琴兒 피천득 선생의 봄빛 같은 글

수필/피천득

수필은청자연적이다.

수필은난(蘭)이요,학이요,청초하고몸맵시날렵한여인이다.

..

수필의격에대한글로

수필을쓰는사람들이명심해야할첫구절이다.

모든글이그렇지만

첫구절에서독자의마음을잡지못하면

마지막까지읽히지않는다.

눈보라헤치며

날아와

눈쌓이는가지에

나래를털고

그저얼마동안

앉아있다가

깃털하나

아니떨구고

아득히눈속으로

사라져가는

琴兒戀歌1

길가에수양버들

오늘따라더푸르고

강물에넘친햇빛

물결따라반짝이네

임뵈러가옵는길에

봄빛더욱짙어라

落花

슬프게아름다운것

어젯밤비바람에지다

여울에하얀꽃잎들

아니가고머뭇거린다

이순간

이순간내가

별들을쳐다본다는것은

그얼마나화려한사실인가

오래지않아

내귀가흙이된다하더라도

이순간내가

제9교향곡을듣는다는것은

그얼마나찬란한사실인가

그들이나를잊고

내기억속에서그들이없어진다하더라도

이순간내가

친구들과웃고이야기한다는것은

그얼마나즐거운사실인가

두되가기능을멈추고

내손에썩어가는때가오더라도

이순간내가

마음내키는대로글을쓰고있다는것은

허무도어찌못할사실이다

연정

따듯한차한잔에

토스트한조각만못한것

포근하고아늑한

장갑한짝만못하는것

잠간들렀던도시와같이

어쩌다생각나는것

山夜

짐승들잠들고

물소리높아지오

인적그친다리위에

달빛이짙어가오

거리낌하나도없이

잠못드는방이오

비개고

햇빛에물살이

잉어같이뛴다

"날들었다!"부르는소리

멀리메아리친다

너는이제

너는이제무서워하지않아도된다

가난도고독도그어떤눈길도

너는이제부끄러워하지않아도된다

조그마한안정을얻기위하여견디어온모든타협을

고요히누워서내가지금가는곳에는

너같이순한사람들과이제는

순할수밖에없는사람들이

다같이잠들어있다

꽃씨와도둑

마당에꽃이

많이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있구나

가을에와서

꽃씨나가져가야지

무악재

긴벽돌담을끼고

어린학생들이걸어갑니다

당신이지금도생각하고계실

그어린아이들이

바로지금담밖을지나갑니다

작년오월원족가던날

그날같이맑게개인이른아침에

당신이가르치던어린것들이

걸어갑니다

당신을잃은지벌써일년

과거는없고희망만있는어린것들이

나란이열을지어무악재를넘어갑니다

어느해변에서

그는해변가에차를대고

빗방울흐르는창으로

바다를바라보고있다

옆에앉아있는늙은개도

바다를바라보고있다

이런사이

한여름끈끈한油書

그런사랑있다지만

드높은가을하늘

수채화같은사이

이런사랑있느니

"그리워하는데도한번만나고는못만나게되기도하고,

일생을못잊으면서도아니만나고살기도한다."

..

많은사람들이사랑에대입하여회자하는글이다.

명구절이다.

피천득선생의글을읽으면화사한봄소년으로그려진다.

삼월부터오월사이의봄소년,

애틋하고안타까운사연까지도봄으로치환되곤한다.

이른햇살이세탁한맑은봄빛을심어주고가신琴兒의기념관을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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