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지절

장마가그쳤다는데비는계속내린다.어제는천둥번개를동반한폭우가무섭게내렸다.우리나라도아열대기후가돼가는것이다.어느해인가문학기행차필리핀을방문했는데그곳과비슷한날씨다.비를동이로퍼붓는듯하다가뜨거운햇살이내리쪼여숨이막히곤했다.지구온난화때문이다.이젠봄과가을이짧아져간절기옷이거의필요치않다.심는대로거둔다는말이옳다.우리가지구에게준대로되받고있는형국이다.

연일혹서를기록하고있다.은비의털을깎아주려고예약을했다.일주일전에전화했는데지정해준날짜가오늘이다.개울가를따라은비를태우고오는데지렁이들이길바닥에서온몸을뒤틀고있었다.습한제몸을말리려다가뜨거운길바닥을만나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고몸부림을치고있는것이다.이미말라버린지렁이들의사체도자주눈에띠었다.젖은몸을말릴줄만알았지위험이닥칠줄은왜몰랐을까.미물들이어느면에선사람보다더빨리위험을감지하는데도말이다.죽은지렁이를끌고가는녀석이있었으니개미다.제몸보다수십배큰지렁이를끌고간다.개미의물체옮기는것은여러번목격했다.여러장애물을피해가며목적지까지자기가타킷한물체를기어코옮기고만다.그래서개미의부지런함을배우라고한것같다.개미는가족들의먹잇감을옮기려고필사적인노동을하는것이다.짧은길에서도생사의전투가치열하다.

미물의세계에서사람사는세상을본다.나고살고죽고삶의투쟁또한비슷하다.열심히사는모습은사람이나미물이나아름답다.그러나베짱이처럼한여름을노래만하고그늘에서쉬기만한다면가을엔거둘열매가없게된다.우화지만만고불변의진리다.며칠전비정한모정에대한기사를읽었다.추락사고를당해하반신을다친딸을치료하지않고방치하여하반신마비로보험금을타냈다고한다.의사의여러번수술권유도무시한채보험금을노린고의의방치였다.어떻게부모가자식을병신만들어보험금을타낼생각을할수있을까?인면수심人面獸心이다.열심히땀흘려일하며사는삶은자식들에게도본보기가된다.개미에게서배워야한다.

폭우 뒤 만난 두물머리 세미원 연꽃

꽃은이울고씨방이영글어가네

오란비쏟아지던여름날오빠와연잎우산을쓰고

양수리쪽연꽃바다는꽃을아직피우고

얼마나보고싶었던그대였던가

부끄러워얼굴붉혔나

꽃대위탄성을피웠네

나를만나려고기다렸구나

신비롭기도하여라

오,이청순함!

물방울을안아더욱청초한자태

마주보는곱디고운눈매

속세를잊고서

숨막히는황홀경

천상의선녀가하강한듯

세상사고단한마음씻어주려고

그대오늘에사내게왔구려

사랑스런 은혜

주일이면은혜는교회에갈시간에꼭맞춰나온다.핑크색을유난히좋아해핑크색가방과신발을사주었더니핑크공주가되었다.집사님들이손을꼭잡고오는은혜를보고손녀냐고묻는다.은혜가주일학교에나온지벌써일년이지났다.이젠교회분위기에익숙하여아이들하고잘논다.유치부교실문을열고들어가면전도사님께달려가배꼽인사라며머리를땅에닿도록숙이기도한다.한두마디지만기도를하고공과에도곧잘집중한다.

이마에도톨도톨땀디가돋았길래"은혜얼굴에땀띠가났네"했더니"햇빛이물었어요."한다.뜻밖의답변이다.햇빛에물렸다?모기와은비만무는게아니었네,뜨거운햇빛이은혜의얼굴을물어버리다니"햇빛나쁘구나."국수를좋아해서예배를마치면제엄마와다우랑5층교회식당에서잔치국수를먹는다.월요일부터금요일까지는동생종천이랑어린이집에서지낸다.저녁7시즈음에야집으로온다.제동생이감기에걸렸는데"종천이가아프지않게해주세요."라고기도도한다.

은혜는가끔저녁산책을따라나서기도한다.꽃보다자기가예쁘다며보랏빛개미취앞에서사진을찍어달랜다."그럼은혜공주가최고예쁘지!"스마트폰셔터를누른다.넘어져서도다치지않고피도안났다며씩씩하게따라온다.은비가지나가는친구에게앙앙~거리면친구하고사이좋게놀아야지왜그러냐며은비를야단친다.이꽃은개망초,이것은나리꽃,개미취,꽃이름을알려주니정확하게발음을한다.은혜는나만보면우리집에가서놀겠다고안겨떨어지지않는다.은혜의하얀마음에심겨진믿음이예쁘게자라외할머니나라인베트남사람들을구원하는데큰몫을감당하게되길기도한다.

보라꽃보다더예쁜은혜

공원길한가운데핀개망초앞에서

가을 초입

가을이시작된다는입추다.어느덧풀벌레밤으로운다.올해는입추를닷새앞둔더위의절정에서가을의신호탄인풀벌레소리를들었다.더위를피해은비를데리고공원에나갔다.공원맨끝정자에앉아시집을읽었다.바람이산들불어책읽기엔안성맞춤이다.시집한권을다읽는동안은비는잠깐씩나를쳐다본다.정지된상태에서의교감이다.간혹산책하는사람들이지나고,은비친구도몇번지났다.

시인의눈에포착된세계가깊고명징하다.안동지역의지명이나서원,퇴계선생의정신이언뜻비치는시편들,세월은가도우리의정신세계를이끌어가는심오한경지의지식인이남긴삶의궤적은퇴색되지않는다.눈앞푸른잔디처럼더욱그빛을발한다.사물에투영된독특한시선이언어의결을날카롭게세워감성의모서리를건들인다.시인은꽤여러번자신이둥글게깎여야한다고고백한다.끊임없는자아성찰없이는좋은글을기대할수없으리라.시인의고백은나의고백이기도하다.

쑥부장이가피었다.연보라빛,그리움의빛깔이다.가을을향한그리움이든,벗을향한그리움이든,다시못올젊은날의그리움이든추억의발자욱을아련히걷고있다.사랑하는일보다사랑하지않는일이더힘들다고한다.세상에머물동안사랑하는일에힘써야지싶다.사랑과배치되는생각과행동을하루에한가지만이라도내려놓으면어떨까.그리고,기회있는대로주위사람들을사랑하는아름다움을살자해본다."무엇보다뜨겁게서로사랑할지니사랑은허다한죄를덮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