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의 향기에 스미다

난이꽃을피웠다.꽃대가올라오더니그신비한봉오리를차즘열었다.여간반가운손님이아니다.난초의향기는천리를간다한다.이더위에온집에난향그윽하다.스처지날때마다격조있는향기에이끌려한참을들여다본다.더위에꽃이빨리질까봐안방에서시원한거실로옮겼다.옥화종류같긴한데,확실한이름은모르겠다.선물로줄때는이름부터적어주어야하는데그걸간과한것같다.집에서키우는난에서꽃을보긴쉽지않다.난분몇개는잎만푸러르고몇년째꽃을보지못했다.

꽃대를세어보니다섯개나된다.청자빛화분도마음을맑히거니와옥빛이감도는꽃잎에홍색줄무늬와점이볼수록신비롭다.어쩌다우리집에이반가운손님이오셨는고.단아한여인이쪽진머리로모시한복을입고앉아난을치는듯하다가,방금천상에서하강한선녀의기이한춤사위를보는듯하다가,이내저선경仙境을따라드는것이다.눈뜨고잠자리에들때까지후각과시각에전달되어청각을포섭하는옛스런정취에행복하다.

난초는예로부터문학속에서선비나은자로자주비유되었다.기품있는자태를보노라면세속과는아무상관이없어보인다.소沼물이맑아뼛속까지시원하고고즈넉한정경앞에서구름에서떨어지는물방울소리를듣고있는양,마음이청정하니머리도맑다.초록잎을감싸도는연미색띠를두른잎에서도신선한기운이솟는다.한겨울샘물에머리를감았거나선비의고담준론高談峻論을듣는듯하여그앞에서면서늘한기운에정신이명징해진다.

난꽃을사군자의으뜸으로친이유를알것같다.매향이맑다지만그격이난향만못하고,국향이좋다하나진하게발하는향은은근한난향만못하다.그저요요히피어고매한향기를피우는난꽃이다.속인이어찌군자의마음을헤아리랴만,사색속으로침잠해드는내면의웅얼거림에적잖이영향을받고있다.가까운벗도저와같았으면좋겠다.난꽃이이울기까지나를두르고풀어줄은은한시적정취에고요히스며들일이다.고귀한인연이듯格貴品高로세.

오르세미술관展(1)- 인상주의, 그 너머 빛과 색채의 향연

국립중앙박물관입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열리고있는오르세미술관전에다녀왔다.2000년덕수궁현대미술관에서열린오르세미술관전에이어두번째이다.그동안비슷한주제로세번이더열렸으니오르세미술관전은우리에게자주소개된셈이다.이번전시는그림외에도회화,조각,드로잉,공예품등다양한소장품과인상주의이후의미술사적변화와19세기예술의중심지였던파리의도시문화를집중적으로조명했다.더운날씨에도입추의여지가없어작품감상이제대로이루어지지못했다.그래서선택한것이눈길을끄는그림만자세히보는방식으로관람을마쳤다.절대토요일에올일은아니라고생각하다가한편으론시민들의호응도가예술품을대하는높은의식수준으로보여져흐뭇하기도했다.

클로드모네,양산을쓴여인,1886년

르누아르와모네,고흐작품은익숙한만큼멀리서도눈길을잡았다.주로부인인까미유를그렸던클로드모네의여인의좌,우를그린"양산을쓴여인"이주는색채의화사함과정서적울림은젊은시절나의패션에적잖이영향을끼친작품이다.모자와스카프와긴원피스와양산,모네의작품을모르는사람은"하이디"라는애칭으로불러주곤했다."노르웨이식나룻배"는성하의계절에하얀원피스차림으로나룻배에앉아낚시를즐기는세소녀의물에비친그림자표현이절묘하다.명작을3년동안거의다그린빈센트반고흐의"별이빛나는밤"은푸른색의색감이주는별의무한성과생동감을한껏묘사했는데푸른색이자신의감정을나타내기가쉬운것이었을까.머리는부르주아요,삶은힘든현실에서오는괴리감을책을읽으며동식물과교감하며"사람의영혼을위로하는그림을그리고싶다"고했던고흐의정신적산물중"시인와젠보호"의인상이도드라져눈에들어온다.

오딜롱르동,칼리반의잠,1840년

상징주의미술의선구자로불리우는오딜롱르동(OdilonRedon)의‘칼리반의잠(SommeildeCaliban)’은셰익스피어의희극‘폭풍(템페스트:LaTempête)’에서영감을받은작품으로르동이전에목탄으로그린흑백톤의’칼리방(Caliban)’이라는작품을유화로재탄생시킨작품이다.신화적인상상력이결합된듯환상적이기도하여해석이어려워도시선이오래머문신비로운작품이다.낭만주의운동에서가장뛰어났던풍경화가카스파르다비드프리드리히(CasparDavidFriedrich)의안개낀바다풍경의신비스러운분위기인1807년작품‘안개(Mist)’등과핸드백으로도제작되어판매되고있다.문학으로부터그림과조각회화등예술은서로맥이닿아있다.예술이문화컨텐츠로접목되어의상이나,핸드백,약세사리등으로제작,상품화되고있는경우가많다.우리나라명작들도문화컨텐츠가되어세계속으로알려져많은부가가치를창출하게되기를기대한다.카미유피사로의"손수레가있는과수원"도목가적인풍경이들려주는이야기에좀더귀를기울였던작품이다.

카미유피사로,손수레가있는과수원,1879년

발레에관한많은작품을그린에드가드가의하늘색발레복을입은"쉬고있는두명의발레리나"동작과표정에서고된시간이사실적으로읽혀진다.고흐와도가까이지냈던폴고갱의"노란건초더미"또는"황금빛수확"은어릴적마당에쌓아놓은벼낫가리를연상시킨친근하고독특한고갱만의미술기법이다.폴세잔의싹이자란몇개의양파를그린"양파가있는풍경"또한인상적이었다.알베르다왕의"남자의초상"은구도가자연스럽고흑백의도회지풍신사복차림의귀족적인남자가눈길을끌었다.카를루스뒤랑의"앙포르티후작부인"은금방이라도그림밖으로걸어나올것만같았다.오딜롱르동의"감은눈"도동양적인얼굴표정에서많은사연이읽혀진다.에밀프리앙의사랑을갈구하는듯한남자의시선을애써피하는듯한여자,제목이"그림자"인데우리의시선을그림자를쫒아가도록유도한다.

에밀프리앙,그림자,1891년

레옹프리드릭의"황금시대(삼부작)-아침,밤,저녁"에선그리스신화에등장하는황금시대를패러디하여풍요속에행복한삶을파라다이스로표현했다.인상주의의반동으로나타난신인상주의파를이끈폴시냐크의"안개낀에르블레’는신비한색채와묘사기법이단번에눈길을사로잡았다.눈이내리는강으로알았는데가까이다가가보니점묘법이라는기법을사용했다.쇠라와함께처음시도한점묘법을사용한신인상주의화가몇사람의작품이이어져전시되고있었다.아르누보와르네랄리크의보석공예도관심도가높았다.구리,청동,금으로된꽃병과보석함,브로치에서도엔틱풍의고풍스런멋이우러났다.석판화나드로잉도펜과수채등의기법으로그린파리의최초백화점,에펠탑과그시대파라의건물들을섬세하고사실적으로잘그렸다.신인상주의그림에서보게된점묘법이참신하게다가왔으며,100년이지난그림들이바로그려낸것처럼잘보존되어놀라웠다.

폴시냐크,안개낀에르블레,1889년

프랑스는인상주의로먹고산다는말이있는데우리나라국민들이오르세미술관전에보내는사랑과관심이대단하다.이번전시는모네,고갱,고흐,세잔,루소등후기인상주의화가들의작품과개성이넘치는상징주의화가들의내면세계와19세기말에서20세기초사이활짝꽃핀미학적인표현법들을만나볼수있었다.화가의손에서금방나온듯한원작앞에서니감동이밀려온다.인상주의이후의예술사적변화와19세기예술의중심지던파리의도시문화를집중조명한건축드로잉과사진등에서19세기파리의모습을생생하게만나볼수있는것이첫번째전시와달랐다.그림이시대를초월하여감동을주는것은화가나작가가사는동시대의사회환경이나삶의단편적고찰이색과빛을통하여입체적인이야기로들려온다는것이다.그것은보편타당한삶의풍경을미학적으로그린데있지않나싶기도하다.문학또한마찬가지이다.다양한표현방식이생기고그것의반동으로다시새로운사조가탄생하게된다.예술가들의끊임없는도전은우리에게다양한예술적감각이나풍부한상상력으로삶을바라보는시야를넓혀준다.평일을이용해천천히,꼼꼼히한번더감상하고싶다.

르네랄리크,양귀비,189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