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 전도사님이 가시다

7년동안유치부를맡으셨던전도사님이정년퇴임을하셨다.주일학교교사로봉사하며첫정이들었던전도사님이시다.우리교회의특성상소문없이이루어진일이라너무갑작스러워마음이붕떠버린느낌이다.어제저녁카드를정성껏써서작은선물과함께드렸다.내생일을앞둔오늘가족들이모여점심식사를하기로돼있어예배를드린후전도사님과짧은송별식을하게되었다."당신은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을부르고꼬옥안아드렸다.눈물이왈칵쏟아졌다.엄마처럼푸근하시고따듯하시고정이많으신전도사님은남편이없으시다.주중에는직장에나가시고주일엔사역을하신다.지난해아드님이결혼을했고미혼인따님과아드님이둘더있으시다.

가끔은맛있는반찬에밥을해오시고간식도자주가져오셔서교사들을먹이셨다.아침일찍유치부에나가면안부와더불어대화를나누었다.거리낌없으신속내를내보여도은혜롭게결론을내주시고,칭찬과격려로늘힘을주시곤하셨는데…이가을,또하나의이별에마음을앓는다.익숙한환경을좋아하는난새로오실전도사님과정이들때까진힘든시간을보내게될것이다.예배를마치고나를만나러오는우리언니께도참정겹게대해주셔서송별식사진을담아주던언니도눈물을글썽였다.오늘헤어져야하는데이틀전에알게되었다.너무서운하여언니와모시고식사를할예정인데,응해주실지관건이다.인연을이어가고싶은데…

주의종들이떠나면다시만나기가쉽지않을뿐더러관계를철저하게단절하시기도한다.이는새로오신교역자들과빨리가까워지고잘지내게하기위한교회의방침인것같기도하다.가신분께서도얼마나외로우시랴싶다.만나고헤어지는것이순리이자정한이치건만늘서툴다.오래키우던화분의식물이죽어서버려야할때도마음을앓곤하는데…나이가들어갈수록더하니걱정이다.가을만도힘든데이별이라니,당장다음주일아침환한미소로맞아주시던전도사님이안계시고분위기가전혀다른유치부교실에들어가야할텐데…전도사님어디에계시든항상건강하시고행복하시길기도합니다.그동안우리가정을위해끊임없이기도해주시고주님의사랑베풀어주셔서고맙습니다.사랑합니다.할렐루야!

단풍옷입은지난가을우리교회

가을아 어디만치 왔니?

헤세의《정원일의즐거움》을읽다가헤세가오랫동안사용하던주머니칼을잃어버린사건에서멈췄다"주머니칼을잃어버린일이나를이토록우울하게만든다는것은좋지않는징조다"주머니칼을잃어버려우울해진헤세,불현듯은비의무덤으로달려가고싶어책상에서일어났다가,아니지싶어가까이있는문인에게전화를했다."나,아직도힘드네…대공원산책가려는데오실래요?"소설을쓰는그녀는마침평촌에쇼핑을가려던참이라며바로달려왔다."가을이어디만치왔나가보는것도좋을것같아서요."문학이라는공통화제가있어도란도란이야길나누며걸었다.가을초입대공원산책로는한가로웠다.단합대회를나왔는지,한그룹의남자들이이름표를목에걸고사진을담으며동물원으로들어갔다.이국적정취를자아내는다리쪽으로가는데그녀가부른다."최선생님이리와보세요?어?날아가버리네…"마름위에서한가로이먹이를찾던왜가리가말소리에그만날아가버렸다.나에게보여주고싶었던그녀는아쉬운듯하늘을올려다본다.호수를중심으로원을그리며한바퀴돌았다.리프트에서바라보는메타스콰이어가늘어선수변길언덕에는존경,신비의꽃말을가진남보랏빛아이리스가군락을지어피어나기도했는데익사사고가난후안전보호팻말이가로막고서있다.공원초입카페에들러커피를마시고돌아왔다.카페와커피는가을을상징하는이미지군이다.울적해진마음이한결나아졌다.자기스케줄을미루고나의마음을헤아려시간을내준그녀가고마웠다.나무는우리에게이렇게이야기한다."조용히하라!조용히하라!나를바라보라!삶은쉬운것이아니다.삶은어려운것이아니다.그런생각은모두어린아이같은것이다.신이네안에서말씀하시도록하라.그리고너는침묵하라네가두려워하는것은네가가는길이너의어머니로부터,고향으로부터멀리떨어져나가게하기때문이다.고향이란여기혹은저기있는것이아니다.고향은너의내면에있든가아니면어디에도없다"밤바람에소슬거리는나무들에귀를기울이고있으면정처없이떠나고싶은충동이일어난다….방랑은고향을그리는향수이며,어머니를기억하려는동경이다"..나무들은긴생각을가지고있다.나무들에게귀기울이는법을배운사람은더이상나무가되려고하지않는다.헤세《정원일의즐거움》p.53-54잔디밭에떨어진가을햇살이맑다볼수록마음에안겨오는풍경이다호수에는마름이번성해물을덮어버렸다.색과향기가가을을닮았다아카시잎으로잎따기를했는데내가졌다코스모스를닮은꽃열매를맺어익어가고리프트를타고내려오며리프트에서바라본호수건너편산그림자물위에눕고미라보다리(^^)도보이네카페에도가을이성큼아담하고예쁜카페놋그릇에담긴붉은장미보랏빛은볼수록신비롭다블루잔에도어울리고심플한스탠드와촛대와액자출입문유리창으로들어온부유스름한햇살커피와샌드위치등도팔고있다

익숙한 조블, 편안해서 좋았다

어느날조블의문을여는데빨간딱지가눈앞에떡버티고있었다.내용인즉슨금년12월말까지만블로그서비스를한다는것이다.무슨일?한쪽가슴이헹하니구멍이뚫린듯했다.나처럼열정적이지도않은블로거가그랬다.누구나무슨일에자신이관심을기울인시간만큼애정을갖기마련이다.오랜시간열심히글을올리고소통과교제를나눠온(오프라인을포함)블로거이웃들은가슴이무너져내린충격으로지금처럼블로그폐쇄반대운동을펼치고도남으리라.그럴수밖에없는이유가다각적으로나타나고있다.비록온라인이고부분문화라할수있지만어떤식으로든우리사회개개인의소통하는삶은매우중요하다.

늘분주하기도하지만,나는그저편안하게블로그를해왔다.나같은블로거는어디서나과히반갑지않을것이기도하다.시간이되면글하나올리고,아님몇개월문을닫기도했으니말이다.어디에매인것을싫어하는성격이라그저시간나는대로활동을했으며의무감같은것은없었다.다만,내글에관심을보여댓글을단사람에게는예를갖추려고노력했다.2009년9월1일지인의소개로둥지를틀게된조선닷컴블로그,그러니까거의만6년이다.그동안양서를읽을수있는기회와문화소통의창구역할을해준조선블로그와저의졸고와게시물에한결같은추천과댓글로격려,용기를북돋아준이웃분들께감사드린다.

아침에컴을켜면가장먼저들르는곳이조선블로그다.가장익숙하여편안하게드나들었다.전원생활의좋은글로마음의휴식을얻고우리사회의어둡고그늘진곳을올바로직시케하여인식의지평을넓혀주는글,음악에관한지식이나감상등을전달해주는곳이나의관심블로그이며오가는이웃들이다.조선블로그보다먼저둥지를튼다음이나네이버에블로그가있지만간혹글을올리는정도다.네이버에선문인들과통기타음악으로인연이된사람들과소통을이어가기도했지만,한동안닫아두었더니이내시들해졌다.다른일엔열정적이고진취적인내가블로그에서는그렇지못하는건낯가림과시간을많이요하기때문이아닌가한다.평양감사도제싫으면안하는성격도한몫한다.

요즈막上善若水,순리를생각한다.익숙한것과의결별에서툰나지만,인터넷공간에서어디간들만나지못하랴싶다.물론익숙치않은환경에적응하기까지는시간이필요할것이다.그러나어쩌랴.조선블로그에서도여러날심사숙고하여토의하고결정한일이리라.좋은결과가있기를조용히지켜보고있지만,희망적인소식을기대하긴쉽지않을것같다.조블이힘들어하는블로거들의마음을좀더깊이헤아려소통을통해모든일을결정했으면하는바람이다.조선블로그폐쇄반대운동에적극적으로임하시는분들의노고가헛되지않기를기대한다.

수집이 창조가 될 때

사당역6번출구쪽으로걷다보면

아담하고고풍스런건물의"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이있다.

분관이라작은규모이지만1,2층이개성있게꾸며져있다.

대한제국시절벨기에영사관건물이라선지

이국적인정취와조각품이놓여있는정원이퍽어울린다.

개인용품이나집기등도훌륭한창조가될수있다는데놀랐다.

다양한품목의수집광들이많은데,

나는한동안CD와향이좋은미용비누를수집했다.

특별한의미가담긴선물포장지와리본,노끈도여전히상자에넣어둔다.

올봄담아온사진인데

분주하여미루다가이제야올린다.

작가들의글이수집에대해잘전해주고있어감상기는생략한다.

알면참으로사랑하게되고,사랑하게되면

참으로감상하게되며,감상하다보면수집하게되니

수집은그냥쌓아두는것이아니다.

-조선정조때학자유한준(兪漢雋.1732-1811)이

당대의컬렉터인김광국의화첩《석농화원石農畵苑》에붙인발문

은혜의 말言

은혜의말言

최연숙

"예쁜얼굴에땀띠가났네"

"햇빛이물었어요"

유치부은혜의뜻밖의답변에

아,햇빛도사람을물수가있구나

싶다가,규격봉투같은말을하며

살아가는일상이얼마나허허한지

어른들도가끔은은혜처럼

햇빛에도물리고

달빛에도물릴수있다는것

얼마나시인다운발상인가하고

젖꼭지를잘근잘근물고자는

아가의나른한젖물림처럼

"햇빛이물었어요"

『과천문학상반기48호』

은혜는베트남외갓집에산다

손녀처럼사랑하던

은혜가가고나는빈둥우리증후군을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