게먹는것보면피로를잊는다.시어머님이우리집으로오신후매년치르는행사로시아버님추모예배까지일년에세차례다.

설날이주일이라일찍예배를드리고,곧바로성묘를다녀온친척들의점심식사준비로분주했다.전날다녀가야하는작은댁을위해떡국은전날과설날아침두번을끓히고금방요리해야할해물볶음과잡채,해물탕을끓여상차리기를마쳤다.은비가짖기시작하고스물네명의친척이들이닥쳐방마다북적인다.시댁조카가낳은아이들이와서재롱을떨고예찬이도질세라뭐라고뭘물으면응,응,대꾸를한다."예찬이밥먹었어요?""응.""예찬이좋아요?"응."그게신기해서자꾸만물어도여전히대꾸를하는모습이귀엽기만하다.대신말꼬리를살짝올려야묻는말인것을알아차린다.일부러말꼬리를내리면대답을하지않는다.고녀석참,벌써언어의성조를아는양신통하다.

넉넉하게준비한음식을시댁가족들과고국을떠나이곳으로시집온베트남새댁네와도나누었다.시어머니께서는용돈을많이받으시고흡족한표정이시다.남편과내지갑에서는쉴새없이지폐가나갔다.예찬이에게는미리준비해둔예쁜복주머니에복돈을담아주었다.돈이무엇이지모르는예찬이는복주머니를방바닥에던져버려소매에묶었다.식사를마치고후식을들며담소를나누다돌아갔다.예전같으면밤늦도록고스톱이다윷놀이다하며놀텐데,자녀들결혼하여손주들태어나니사돈집에도보내야한다며빨리자리를떴다.아들내외는친척들을배웅해드리고맨나중에갔다.어머니가제일힘드실테니잘쉬셔야한다며내걱정을해주어마음이흐뭇하다.오늘도친척몇분이다녀갔다.다원화된현대인들의생활과핵가족화가되어집안애경사가있어야만만나게되는친척들이다.힘들긴해도명절에모여정을나누는풍습이좋다.

연鳶

공원에나갔다오랫만에반가운풍경을보았다.연이하늘높이날고있었다.핸드폰에담고날아오르는장소에가보았다.아저씨에게만든것인가물으니사왔다고한다.초등학교6학년인아들에게연날리는것을가르쳐주고싶어몇만원을주었다한다.연에는만든이의이름과낙관까지찍혀있었다.여간조심스럽게다루는것이아니었다.학원에간아들이오기전시험삼아날려보는것이라연이손상될까염려되어서란다.어릴적고향에서연을날렸던추억을반추하며잠시이야기를나누었다.그때는놀이문화가참소박했다.

오빠는추위도아랑곳하지않고마루에앉아서작업에몰두했다.뒷산에서나뭇가지를베어오고뒤란대나무밭에서선택한신우대와대나무를쓱쓱싹싹톱과낫,몇가지조각칼로벼리고손질하여연과팽이와윷을만들어냈다.방패연과가오리연에색종이를여러모양으로오려붙인것을보고감탄사를연발했었다.팽이에는크레파스를색깔별로그려넣어돌면서드러내던환상적인색상이지금도눈앞에선명하게떠오른다.그렇게만든연을가지고뒷동산이나바닷가둑길에서하늘높이날리곤했다.몇개의연을날리느라분주한오빠는연줄을잠시내게부탁하기도했다.당겨지는연줄의팽팽한긴장을손으로느끼며꼬막손으로꼭붙들고있었다.팽이를돌리며윷놀이,재기차기,구슬치기를하다가그마저도시들해지면동네앞무논에나가손발이꽁꽁얼때까지썰매를지치곤하였다.

안타깝게도요즘아이들놀이에서사라진것들이다.첨단기기인인터넷과스마트폰이정겨운우리놀이문화를밀어내고있다.아이들이나어른이나게임에빠져게임에관심이없는나에게까지애니팡게임을초대한다는카톡메시지가심심찮게온다.정보통신문화환경이순기능보다는역기능이많음을부인할수없다.특히어린아이들이받게될영향에적잖이걱정이앞선다.며칠후면설명절이다.이번설에는가족들이모여연날리기와윷놀이를하며정을다지는것도좋겠다는생각이다.

봄눈

입춘에눈이함박지게도왔다.집옆공원에나가보니발이푹푹빠진다.햇살이따스한곳은빠르게녹지만두꺼운눈층이없어지려면며칠걸리겠다.산수유,벚나무꽃망울의꽃봉은조금더탱글하게부풀었다.겨울에게한보후퇴한봄이눈속으로숨어들었다.어젠옷을가볍게입고나갔다가추위에게기습공격을당하고말았다.저녁엔콧물이연신나와따듯하게잤더니다행히거뜬하다.

겨울은심술장이다.해마다몇차례씩꽃,잎피는봄을시샘하여추위를몰고와심술을부려대며아름답지못한뒷모습을보인다.권력이나명예를지키기위하여갖은방법을동원하여자리보전을하려는사람들또한겨울의뒷모습과같다는생각이든다.영원한것이어디있는가.가야할때가는것은몰론이려니와져야할때지는것또한아름답다.색깔이바래고바람에찢어진잎들이나무에끈질기게매달려나부끼는모양새도예쁘지가않다.무엇이든저마다순리에순응하는삶이아름답다.

겨울이제아무리가지않으려발버둥을쳐도봄에게밀려날수밖에없다.봄의초입인입춘이오늘이고대동강물도풀린다는우수,경칩도머지않았다.겨울처럼꽁꽁얼어붙은경제의체감온도가봄의입김처럼따듯해졌으면좋겠다.나라나개인이나여러모로힘들고어려운상황에직면해있다.나뉘어진마음들이하나가되어경제살리기에총력을기울이다보면우리의소망이분명현실로이루어지게될것이라믿는다.올해는모두가행복을느끼는행복시대가활짝열리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