庭隅獨占臘前春
繁枝半落殘粧淺
晴雪初消宿淚新
冷香輕鎖玉窓塵
故園還有臨溪樹
應待西行萬里人
뜰한구석에서섣달의봄을독차지했구나,
번화한가지반쯤떨어져단장丹粧이거의스러진듯
갠눈이갓녹아눈물새로머금었네
싸늘한향내는가벼이옥창玉窓의먼지를잠궜구나
내고향시냇가몇그루
서쪽으로만리길떠난사람기다리리.
올봄이참더디오네요.아직도날씨가쌀쌀합니다.그럴지라도남녘으로부터올라오는봄의입김을막을순없겠지요.이쯤해서겨울이의뒷모습에핑크리본하나달아주면어떨까요.사람이나계절이나모든만물도가야할때가는것이아름답습니다.동백이지는모습을보세요.얼마나깔끔하고아름다운지,벚꽃처럼지저분하게날리며생각을흐트리진않습니다.어느날벚꽃그늘아래를걷다가툭툭송이째지는몇송이를보았습니다."왜것이우리것을흉내내네"했지요.겨울이도어서가야예쁜모습입니다.
권력을탐하는모습을거두지않고내내권력주위를맴도는정치인들의모습도예쁘지않습니다.돋는해도신선하지만서녘하늘을물들이며지는해도아름답습니다.그래서우리선인들중에는임금의청을받아들이지않고권력에초연한자세로살았던선비가더러있었나봅니다.남자라면어찌입신양명의욕심이없겠습니까.추한모습보이게될까봐마음의매무새를가다듬었던지혜로운사람들이지요.요즘정치가중에서도이런선비가있다면두고두고미담이될터인데,찾아보기힘든것같습니다.심신이홀가분하여매임없이자유로운영혼으로살수있는가치를그리높게두지않아서인듯합니다.조선중기의문신상촌(象村)신흠의수필집<야언(野言)>에유명한매화예찬의표현이나옵니다."桐千年老恒藏曲梅一生寒不賣香"매화처럼추워도지조를잃지않는참선비를보겠다는욕심을버려야할것인가요.
삶에정답은없습니다.모두가자기할탓이지요.그러나지난겨울처럼뒷모습이예쁘지않아입에오르내리는책임은고스란이자신의몫입니다.B.C.935년솔로몬이적은전도서에이런말씀이있습니다.
"여자는무엇으로사는가?"오늘연극이내게던져준화두다.’꽃속에살고죽고’는올리뷰에서감상기회를준3번째연극이다.다른세대의여주인공두사람의삶의내용이각각다르지만여성문제를조명했다는점에선같다.
본처에게는아이가없고후처에게아들이하나있는남자는반신불수인소설가이다.그의아내는백합꽃에집착한다.전업주부로병든남편을수발하며자주산에올라백합을찾아헤맨다는대화에서상징성을발견하게된다.백합의순결하고청초한향기와이미지에서인간의왜곡된욕망이나그로인해파생된상처를지우고싶어하는심리적갈등을표출한다.상처치유로서의백합향기를원하는아내와백합의독성을이유로자신을죽이려한다는남편의오해도사람이얼마나자기주관적인생각으로사물을판단하게되는지를명백하게보여준다.
또한여자는도시에서살며영화배우로서안정된가정과자녀를원하는현대여성이다.그러나사랑하는남자시인정운은가정도아이도원치않는단지예술지상주의를탐닉하는사람으로묘사된다.선미와의사랑마져도예술로승화시키고자하는정운은아버지와어머니의가정불화를보고자라가정을이룬다는것에자신감을잃은까닭도있다.자유로운연애를선호하는선미는오감독의아이를임신하여정운의아이를임신했다며가정을이루길소망하나끝내거절당한다.선미는파랑새에게자신의심정을토로하며내면의갈등을치유받고싶어한다.
무대중심에는거울이경계가되어양쪽두공간을비추며옴니버스형식으로두여자의이야기가동시에진행되는구조를취하고있다.도시와시골,구세대와신세대의삶의방식은당연히다르다.구세대는가부장적인남편과아내의삶인데반해신세대는자유로운연애와어디든매이지않으려는이기주의적인면모를보인다.두여성은상처를치유받지못한채비극적인종말을맞이하게되지만자신의한계를극복하고자하는의지를드러낸다.
故강성희작노승희연출의’백합향’과’날아가는새’는두세대의서로다른상황에처한여성을모티브를취하고있다.구세대나신세대나왜남자는여자에게심리적인압박으로중압감을느끼게하는가.왜여자의의사보다는자기만의고집만내세워상처와고통을안겨주는가.현대여성은성숙한문제의식과합리적인사고가지배하고있어그런불합리한상황에직면할경우는그리많지않다.작품의길이와마무리도깔끔한연출을보여주었다.다만,작가가왜여성의불행만을부각시키는가하는점이다.작품이쓰여진시대가70년대로작고한노작가가그시대상을반영했을수도있겠다.따라서,두여성의삶을통해여성들이지녀야할올바른가치관과선택으로자신의삶을스스로행복하게만들어가라는메시지를던져주었다고볼수있다.
꽃집에가면꽃송이들을유심히살피는버릇이있다.송이마다표정이다르다는걸느낀후부터다.꽃한송이를사기위해꽃집에들러"아저씨가장예쁜표정의꽃을주세요."했더니그아저씨나를한번더쳐다보며웃는다.꽃을향유하는의미는다를지라도기쁨은비슷하지않을까싶다.장을보러마트에갈때면꽃집에먼저들른다.식탁이나거실탁자에꽂아두고바라보길즐긴다.오며가며꽃처럼웃어보기도한다.풋봄내가스멀스멀피어오를때면더자주꽃집을기웃거린다.한송이,한다발,한바구니의행복을아는사람은그행복을스스로챙긴다.
어느해인가.행사장에서조금은긴장하며큐시트를살피고있는데풍성한꽃바구니가내이름으로배달되는게아닌가.기분이좋아그만사회를맡은내목소리가한옥타브쯤높아지고말았다.지난연말받은난두분이한동안꽃을피워눈이마주칠때면코를가까이대고"너참귀한향을품었구나"중얼거리곤했다.난향은참으로그윽한향기가고아한기품을자아낸다.공항에친구마중을나갈때도꽃을사고계절에맞는색상의천테이프를선택해주며예쁘게매달라고요청한다.꽃은받을때도기쁘지만사는과정도즐겁다.
며칠전엔두아들에게서꽃을받았다.장미와후리지아꽃이마음에들었다.다른이에게줄꽃다발하나도신중하게마련하는나는단골화원에서도꼭원장에게부탁하여주문한다.그런엄마의마음을알기라도한듯선택을잘했다.가족들을먼저보내고지하철로오는데꽃을한아름안고있는내게곁에있던두사람이무슨좋은일이있느냐고묻는다.어떤남자는내리면서"꽃도아줌마도예쁘네요."한다.봄이라선가.유독꽃을들고있는내게시선을보내는사람이많다.봄과여인과꽃은찰떡궁합같기도하다.상긋한기분이다.꽃을든남자도멋있지만꽃을든여자도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