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동장군이들락날락인데마음은봄이다.알수없는설레임과기대가차오른다.지각이느끼는봄은실제의봄보다확실히빠르다.봄소리가귀를잡아당긴다.얼음장아래물고기들몸짓빨라지고나목들손끝에잎,꽃망울이매달렸다.그래,나무들도겨울을열심히살고있구나.겨우내밟고지난흙저아래로부터한마디씩밀어올리고있을풀들이내안에서밀고나오는봄에대한기대와연합하여새롭고상쾌한마음으로이끈다.
매서운기운을뚫고피는매화가반가운것은보춘화(報春花),봄꽃의전령이기때문이다.입춘이이십일도남지않았으니매화소식도머지않았다.지난봄에는고려말기부터조선까지선비들의매화예찬시에푹빠져행복한시간을보냈다.매화시와조화를이루려다발견한놀라운매화도(圖)에서그림을그리고싶은충동으로찾게된동명이인의한국화선생,어쩔수없이한국화의매력에들고말았다.원래묵향을좋아하던기질이그림을통해열정을뿜어내고있으니그도즐겁다.묵향이그리는선에몰두하노라면잡념이다사라지고정심正心이깃든다.허나,지난봄마음을빼앗은매화의주인공을꼭찾아나설것이다.
올봄에는내의식의기저에서원하는것이무엇일까사뭇궁금하다.연년이찾아들봄이라지만내년봄이란우리모두에게기약이없으니무심히보낼일은아니다.참으로봄이라는선물을주신분의마음을헤아려보내야지싶다.여전히매화사랑이먼저일것같다.지난가을"소중한가족"에서보았던매화밭이눈앞에펼쳐진다.고목에서나온꽃가지의어여쁨이인상적이었다.그러나유독좋아하는맑고고아한백매와청매향이그립다.요염한색의홍매는보기엔예쁘나두고두고완상할매화는아니다.맑은기운이서린청매나백매는오래바라보아도그맑은기운이마음까지맑히니과연매왕(梅王)이라할수있다.매화타령에봄이코앞이다.
이른봄작은언덕쌓인눈을저어마소
제아무리차다기로돋는울음어이하리
봄옷을새로지어가신님께보내고자
새봄이오단말가매화야물어보자
눈바람에막힌길을제어이오단말가
매화는말이없고봉오리만맺더라
봄동산눈이녹아꽃뿌리를적시도다
찬바람에못견디던어여쁜꽃나무야
간겨울내리던눈이봄의사도(使徒)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