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봄 파는 가게

스피노자의봄파는가게

최연숙

횡단보도를건너면훼미리마켓,오른쪽으로봄파는가게가있습니다.

"황사가심한날은봄을팔지않습니다"스피노자의메모가눈높이에

붙었습니다.

오전10시괘종시계가울리자,지붕위굴뚝으로하이얀봄들이줄을

지어나옵니다.삼오사삼한덩이가되어벌거벗고한겨울을당당히

건너온벚나무가팔하나를펼때마다착착안깁니다.아직반쯤감은

눈도있습니다.나무가휘파람으로직박구리를부릅니다.참새도직박

구리등을타고날아와잠이덜깬꽃눈을부리로톡톡건드립니다.

나무가불러들인봄송이와새들이벌인연분홍정분이온동네꽃소문

으로자자할무렵,스피노자가돌아왔습니다.주인을기다리다포화가된

봄이펑펑터지며문을박차고일시에날아오릅니다.봄의손에이끌린

스피노자도날아갑니다.고불거리는머리에햇살이앉아그림자도형놀이

를합니다.

라인강기슭언덕마을스피노자는봄을파는일도잊었나봅니다.후울쩍

자란사과나무를봄이뒤덮었는데도말입니다.흥건한봄사태를어쩌시려구

『애지,2013년여름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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