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희고순결한꽃가슴을열었어요
두꺼운털옷은벗어야할계절에
꽃봉오리가붓처럼생겼다고’木筆’이라고도
히야,신비한속살을내보이다니!
귀부인의비단옷같은꽃잎을내밀고
雲丁최연숙
빈나뭇가지에촛불이켜진다
촛대아래서성이던눈들이모여
촛대의심지를톡톡건들이자
구로공단의뒷골목이환하게흔들린다
징검다리건너노각나무둥지에서
첫마실나온봄새한마리
꽃문을열고들어간다
훅,숨이막힌다
노동자들일제히기름묻은장갑을벗는다
세상의소음을잠재운봄밤
흰촛불의아카펠라를들으며
지나간거리를돌아온나의,
베르테르그슬픔을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