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담쟁이의 노래

아기담쟁이가개울가무거운돌틈사이에서기지개를켜고있습니다.

"아이,고개아파!어?..이게뭐지?"

"반가워,네가깜깜한땅속에서보고싶어하던세상이란다."

계수나무가말해주었습니다.

"세상은먹는거예요?"

"아니,세상에는먹는것만있는게아니야."

"그럼뭐하는것이에요?"

"네가자라갈곳이란다.세상에는네가할일이무척많지."

"제할일이뭔데요?"

"열심히물관을통해물을빨아올려야하고또.."

"물관이어디있어요?"

"네몸안에있어.곧물관이물을빨아올리는소리를듣게될거야,만약에오랫동안비가오지않을때는친구들몫까지물을다먹어선안돼."

"비?비?비는놀이하는거예요?"

"아니야,우리가자라는데없어선안되는것이야.천천히하나씩배워가기로하자.세상일은여러가지라한꺼번에다알수없거든."

그렇게담쟁이는세상을배우기시작했습니다.

어느날아침담쟁이가눈을비비며일어났습니다.

붉은딱새한마리가담쟁이주위를날며노래했습니다.

"쮸,쮸,쮸르르르르,삐찌,삐지,찌이,찌이,지지,"

담쟁이는처음듣는고운소리에반했습니다.

"몸이붉은쟤는누구지?내몸이왜갑자기커지는거야?"

신기한일이벌어졌습니다.붉은딱새가노래를하는데담쟁이몸에서물이올라오는소리가들리더니키가조금씩자라는것입니다.붉은딱새는매일아침노래를들려주었습니다.담쟁이는그때마다키가자라벽을타고올라갔습니다.개울가친구들과저녁늦게까지노느라담쟁이는자주늦잠을잤습니다.늦잠을잔다음날에도붉은딱새는자명종이되어주었습니다.오늘아침에는세수를하지않아부끄러워다리아래숨어노래를들었습니다.

"나도노래를할수있을까?내일은쟤에게꼭물어봐야지."

담쟁이도노래를하고싶어졌습니다.노래는어떻게하는것인지하루종일생각을해보았지만알수가없었습니다.

"나도쟤처럼꼭노래를하고말거야!"

다음날아침붉은딱새가또노래를하기시작합니다.

"네이름은뭐야?"

"붉은딱새.너는담쟁이지?"

"어?내이름을어떻게알아?"

"다알고있어.네친구달개비도아는걸."

"어떻게하면너처럼노래할수있지?"

"음,가르쳐줄게.나랑약속하나할수있어?"

"뭔데?"

"마음만먹으면할수있는일이야.매일아침똑같은시간에일찍일어나는거야.다른친구에게도노래를들려주러가야하는데네가늦잠을자면그친구들에게노래를다들려줄시간이없거든.개울가친구들은아침마다내노래를들어야키가자란단다."

"으응,알았어.내일아침부터는일찍일어날게."

그날저녁담쟁이는저녁늦게까지송사리와노느라또늦잠을잤습니다.

해님이하늘중앙까지떠올랐는데도붉은딱새노랫소리가들리지않았습니다.

"오늘은왜노래를안하지?내가또늦잠을자서가버렸나?"

다음날아침담쟁이는일찍일어나붉은딱새를기다렸지만,다음날도그다음날도약속을어긴담쟁이에게붉은딱새는오지않았습니다.그때서야담쟁이는약속을어긴것을후회했습니다.시무룩해진담쟁이몸이더이상자라지않고점점마르기시작했습니다.

"힘이없고눕고싶어..붉은딱새를딱한번만만나고싶은데..다시는약속을어기지않겠다고말해야하는데.."

담쟁이는안간힘을다해붉은딱새와약속한시간에일어났지만,붉은딱새의노래는들려오지않았습니다.이제담쟁이는아침에도일어날수가없었습니다.다리위에서눈을감고누워있다가잠이들었습니다.꿈인지생시인지,붉은딱새의노랫소리가들려왔습니다.

"붉은딱새야?어디갔었어?내가얼마나기다렸다구?이젠아침에일찍일어날수있어!나에게도와서노래를들려줘.응?"

노래를마친붉은딱새는담쟁이의마른몸을어루만지며기도를하더니어디론지날아갔습니다.

"붉은딱새야가지마!"

담쟁이눈이뻔쩍떠졌습니다.

"으응..잠든사이에소나기가내렸네..어,내몸이?붉은딱새색깔과똑같아졌어!이소리는뭐지?즈,쯔,찌,뽀,삐,와아!내가노래를할수있다니!"

담쟁이가손바닥을부빌때마다노래가흘러나왔습니다.담쟁이의노랫소리가개울가에울려퍼졌습니다.

"와아,붉은딱새가돌아왔나봐?"

"아니야,담쟁이가부르는거야."

"누가담쟁이를살려준걸까?몸색깔도빨갛게바뀌었네.고마리야쟤좀봐?"

개울가친구들은죽음을이기고멋진모습으로나타난담쟁이에게박수를쳐주었습니다.

담쟁이는붉은딱새처럼매일친구들에게노래를들려주었습니다.그때마다친구들의키가쑥쑥자랐습니다.이제개울가에는늦잠을자서붉은담쟁이의노래를듣지못하는친구들이하나도없었습니다.호수처럼파란하늘에귀가큰토끼구름하나가고개를끄덕이며지나갑니다.

詩가 흐르는 가을 강변

가을이무르익어가는시월,남한강변으로가을문학기행을떠났다.압구정역에서출발한버스는연휴로인해정체가심했다.강이배경이된아파트가유럽의어느도시못지않게멋진경치를연출한다.연휴라서모두들야외로나가느라차는밀렸지만,강변을따라가며차장밖으로들어오는환한가을기색에마음이설레인다.구리쪽한강공원에는살사리꽃(코스모스의순우리말)이장관이었다.이른아침임에도사진마니아들이카메라삼각대를세우고렌즈를들이대는모습이보인다.

꽃이지고씨를맺는양수리연꽃,맑은금빛으로물든벼논,새들이공중을선회하며한폭풍경화를그리고있다.자연의조화는놀랍다.텅빈공중에새의날개짓이없다면,강물위에지나는배가없다면뭔가빠진듯허전할텐데,완벽한창조주의솜씨에감탄이다.능내다산정약용생가에서도행사를알리는현수막이걸려있다.가을엔부지런히발품을팔면문화행사등볼거리가많다.본시우리가태어나고자란낯익은전원의풍경에서평화를맛본다.양평은서울에서가까우면서도향토적서정을느껴볼수있는곳이다.유명하다는국밥집에서따끈한아침식사를했다.

우리의행사목적지는"닥터문갤러리"이다.병원을경영하시는분이경치좋은남한강가에마련한미술관이다.전망좋은미술관은가을과문학을논하기엔안성맞춤이다.어디든카메라를들이대면그림이다.강건너양수리의완만한산능성이가엷은담묵빛으로정겹다.강남에서살다가이곳으로들어와둥지를틀었다는음악가의연주가귀를늘인다."언제들어도감동인"YouRaiseMeUp"을열정적으로들려준다.음악은우리의삶이되었다.어디를가나그분위기에맞는음악이마음을터치한다.좋아하는음악이든아니든선택의여지가없다.오늘처럼취향이맞는음악이라면대환영이다.

경기대교수의"21세기한국시학의한방향"관한논문을주제로세미나가이어졌다.그가운데새로운시학의변모를예상하는부분을발췌해실어본다."미래시학은기존의서구이성주의산물인이분법적사고를떠나몇가지조건을충족시키면서전개될에코페미니즘Ecofeminism과사이버페미니즘Cyderfeminism의시학을제시했다.에코페미니즘은여성의본성과자연의본질이근본에있어동질이거나유사하다는관점에서출발하여,종래의남성권위적이고호전적인비폭력성과대칭을이루며자연친화적이라는점에서,사이버페미니즘은남성과여성,인간과기계,인간과동물등의경계가사라진지점에시적자아의자유로운상상력이폭발적으로분출될수있다는점에서의미를가질것이라고보았다.중요한것은두시학의지향점이보다바람직한방향으로가기위해서는,전자는대지적여성성의자아을수용하고후자는존재에대한깨달음과성찰적자세로나아가는궁극의목표를가지는것이라고보았다."-(이지엽,「한국여성시의특징적몇국면과미래시학의방향」,『현대문학이론연구』중에서

한국문학에있어詩는우리민족의성쇠와같이해온대표적인문학장르다.고대의가요,신라시대의향가,고려시대의속요,조선시대의시조와가사등유구한역사를지니며우리민족의희노애락가운데존재해왔다.그런데,흥미로운것은시의길이에서미래시의형태를유추할수있다는것이다.현대시의한부분을다소난해하고길이가긴미래파시인들이그흐름을주도하고있는데,또한편에서는미래파의반동이라할수있는짧은시,극서정시,절대시등2행시중심으로이어지고있다.동시대시인들의의식은서로나누지않아도얼마간융합되어가는것같다.올해나의시의흐름도더러2행부터짧은시경향을보이고있어독자에게어떻게읽혀질것인가궁금하다.세미나를마치고강가로옮겨시낭송으로감동의시간을가졌다.시와아름다운자연속에서보낸행복한하루였다.시가희망이다는생각을종종한다.기계문명화되어가는세상에서까칠해진우리의마음을위무해주는시,가을이면김현승의’가을의기도"와윌리엄예이츠의"이니스프리의호도"를자주읊조린다.이가을마음이허기질때맛있는시한공기어떠신지요?

시낭송장소인테라스

그들은 모두 주가 필요해- 송정미


 

 

매일스치는사람들
내게무얼원하나
공허한그눈빛은무엇으로채우나
모두자기고통과두려움가득
감춰진울음소리주님들으시네

그들은모두주가필요해
깨지고상한마음주가여시네
그들은모두주가필요해
모두알게되리사랑의주님

캄캄한세상에서빛으로부름받아
잃어버린자들과나누라고하시네
주의사랑으로만사랑할수있네
우리가나눌때에그들알겠네

그들은모두주가필요해
깨지고상한마음주가여시네
그들은모두주가필요해
모두알게되리우리의사랑으로
그들은모두주가필요해

한강 유람선을 타다

오랫만에여의나루에나왔다.순전히가을탓이라고혼잣말을되뇌이며한가로이산책로를걸었다.일상이분주할수록홀로누리는쉼이필요하다.잔디밭에떨어지는가을오후햇살이맑다.강건너아파트숲도가을강이배경이되어선지영화속장면처럼새롭다.63빌딩앞에수상택시가있다는말만들었는데과연선착장이있었다.황금빛코스모스가가을분위기와잘어울린다.셀카를몇컷담는다.하늘은내게보여주시려는듯구름을데려와멋진그림을그리게하신다.파라솔아래앉아책을읽다가유람선이타고싶어일어났다.

한강유람선을언제타봤는지기억해보니20년이지난것같다.설레는마음으로유람선에올랐다.승객은거의중국인관광객들이다.여의도에서성산대교까지50분정도소요된다는안내원의멘트가들린다.절두산성지도소개한다.유람선을타고강가운데서바라본한강의모습은강가에서보는것과사뭇달랐다.여의도국회의사당을지나강가에덩쿨식물이나무를감싼모습이오래전페허가된성터같이그로테스크한연출을하고있다.유장하게흐르는아리수강물위세월이켜켜이쌓이듯잔물결이나이테를이룬다.

2층갑판에올라갈생각을왜못했을까.그옛날객실옆갑판에서강을바라보았던기억이있는데갑판이없었다.사고가날까봐없어진것같다고지레짐작을사실로인식해버리는오류투성이가사람인가보다.사고?갑자기세월호로생긴불안감이엄습하여구명조끼가어디있는지재빨리눈으로훑는다.나를유람선까지데려온가을이에게곱지않는눈을흘기며,그러한사건이사람의심리에미치는영향이심각한것임을경험한다.50분이갑자기엄청긴시간처럼느껴진다.

퇴선하면서보니2층갑판위에서더많은사람들이내려왔다.거기서바깥경치나완상할것을,쓸데없는생각에사로잡혀잠시침묵속에서소용돌이친마음에게미안하다고사과를한다.가을은사과와용서의계절인가보다.내영혼에아름다운열매도결실해야하는계절이기에잘못된일에는사과와용서를빌고,사랑으로회복해야한다.마음에안드는사람이있더라도이가을에는더관용하자.좀더많이사랑하며살자.살며사랑하며행복하며그리살일이다.강위에서가을강물처럼생각이깊어지는가을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