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치고햇살이쨍하여밖에나갔다.자전거를타고신나게달렸다.개울은물이불어바삐흘러가고갈대와풀잎들이물이내려가는방향으로반쯤누워있다.며칠폭우에휩쓸린것이다.백로,해오라기는개울가에서청둥오리는갈대잎위에서젖은몸을펴서말리고있다.그렇지.나도비에갇혔던마음을말리려고나왔는데녀석들도며칠눅눅하고습습한분위기가좋지만은않았던모양이다.
집에서나설때는뒤에서바람이밀어주어수월하게씽씽달렸는데돌아오는길은오히려바람의방해를받아페달을돌리느라힘을들여야했다.개울가의온도는27도,습도는91%,오후5시라는숫자를보여준다.커다란비구름은빠르게이동중이다.내일도중부지방에폭우가내릴예정이라한다.양재역근처까지가다가비가쏟아질까봐되돌아왔다.장마철엔자주황순원의소나기가떠오른다.그소년은늘소설속에서살아나소녀의싱그러운기억을찾아내온다.
바람이세게불어모자를벗어바구니에담았다.공원의잔디는신선한푸름이고7월의산빛은검푸르다.나비두마리허공에서하나로둘로날으며짝짓기중이다.고추잠자리는자전거앞서길을안내하고매미의첫소리를들었다.그네들은빗속에서도종족보존의역사를만들고있었나보다.센물살속에서잉어들은어디로숨은걸까?작은물고기들은?개울의벅찬가슴이진정되면짠~하고나타나겠지.잠시그늘에서서한생각이깊어지는데시야가어두워진다.
아침일찍집을나선다.눈에삼삼한예찬이를보고싶은마음이앞장을선다.주일이며느리생일이라토요일에영화라도감상하라할겸예찬이와놀려는것이다.만나지가오래라예찬이가잘떨어져있을지가관건이다.사가지고간나이키운동화를신겨주니좋아한다.150으로좀크긴하지만발이금방자라괜찮단다.음악을틀어놓고발레를추는것처럼꽁지발을들고신나게춤을추며재롱을떤다.점심을먹고제아빠가먼저나가고뒤이어엄마가나가는데도어릴때보다는크게보채진않았다.
곧이어잠이들어2시간가량같이잤다.눈을떴는데제엄마아빠가안보이니울면서아빠를부른다.안겨서는밖으로나가자고현관을가리킨다.샌달을신겨안고나갔는데도통땅에서려고하지않아팔이아팠다.아파트앞상가에서여러모양으로물내려가는것을보다가들어왔다.밥은몇숟갈만먹고빵에쨈발라주니좀먹었다.자동차를운전한다며사이드밀러를요리조리움직여보며운전하는시늉을한다.핸드청소기로도자동차놀이를곧잘한다.공으로축구놀이도하고핸드폰을가지고어른처럼손가락으로화면을쓱쓱올리는게얼마나기특한지한참을웃었다.춤을추는장면,수박을먹던장면을동영상으로찍어보여주니자기의행동이보고웃는다.수박도붉은부분이없을때까지알뜰하게먹는다.
잘놀다가"아빠!아빠!"하며밖에나가자고하여생각못하게하려고"맘마맘마"했더니그게아니란다.19층에서4번이나들락날락했다.예찬인제엄마와다니던길을기억하고있었다.내가다른데로가면아이~하며아니라고자기가가고싶은방향을손가락으로가리킨다.한번은지하주차장으로들어가자고하여넓은주차장을한바퀴돌았다.주차장에서차를타고나갔던것을기억하며제부모가있을거란생각을한것같다.이제18개월된녀석이두뇌가명석하다.제엄마가오니얼굴이금방꽃처럼피어난다.식사를하고가라지만주일날일찍교회에가야해서부지런히길을나섰다.집에도착하니9시30분이다.팔도아프고힘들었는지코피가쏟아진다.제부모없이같이놀아주는일이쉽지만은않은것같다.오랜만에정을들이고왔는데예찬이가나를오래기억했으면좋겠다.
감독
마츠이히사코
출연
하라다미에코,요시유키카즈코,토미즈마사,타노아사미,오카모토레이
노인성치매환자를중심으로가족간의갈등과치유의과정을그린일본영화다.일본이우리나라보다먼저고령사회가도래해노인문제에선여러각도의대책마련을하고있는것같다.’고령화사회(agedsociety)’란65세이상노인인구가전체인구에서7%를차지하는사회를말한다.한편노인인구의비율이14%를넘으면’고령사회’,20%이상이면’초고령사회(super-agedsociety)’라고유엔이규정하고있다.우리사회도고령화를지나빠르게고령사회로진입하고있다.그가운데노인성치매는자주목격하게되는질환중하나다.어찌보면암이나다른질병보다훨씬더힘든병이다.가족이늘곁에붙어있어야하거나중증이면요양병원으로보내기도하지만가족이나환자나내내마음이편치못하기때문이다.
며느리토모에는혼자살고있는시어머니마사코를집으로모셔온다.사람의일이란한치앞을모르듯이시어머니의행동이정상에서이탈해가는모습을보이며치매증상을드러낸다.며느리가준비해준도시락을바닥에팽개치고옷에다실례도한다.어느날은화분을깨뜨리고며느리머리채를잡기도하다가집을나가거리를떠도는중증치매증상을보인다.급기야는가스불을밖에서잠그고일을하러나가는토모에,마사코로인하여가족들의갈등의골이깊어진다.치매시어머니로인한고생은고스란히며느리의몫이된다.깊어만가는마사코의증상에남편과토모에는급기야요양원을둘러본다.
차마결단을내리지못한가운데어느날토모에는이야기가운데마사코가어린시절큰상처를입게되었음을알게된다.마사코와토모에는서로의마음을어루만져주며이해하려고노력한다.마사코는노인복지시설에서아트테라피를통해치매를극복해나가게된다.아트테라피를하던중그림에재능이있음을발견되고그리기대회에서입상을한다.며느리의진심에서우러나온말과포옹,한이불속에서잠을자다가가슴을더듬는시어머니마사코의치매를인정하려는줄기찬노력이눈물겹다.봄날,나무가늙어구멍이숭숭나고꺾어진가지에서도고운매화꽃이피어난것처럼,나이가들어도치매가왔어도가족들의관심과사랑으로다시인생의꽃을피우게된마사코할머니의삶을통해가족의소중함을새삼느낀다.토모에의얼굴을그리며"소중한사람"이라고제목을붙이는마사코,자신에게향한사랑을보답이라도하듯며느리의가슴을훈훈하게덥혀주며가족애가회복되는모습에가슴이뭉클했다.
96세된시어머니를모시고사는나로선남의일같지않았다.아직까진총기가좋으시지만앞날은장담할수없기때문이다.치매가아닌어떤질병이라도가족공동체의애정이절실하게필요하다는것을새삼느낀다.어떤상황에처하든지있는그대로의받아드린다는것은상대방의삶속으로들어가는것임을말한다.토모에가마사코의삶을있는그대로껴안았기에치유가가능했던것이다.말처럼쉽진않지만가족모두의삶은소중하다.고통받고있는가족의짐을서로져주려는마음이필요하다.복잡한현대사회의영향인지조기치매도증가하고있다.누구도자유로울수없는치매,책임지려고하는가족들은많지않지만요양원만이최선책은아닌것같다.영화에서처럼견디기힘든상황을거치면서도인내와사랑과끊임없는관심으로환자와가족이회복되어가는것이바람직하게여겨진다.여성주간에상영된가족의소중함을일깨워주는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