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 장면처럼

독서모임에서대원농원으로야외수업을갔다.멤버중한사람이그곳에다상추를잘길러놓아삼겹살파티를하기로했다.각자집에서한가지씩해온음식을꺼내놓으니푸짐하게상이차려졌다.P는맛있는밥을해오고,H는피클과파절이,C는양념장과김치,K는머위잎무침,까스렌지,다른이는후라이팬등을가져오고나는멸치볶음과살구,오디주스를가져갔다.테이크아웃가게를하는L은예멘,모카,마타리를혼합해내린깊고풍부한맛의원두커피를가져왔다.

오늘은몰리에르의"돈주앙"과"타르튀프"를했다.종교와교육의위선을꼬집고풍자하는등많은희곡을쓴몰리에르는베르사이유궁전을건설한유럽의절대군주인루이14세의후원과지지를받으며명성을떨치기도했다.돈주앙의캐릭터는전설적인호색가로언변과외모로수많은여자들을매료시키고자유로이연애를하는카사노바로그리고있다.돈주앙은종교를모독했다는이유로5년간이나상연이금지되었던작품이다.신성불가침이었을중세시대에종교의위선을비판했으니당연히금지당할수밖에없었을것이다.타르튀프역시위선자로그려지고있다.몰리에르는탁월한성격묘사와사회악에대한비판정신이뛰어난자연주의자다.

청개구리노랫소릴들으며돼지고기를구워상추쌈을맛나게먹었다.오랫동안그농원을가꾸어지리를잘아는P가앞장서더니따라오라고한다.지금은풀이무성한묵정밭으로변한배나무과수원을지나소로길을따라20분쯤걸었다.언젠가보았던뽕나무를찾아간다고했다.한갖진소로길이고향산길같았다.개망초흐드러진길을따라보리수붉게익은나무를만나몇개따먹기도하고연보랏빛아이리스를예쁘게가꾸어놓은농가주택도지났다.좁은길이라차가오면한쪽으로비켜서기도하며숲속골짜기물이흐르는곳까지갔다.문득르누아르에서보았던영화속여인들이피크닉을갔던곳이떠올랐다.도심과가까운곳에그런청정한곳이있었다.

나에게하이디소녀라고한마디씩한다.의상컨셉때문이다.긴치마에브라우스조끼는내가좋아하는옷차림이다.시골길을산보하는여인들이모습이영화나소설속장면처럼낭만적이었다.풀꽃을꺾어와얼마전몸이아프셔서입원하셨던제일연장자인Y께드렸더니소녀처럼좋아하시며사진을담아달라신다.시낭송을하고일기글도읽어주며좋아하는음악도찾아듣다가오늘초대한H의밭에서상추를뜯어한봉다리씩들고돌아왔다.남부지방의장마영향때문인지간간이바람이불어버드나무잎사귀를흔들고우리의머리카락을헤집으며땀을식혀주었다.사람은자연속에서가장자연스러운모습이된다.참좋은날이다.

아침을 깨운 그대는 누구?

이아침나의잠을깨운새의이름이뭘까?이름을불러주고싶은데알수가없다.쇠구슬이구르는듯선명한소리에깨어나면서도반가웠다.노래인지구애인지구별하긴어려웠지만아무려면어때,나를깨워준자명종역할을해준새에게고맙다는인사를해야지.아침이면여러종류의새들이저마다다른소리로아침을깨운다.집근처에날아와내귀를즐겁게해주는녀석들이여간고마운게아니다.어느땐일곱난장이와살고있는숲속의공주?하며눈을뜬다.

녹음된음악보다생음악이좋듯이새소리도마찬가지다.자기들만의세계에서통용되는새들의말을알아들을순없어도기쁜일인지,힘든일인지대략가늠한다.하나님께서는만국공통어를주시지않은이유를성경에말씀하셨다.그것은교만과관계있다.그래서사람으로부터동물과식물들까지다양한언어를주셨는가보다.자연을자세히살피다보면하나님의놀라운지혜를발견하게된다.이유없이존재하는것은하나도없다.더불어살라는하나님의메세지를알아들은새들,꽃들,그들이우리에게무엇을일깨워주고있는가.

새들은낮에도종종열심히살고있다는사실을알려준다.혹시자기들생각안하고살까봐주위를환기시키는것일테다.날것들도사람이사는집근처로찾아드는것을보면함께살아야즐거운가보다.나무도새들이앉아가라고가지를내어준다.어제오후엔반상회를하는지,유병언을잡아야한다고갑론을박인지째잭째잭계수나무방에서소란스러웠다.그러는녀석들이저녁엔자는시간이라고모두조용하다.거참,뭐라지않아도보조를맞추니신기하다.낮엔열심히집을보수하기도하고먹이도잡아먹으며포란중인것같다.새들은종족번식을잘실천하고있는데자녀양육에시간과돈을들이지않으려는이기주의인사람이문제다.

새들이하루를상쾌하게열어주고맑은물이흐르는개울에선피라미들이물밖으로점프하느라반짝거린다.톡톡튀어오르는몸짓에따라동그라미가물위에번진다.미물들이절기를더잘알아차린다.한번도제비가알을낳고부화해야할때를놓치는걸본적이없다.다른새들역시마찬가지다.나무,꽃들도그렇다."게으른자여개미에게로가서그하는것을보고지혜를얻으라…"고했다.사람이미물보다여러가지가월등한데도선험적직관력은조금뒤쳐진부분도있는것같다.새소리에잠을깬즐거운마음에두서없이글이길어졌다.하나님이지으신자연이나를행복하게해주니감사또감사하다.

효 문화제 글짓기 심사

올해는세월호사건으로우리고장에서도행사가거의취소되었다.해마다오월이면열리던입지효문화제도취소되는가했더니두어달지연되어열리게되어다행이다.효문화제는다른축제와는성격이달라이어져야한다.과천은조선중종때효자로소문난최사립이태어난유서깊은곳이다.초중고학생들이해마다글짓기를통해효에대해지속적으로생각할수있는기회를주고있는점이자랑스럽다.우리사회의효사상이갈수록퇴색되어가고있어더욱그렇다.올해주제는"효와사랑"이었다.

오전10시부터저녁6시까지심사를했다.수천편의운문과산문속에서옥석을가려내기란쉽지않지만,간혹가뭄에단비같은작품이눈에들어오기도한다.효와사랑에대한개념이거의천편일률적이어서안타까웠다.초등학생이면아버지에게안마를해주거나엄마의설겆이,청소를도와주는것을효라고할수도있는데고등학생도그와같은것을효라고생각한다면문제가있다.어떤학생은세월호사건을통해효를행할수있는시간이항상주어지는것이아니라는것과가족끼리진심으로사랑을나누는것이필요하다고절제된문장으로잘적었다.칼럼이나논설문형식으로자기생각을객관화시켜적은핵생들도있었지만자신이경험한사건을통한글과는달리감동이없었다.산문과운문은칼럼이나논설문과는그형식이다르다는점을간과한것이다.

기억에남는글은아빠의문자한통으로가족이화목하게되었다는글,분주한일상속에서가족카톡방을통해마음을나누고있다는글,그와는반대로스마트폰으로오히려가족들간의대화부재를가져오고있다는스마트폰의역기능을꼬집는글도있었다.한학생은부모님의부재를시로적었는데첫행에그만가슴이내려앉았다.돌아가신부모님을생각하며"못된짓만하여속만썪여드렸는데내손으로흙을뿌리라하오"라는시제는’발인’이었다.부모가돌아가셔서야깨닫게되는어리석음은이렇게되풀이되는것인가.아직도여운이남는’치킨한조각’,치킨을좋아하는가족이먹다남긴치킨한조각,누군가먹어도될치킨한조각을자신에게먹도록한가족의마음을담담하게풀어내며사유를확장시킨잔잔하면서도감동을주는수작이었다.

좋은글을만나면기쁘다.초등학생들중에도글쓰기소질이남다른아이가있다.학습으로인해훈련되어지는경우가대부분이지만천성적으로두각을드러내는아이들도있다.입시지옥의스트레스도만만찮을텐데문학의꿈을키우는미래작가들의글이신선한감동을주었다.풋풋한글속을유영하면서일기말미에시를끄적거렸던학창시절이떠올랐다.김소월,박목월시집을읽고또읽으며시인의꿈을키워가던행복했던시절,시를좋아하는학생들은비슷한추억을쌓아가고있을것이다.시험을위한책읽기만이아닌고전과현대문학등좋은책을꾸준히읽으며문학의꿈을키워가는학생들이많아지기를기대한다.

나의 등 뒤에서

나의등뒤에서

최용덕曲.詩/혜은이노래


나의등뒤에서나를도우시는주
나의인생길에서지치고곤하여
매일처럼주저앉고싶을때나를밀어주시네
일어나걸어라내가새힘을주리니
일어나너걸어라내너를도우리

나의등뒤에서나를도우시는
평안히길을갈때보이지않아도
지치고곤하여넘어질때면다가와손내미시네
일어나걸어라내가새힘을주리니
일어나너걸어라내너를도우리

나의등뒤에서나를도우시는
때때로뒤돌아보면보이지않아도
잔잔한미소로바라보시며나를재촉하시네
일어나걸어라내가새힘을주리니
일어나너걸어라내너를도우리

도제니티의 “사랑의 묘약”을 감상하고

오랫만에클래식모임에참석했다.근4개월만이다.가정에뜻하지않는일이생기고다른일까지겹쳐내리참석을못했다.취향에따라선택하기도하지만사람은가치있다고생각하는일에시간을내준다.독서모임이나,한국화등은내가관심을갖고시간을배분하는것들이다.동화구연은잠시내려놓고있다.연습하고준비하는데시간이너무많이소요되었다.취미나좋아하는것도영원한것은없다.기회가주어지면열심히하고어떤상황으로하지못하게되기도한다.마음의양식인독서와그림그리기는언제라도부담없이할수있는것들이다.

어제는이탈리아오페라의3대거성이라할만한도니제티의"사랑의묘약’을관람했다.오페라사랑의묘약(L’Elisird’amore)은이탈리아작곡가가에타노도니체티(GaetanoDonizetti:1797-1843)의2막으로된희가극(喜歌劇)이다.희가극은이탈리아의전통적인연극’즉흥희극(Commediadel’arte)’에서비롯되었으며,조아키노로시니(GioacchinoRossini:1792-1868)는이장르의음악의정점을구축한작곡가이다.그의뒤를이은도니제티가’로망스’라고이름을붙인희가극"사랑의묘약"은희극적인이야기를낭만적인전원풍의서정으로풀어냈다.

파바로티의주연과다른하나의버젼중목소리를택할것인가,인물을택할것인가다수결로하여인물쪽을택하기로했다.얼굴이예쁘고연기를잘하면목소리는좀부족하여도용서해주겠노라며.결국은파바로티의목소리까지듣게되었다.남자주인공네모리노와여자주인공아디나의열연이볼만했다.중세기사문학인"트리스탄과이졸데"의치명적사랑을패러디한작품이다.사랑의묘약은내가마셨는데상대방이나를사랑하게된다는아이러니한구성이다.가난한농부인네모리노가아디나를사랑하게되어상사병이났다.아디나는트리스탄과이졸데를읽어주는문학에도해박한대지주의딸이다.아디나의마음을사로잡으려노력하던중돌팔이약장수둘까마라가나타난다.약장수의꼬임에빠져사랑의묘약을사기위해고민한다.그사이군인인벨꼬레상사가아디나에게접근,결혼을종용하면서아디나를사랑하는네모리노를따돌리기위해돈을줄테니군에입대하라고한다.그돈으로사랑의묘약을사서마신데몰리노는아디나가자신을사랑해주길기다리지만입대할날이가까워진다.사랑의묘약은포도주가둔갑한것이다.때마침네모리노의삼촌이죽어막대한유산을남겼는데그유산은네모리노의것이되었다.그사실을모른네모리노에게마을처녀들이접근하고아디나는네모리노의군입대가자신을사랑하기때문임을알게된다.마지막까지묘약의힘을믿는순진한청년네모리노의표정연기가압권이었다.

아디나를흠모하는네모리노가부른’아,어쩌면저토록아름다운가’,미남장교벨코레가부른’그옛날파리스처럼’,아디나의’산들바람에게물어봐요’에답한데몰리노의’시냇물에게물어봐요’,’영원한사랑이여’등서정적이며시적인표현들이마음결을건드리며극의전개와흐름속으로끌어간다.무르익은그리움에휩싸이게되는"남몰래흐르는눈물"은악기연주와여러버젼으로불리워지고있다.네모리노역을맡았던루치아나파바로티의목소리가가장감동이다.사랑이이루어지는시점에서불리는아리아인데바순의서글픈선율이사랑에들뜬두주인공의상황을오히려가라앉히는역할을한다.사실이곡을들으면들을수록언젠가느꼈을법한감미로운사랑의감정이은근히밀려든다.애잔하면서도평온한사랑의떨림이랄까.격정보다는사랑이이루어지기까지마음고생을했던두주인공이서로의마음을어루만지며섬세하고도사려깊은사랑의상황까지그려주고있다.소프라노여주인공역도고난도의벨칸도기교를소화하며열연이었다.땀을뻘뻘흘리며연기와음악까지완벽하게소화해내는배우들이대단하다.배경이19세기이탈리아의시골이지만시대를훌쩍뛰어넘기도하며현대적인배경으로연출되기도하고주인공의역할이바뀌어공연되기도한다.

낭만적사랑의원형인로망스,주인공의만남은항상숙명적으로그려진다.그사랑이이루어질때까지마음을태우며괴로워하는순간도사랑의완성을전제로한것이어서웃을수있다.어떤유형이든이루어질수없는사랑은보는사람도괴롭다.헤어짐이결말인비극은그래서슬프다.문학의개연성은우리삶에서이루어질수있을법한일로공감케하며끊임없이동일시를이끌어낸다.시청율이높은드라마주인공의의상이나악세사리가그시대유행의흐름을얼마간이끌어가는것에서도볼수있다.문학을통한문화의파급효과는누구도예견하지못한다.그러나그힘은강하다.불후의명작이라도독자가현재처한마음상태나상황,세대등삶에따라마음에다가오는내용이나깊이가다르다.그점이시대와세대를뛰어넘어오랫동안사랑을받게되는이유이기도하다.오페라’사랑의묘약’또한감상포인트가예전과다른풍부한감동이었다.곧다가올우기속에서’남몰래흐르는눈물’에촉촉하게매료되어지내게될것같다.

루치아노파바로티의’남몰래흐르는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