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유정의 못내 안타까운 生

소설가김유정(金裕貞,1908~1937)

김유정은스물아홉짧은생애동안

소설30,수필12,편지.일기6,번역소설2편을남긴작가다.

1996년까지김유정문학에대한연구논문이무려360편에이르는데,

이렇게쏟아지는연구논문은

그의문학사적위치의중요성을말해준다.

그는1935년조선일보와중외일보의신춘문예공모에

각각"소낙비""노다지"가당선됨으로써문학지망생들의부러움을사며문단에나온다.

등단하자마자"금따는콩밭""""만무방""봄봄"같은걸작단편을잇달아내놓아

다시한번주위사람들을놀라게했다.

연희전문문과에다니며기생이자명창인박녹주를사랑하여

학교에서제적을당하기도하였다.

이루어질수없는사랑이었던박녹주가

비누와수건을손에들고목욕탕에서나오는모습을보고

반했다고하니운명이란말이맞는가보다.

1930년대우리문단의소설사를풍성하게장식했던

천재소설가는폐결핵과치질로최악의상황에서도창작을멈추지않다가

새벽달빛속에하얗게핀배꽃을바라보며29살의안타까운삶을마감했다.

탁월한언어감각에의한독특한체취로오늘날까지도재미와감동을잃지않고있다.

이는김유정소설이소설의언어에서나내용은물론진술방식에서

우리문학사에서다시없는진정한이야기군으로서

우리곁에영원히살아있음을뜻한다.

-세상을뜨기11일전친구안필승소설가(안회남)에게보낸편지

필승아,나는날로몸이꺼진다.

이제는자리에서일어나기조차자유롭지가못하다.

밤에는불면증으로괴로운시간을원망하고누워있다.

필승아,나는참말로일어나고싶다.

지금나는병마와최후담판이다.

흥패가이고비에달려있음을내가잘안다.

나에게는돈이시급히필요하다.

그돈이없는것이다.

필승아,내가돈백원을만들어볼작정이다.

동무를사랑하는마음으로네가좀조력하여주기바란다.

또다시탐정소설을번역하여보고싶다.

그외에는다른길이없다.

허니네가보던중아주대중화되고흥미있는걸로한두권보내주기바란다.

그러면내오십일이내로번역해서너의손으로가게하여주마.

네가극력주선하여돈으로바꿔서보내다오.

필승아,물론이것이무리임을잘안다.

무리를하면병을더친다.

그러나병을위하야엎집어무리를하지않으면안되는나의몸이다.

그돈이되면우선닭삼십마리를고와먹겠다.

그리고땅군을들여,살모사구렁이를십여뭇먹어보겠다.

그래야내가다시살아날것이다.

그리고궁둥이가쏙쏙구리돈을잡아먹는다.

,,슬픈일이다.

필승아,나는지금막다른골목에맞딱드렸다.

너의팔에의지하여광명을찾게해다우.

나는요즘가끔울고누워있다.

모두가답답한사정이다.

반가운소식전해다우.기다리마.

삼월십팔일.김유정으로부터

김유정의작품을발표연대순으로살펴보면,

「산골나그네」,「총각과맹꽁이」,「소낙비」,「노다지」,「금따는콩밭」,

「금」,「떡」,「만무방」,「산골」,「솥」,「봄·봄」,「안해」,「심청」,

「봄과따라지」,「가을」,「두꺼비」,「봄밤」,「이런音樂會」,「동백꽃」,

「夜樓」,「옥토끼」,「생의伴侶」,「貞操」,「슬픈이야기」,「따라지」,「

땡볕」,「연기」,「정분」,「두포전」,「兄」,「애기」등이다.

김유정 문학관 – 무정이 유정이 된 까닭

김유정문학관에다녀왔습니다.

어느해인가들렀는데

문이굳게잠겨있었습니다.

월요일이휴관인것을모르고갔던것이지요.

그때제가"유정이무정이된까닭"이라는글을썼습니다.

이번에는다른요일을택해둘러볼수있었습니다.

다시무정이유정이된것이지요.

김유정문학관정문입니다.

]

문학관입구에생강나무가꽃망울을곧터뜨릴듯합니다.

생강나무는’산동백’이라고도하지요.

김유정소설가의문학작품과생애를담은자료들이정리되어있습니다.

기와담장은꽃들의격조있는배경이됩니다.

푸른하늘이김유정동상의배경이었으면더좋을뻔했습니다.

생강나무아래는겨울의잔재인잔설이남아있습니다.

꽃봉은저리부풀어오르는데요.

생가는산아래고즈넉하게자리하고있습니다.

우물은덮개로덮여있습니다.

작가가먹고자랐던우물일까요?

생강나무와기와담장의절묘한매치가운치를자아냅니다.

생가안방과마루,부엌입니다.

안방마루에저대신봄햇살이걸터앉았습니다.

우리고향집정게문도꼭이렇게생겼습니다.

참반가웠어요.

오후의봄햇살이세탁을마치고나온듯정갈하고투명합니다.

장독대앞에선소설속인물들

초가지붕처마밑에서유리알같은고드름을따먹었던기억아련합니다.

소설’봄봄’에서점순이의키를두고이야기하는장면을재현하였다는설명입니다.

이곳에서사진을담았더니아주재미있게연출이되더군요.

멍석을말아걸어놓은모습이전형적인농촌의뒤안입니다.

암탉이저안에들어가알을낳기도하는곳같습니다.

알을낳았다는신호인꼬끼오!하는바람에놀라기도했지요.

그옛날대감집후원을거닐며보여지는소설속풍경같기도합니다.

농부가지게를땅에내려놓고누구에게인가이야길하고있습니다.

닭싸움시키며놀고있는아들에게농사일이나거들라고하는것같습니다.

김유정작가가읽던책을무릎에올려놓고잠시생각에잠겨있네요.

아담하게자리하고있는생가를멀리서담아보았습니다.

지금쯤생강나무가노아란망울을펑펑터뜨릴것같기도합니다.

지난가을새로얹은초가지붕의이엉이산뜻합니다.

어릴적고향을상기시키는정겨움이좋습니다.

튼실하게자라꽃망울이더욱생기가넘칩니다.

고려 이인노(李仁老)- 매화시

문봉선作

梅花

姑射氷膚雪衣作
香辱曉露吸珠璣
應무俗蘂春紅染
欲向瑤臺駕鶴飛

고사姑射의얼음살결눈으로옷지어입고

향기로운입술,새벽이슬에구슬을마시네
속된꽃술들이봄철의붉음에물듦이못마땅하여

요대瑤臺를향해학을타고날고자하네

..

翠眉嬌展街頭柳

白雲香飄嶺上梅

千里家園知好在

春風先自海東來

길가에버들은푸른눈썹처럼곱게드리우고

고개위에매화는백설처럼향기를날리내

천리길고향은편안히있는줄알겠거니

춘풍이먼저해동으로부터불어오네

-춘첩자(春帖子)

..

이인노(李仁老,1152~1220)

처음의이름은득옥(得玉)이요자는미수이며

호는쌍명재(雙明齋)요또한청련(靑漣),와도헌(臥陶軒)이니,

벼슬이비서감(秘書監)우간의대부(右諫議大夫)및

좌간의대부(左諫議大夫)에이른고려조최고문학자이다.

雪景 속의 봄

강원도의봄은아직먼곳에있는가봅니다.

홍천대명콘도스키장엔지금도겨울의멋을즐기는사람들이있었습니다.

그럴지라도봄이전해주는청신한공기가사방에서

스며들고있습니다.

하늘빛이다르고산빛이다르고우리의마음빛도다르다는것을

모두가느끼고있습니다.

봄은곧점령군의발자욱처럼

우리마음문을밀치고들어올것입니다.

봄을주춤거리게하는눈보라의군무를보았습니다

북향산에는아직도잔설이하얗습니다

오정의콘도전경이말끔합니다

베란다에선봄햇살이놀고있습니다

유리창밖남향에는나무들이봄빛을닮아가고있습니다

하늘도새봄처럼청신합니다

스키장을바라보며눈속의봄아침을맞았습니다

더러운 말은 담아 가시오

더러운말은담아가시오

괴테의집에는언제나정치가,문학가,군인,실업가들즉
괴테의문학을사모하는사람들이모여서담화를나누곤했다.
그런데가끔어떤사람이타인의흉을보거나음담패설을하는경우가있었다.
그럴때면괴테는눈을날카롭게반짝이면서엄하게말했다.
"여러분,음식부스러기나종이부스러기를흘리는것은괜찮습니다.
그러나남의흉이나음담패설을흘리는것만은용서할수없습니다.
그런더러운말은모두주워가십시오.
그리고다시는그런더러운말을저의집에가져오지마십시오.
흉을보는것은공기를더럽히는것입니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