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억새
최연숙
목쉰바람이흰길을낸다
한寒데내쳐진한무리노구老軀
앙상한몸피가구푸린채부싯돌처럼맞대고있다
마른뼛가락속으로환청이여음을잇던날
어느봄만개한복사꽃낯을꺼내시린손을감싸본다
이빠진옥수수알길을들락거리는기억의발음기호,
간간이실낱같은오늘이열리면
‘나집이가느이들하고살믄안되거.었..냐…’
푸석거리는머리칼올올이찬바람에흩어지는저물녘
허공에서도흰머리뭉치가휘나리친다
발목까지감고있던까끌한수의가전신에휘감겨
삼켜버린말마디마디타는소리마저차단된공간
개울가에옹송거리며서있는우리들의자화상
가족도온기도외면한초점잃은눈들이
인정人情에서유리된이름들이하얀걸음을내딛고있다
『애지,2013년54호』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