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채녹기전노란복수초가얼굴을내민다.추운날씨임에도남녘으로부터산수유,매화소식이전해지고며칠지나면양지녘에봄까치풀꽃,꽃다지,냉이꽃,민들레,수선화,제비꽃이방긋웃기시작한다.애잔한살구꽃얼굴이스치듯피고지는사이벚꽃이연분홍미소를온동네에날리며여인의마음을흔들어놓는다.일주일쯤지나꽃자리에서부화한연분홍나비떼의환상적인군무가그치고꽃무덤으로쌓일무렵명자꽃,조팝꽃,꽃사과,오얏꽃이덩달아웃는다.햇잎과같이나온수수꽃다리는제존재를향기로나타내며지나는사람의발을붙잡는다.그후박테기,이팝꽃,철쭉과영산홍이화려한등불을켜고그아래로밥풀꽃,할미꽃,양지꽃,매발톱꽃,샤프란,무스카리,강아지똥풀꽃이핀다.모란은꽃봉을열심히키워피는가싶더니지는중이다.오월중순이면장미의매혹적인향기가한동안나를유혹할것이다.
햇싹들도질세라힘껏단단한나무껍질을밀어내기시작한다.계수나무,쥐똥나무,자작나무,화살나무,아카시아,느티나무,단풍나무,층층나무,때죽,햇싹이껍질을뚫고고물고물나오는모습이신비롭기그지없다.꽃자리에서나오는잎들도있다.늦잠꾸러기감나무,대추나무는오월이가까워야눈을뜬다.그때까지도잎소식이감감인나무들도있다.제각각햇싹들이내보낸유록의빛깔로산은꿈을꾸기시작한다.몽싯몽싯연두구름피워올리며봄새들을불러들인다.피고지는꽃,잎의세계에도질서가있다.
같은모양이하나도없는꽃,싹들에서창조주의섬세한손길을찬양하게된다.이름마다다른얼굴인꽃과잎이사람을보는것같다.키큰나무는제주위를작은꽃이나풀에게내어준다.함께있을때아름답다는것알기에제역할충실히한다.자기가더예쁘다고뽐내거나잘난척하지않는다.갈때가되면가지않겠다고떼쓰는일도없다.다음해를약속하며미련없이손흔들며떠난다.다양성속에서서로에게배경이되는일이세상을아름답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