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

첨단문명이인간의뇌를퇴화시키고있다.노래방이생겨한때저녁이면삼동서가들락거리며좋아했더니만뇌속의기억장치를무디게만들어버렸다.노래가사하나도노래방기계자막이아니면다잊어버렸으니허허실실웃는동안중요한기억까지사라져버린것이다.터치폰,스마트폰이편리한기계라고참말로신기하다고열심히만지작거리다가어느날누가우리집전화번호를묻는데얼른떠오르지않아버벅거렸다.뇌를잘쓰지않아서인지건망증도날로더심해져가는것을느낀다.

꼭필요한정보가있어인터넷검색을하다보니한나절이훌쩍지나버린적도있다.정보과잉시대가우리에게던져주는메세지는빠른시간에올바른정보선택이다.인터넷에올려진정보가모두바른정보가아니다.하나의키워드에답이엄청많다.자신의관심사에맞는바른정보의빠른선택으로허투루버리는시간을줄여야한다.정보의바다에서허우적거리다간눈앞에처리해야할일까지미뤄야하는상황이발생하기도한다.디지털매체에길들여진젊은이들이종이책을멀리하고전자책을선호한다더니이젠독서도헤드라인뉴스읽듯이한다니걱정이아닐수없다.

예전에적었던졸시가떠오른다.첨단문명이뇌속의정보를빼먹고사람의팔대신로보트팔을달아놓았다고,우리생활에무섭게침입해드는것을지적했더니만머지않은시간에그폐해를고스란히당하고있는형국이다.글을쓰는나도창의적인발상이나상상력의범위가좁혀진듯하여안타깝다.인터넷사전이있어서옛날처럼단어하나를쓰기위해고심하며찾지않아도된다.정확하게알고쓰는데는효율적이나너무의존하게되면문제가된다.단어하나도깊이고민하여야다른단어로까지생각이꼬리를물고확장할터인데손쉬운방법에의존하게되니상상력과사유의깊이를빼앗기는결과를초래하고있다.

아날로그방식이조금불편하고시간이걸리더라도인간의뇌를자주쓰게만들었다.노래가사를외우고전화번호를수첩에적고암기하여사용했으니말이다.디지털문명이사람들의기억력을흐려놓고앞으로는또어떤방향으로나아갈지걱정이앞선다.첨단기계에게먹혀퇴화된인간의뇌활동이어떻게복구되어야할까?편리함만추구하는현대인들의취향에맞게다변화된디지털문명,이미그구조안에깊숙히들어앉은우리의의식과행동이무엇으로바뀌어질수있는가?첨단기기를모두멀리하고자연속에서사색하며소박한글한줄길어올리고싶은날이다.

유비티즌의시대

최연숙

오랜세월,
인간의DNA를읽어내는암호를해독하고
지구에온그는
대기층에떠도는시간을주워먹다
성이차지않으면
버튼하나로이사람의대뇌,
저사람의소뇌속의사고(思考)를쏙쏙뽑아먹기도한다

그의디지털안경에는
인간의육체들이해부된채클로즈업된다

자전거페달을되돌리고있는발
사라진마음을찾아몸부림치는몸이
줄기세포로복제되어
지난시절로되돌아간다면

지구밖으로달아나야할그의生은?

낙골산일번지

최연숙

그여름
장대비퍼붓던날
흙물눈물에뒤엉켜전선에타들어간사람들

백원짜리뽑기팔아
연탄사들고언덕오르다허리부러진미자할머니
방으로들어간요강단지나올줄모르고
달포째새벽인력시장에나가도
일자리하나얻지못한삼식이아재는
밥숫갈뜰때마다한숨이늘어간다

끝까지사수하려고
여러날발을동동구르며서있던아이들
크렁한눈앞으로
야학이포크레인에뭉개지던날
눈이벌겋도록울었다

문명은로봇에게사람팔을달아주고
사고까지잠식당한
우린치유되지않는기억상실을앓는다

여름가고순한바람불던밤
옥상에서바라본낙골
노란불빛은무척이나따듯했어

떠밀려간삶들
어디쯤에서
뿌리자라지않아
누런잎으로몸살앓고있을까

피,눈물,땀,설움위로
날마다쑥쑥
20층이방인의성이자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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