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국립국어원공동기획
[한글이 아프다][2] 세대 간 단절 빚는 줄임말
한글이아프다[2]세대간단절빚는줄임말
청소년사이퍼진인터넷은어…재미·친밀함강화위해사용,특정계층의문화보여주기도
예전에도줄임말있었지만요즘은욕설·성적의미많아
조선일보·국립국어원공동기획
청소년사이퍼진인터넷은어…재미·친밀함강화위해사용,특정계층의문화보여주기도
예전에도줄임말있었지만요즘은욕설·성적의미많아
주부김명숙(39)씨는최근고교동창생3~4명과함께카카오톡대화를하다가이상한말을들었다.한친구가우스갯소리를하자다른친구가"여병추~"라고했던것.김씨가뜻을궁금해하자친구는"재미있는얘기를하니까우리딸이그러던데?"라고답했다.나중에인터넷을찾아본김씨는어이가없었다.’여병추’란’여기병신하나추가요’의준말이었다.
웬만한기성세대라면그뜻을짐작하기도어려운’인터넷줄임말’이맹위를떨치고있다."솔까말로걔듣보잡이잖아"(솔직히까놓고말해서걔듣도보도못한잡놈이잖아)정도라면’해독이가능하다’고여기던사람들도"근자감쩐다화떡녀야"(근거없는자신감대단하다,화장떡칠한여자야)"쓸고퀄이냐충공깽"(쓸데없이높은퀄리티냐,충격과공포다이거지깽깽이들아)같은문장에이르면그야말로’정줄놓'(정신줄놓았구나)되기가일쑤다.
◇또래집단의’유대강화’현상
이같은줄임말열풍의원인으로가장먼저제시되는것이’인터넷과모바일의영향’이다.최소한의정보를입력해의미를전달하려는통신언어의특성상많이쓰는말을줄여표현하는’경제적동기’가크게작용했다는것이다.영어권인터넷사용자는’lol'(laughingoutloud·크게웃다)’thx'(thanks·감사합니다)등의줄임말이일반화된것과마찬가지라는것이다.
하지만이것만으로범람하는줄임말의원인을해석하는것은불충분하다는의견이최근대두되고있다.’광클'(광속으로클릭한다)’십덕후'(마니아를뜻하는’오타쿠’에욕설을섞어변형한말)’개드립'(‘개’와adlib의합성어로터무니없는언행을한다는뜻)등글자를풀어낸다고해도기성세대가쉽게공감할수없는특정세대의문화가그속에녹아든예가많기때문이다. 조선대국어교육과오창석씨는논문’청소년의통신언어사용실태연구’에서"비교적시간제약을덜받는고교생교지에서도약어(줄임말)가사용되는경우가있다"고지적했다.결국줄임말상당수가’경제적동기’에의해사용됐다기보다는▲표현을강조하기위한’표현적동기’▲내용을재미있게하기위한’오락적동기’▲약어를은어(隱語)처럼사용해친밀감을강화하려는’유대강화동기’에의해사용되는것으로분석했다. ◇욕설이나성적의미가많아져 여기서’은어’의사전적의미가’어떤계층이나부류의사람들이다른사람들이알아듣지못하도록자기네구성원끼리만빈번하게사용하는말’이라는데주목할필요가있다.김세중국립국어원공공언어지원단장은"줄임말자체를나쁜것으로볼수는없지만,최근의심한줄임말들은같은한국어를사용하면서도특정연령층만알아들을수있는것으로결국세대간의사소통의단절을가져온다"고말했다. 최근의줄임말은상대를비하하는공격적욕설로더자주활용된다.예전1980년대줄임말이’경로석'(경우에따라노인도앉을수있는좌석)’귀빈'(귀찮은빈대)등반전(反轉)과해학을담고있었던데비해요즘줄임말은’넌씨눈'(넌×발눈치도없냐)’은꼴'(은근히×린다)등욕설이나성적(性的)의미가많다는것이다. 김무성한국교총대변인은"욕설인줄모르고쓰는줄임말은부모가차분하게그뜻을설명해줄필요가있다"고말했다. 조선일보·국립국어원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