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정말싫다.마음을너무앓다보니몸까지아프다.나와11년을동거동락하던은비가지난주일아침에갔다.5월에심장병으로6개월이란진단을받았었다.약을3가지먹이다가나중에는2가지로줄였다.몸에물이차물을빼내는이뇨제인데약의부작용은콩팥을상하게한다는것이다.냉장고에넣어두고먹여야하는생약이콩팥기능을보호하는약이었다.그렇게투병을시작한은비는"약먹자"라는소릴가장싫어했다.먹이지않으면당장위험하기에꼭꼭챙겨먹였다.은비는약을먹으면서부터살이빠졌다.수시로병원을들락거리며4개월이되었다.강아지심장수술은우리나라에선아직이고일본에서나가능하단다.
심장병은산책도해선안된다고했다.산책을가장좋아하는은비를안고서공원벤치에앉았다돌아오곤했다.어느날은컨디션이괜찮았다가어느날은더앓기도하며안타까운상황이오기도했다.그런데도링거를맞기도하며잘견뎌내던은비였다.수의사는두어번이젠마음준비를해야할것같다고했다.지난주토요일아침마지막으로밥을먹었다.은비는한번도대소변실수를한적이없다.꼭화장실에갔고산책시볼일을봤다.그저녁내내숨이가빠하며잠을못자던은비와,나도잠을못자아침에잠시방에들어와누웠는데,거실에누워있던은비가마지막안간힘을다해걸어와내몸에다제몸을부린다.마지막순간은비는내곁에있고싶었던것이다.그렇게은비는갔다.
은비가가고집안곳곳에은비가있는것만같다.식탁에서식사를하면식탁아래있고,컴퓨터책상에서일어나면책상아래있고,아침에일어나면내곁에있는것만같아놀라기까지한다.항상나와같이행동을시작하던은비,내마음의변화까지민감하게잘읽던은비,꽤많은단어를알아듣던은비는나를의지하고나는은비를의지하며정서적인교감을나누어왔던것이다.우린가족이었으니까.대문을열고2층계단을올라오면날반가워하는은비소리가나야하는데…너무허전해서집에들어오기가싫기도하다.은비의자리가이렇게컷던것인가.
녀석이가고글을바로적을수없었다.마음이진정되기를기다리는데아직이다.아픈마음이좀치유되려나싶어몇자적는다.너무힘들어하니동네아줌마가다른강아지를소개해주겠단다.생각해보겠다고했다.말이없는남편도허전하다고내색을한다.어머니께서도하나데려오너라하신다.다신키우고싶지않는데,다른녀석도은비처럼착하고모든것에코드가맞을까.은비정말나쁜녀석이다.너를안고있었던체온까지그대로인데..바부팅이다.정말미운우리은비..네게도영혼이있다면하늘나라에서다시만날텐데…은비야거기선마음껏편안하게숨을쉬렴.사랑했다은비야!보고싶다너무많이…..
고전주의가본질과관념과개념의문학이라면낭만주의는실존과감정,인간의감수성을뒤흔들어상상력을무한대로확대시킨운동이다.독일신낭만주의시인인헤르만헤세는자연과사람,꽃에대한아름다움,고독과실존미지의대상에대한동경을감성적인시로그려냈다.그리운것은산뒤에있다하듯,손에닿지않은것들은끊임없이마음이가닿는것인가.그림은그가가장힘든시기에시작했다고고백한다.그림을그리지않았다면자신의실존이가능하지않았을것이라고할만큼힘든시기와상처받은삶을그림그리기가치유해준것이다."나에게로떠나는여행"이라는부제도헤세의소설속화두라고할수있겠다.
헤세의문학이풍성한것은그에게신을자각하는신앙이있었기때문은아닐까.반항하며벗어나려했던신의존재에게순응하며도움을요청하고그안에서참된안식을얻게되었을수도있다.사람의보편적인속성이신을인정하기까지는끊임없이부정하며방황하며신에게서좀더멀리떠나있고싶어한다.헤세의소설[데미안]에서도그런느낌을지울수가없다.거울이나의외면을비추면얼굴에붙은가느다란눈썹한올까지보이듯이내면은진리의빛이비추어야비로소어둠이걷히고깨닫음에이를수있다.그러므로자신의내면을찾아방황하고고뇌하는인간의모습이자기에게이르는길은,아니자신을정확하게직시하게되는길은바로절대자를인정하고진리를쫓아살려고애쓸때가아닐까한다.
헤세의낭만적인시에푹빠져지냈던학창시절엔그림엔관심을두지않았다.금번전시회는헤세의문학보다는그림에좀더비중을둔것같다.물론그림사이에헤세의문학적단상이나명구절를삽입하였다.글을감싸는이미지하나에서도격조를높이려애쓴게보였다.그림에생명력을부여해주는3D입체영상과에니메이션풍디지털로재해석하여그림속에서자연과함께노닐고있는것같은착각에빠져든다.다만,정적인수채화를동적으로살아움직이는아름다움에탄성이나오는것까진좋았으나그림너머나만의메시지를읽기에는다소무리였다.물론그림만전시되어있기도하지만벽면을차지하는몇개의큰영상이압도하여다른그림이나문학전시물이묻히는경향이있었다는말이다.그러나특별한시도를통해독자에게볼거리를제공하는전시회의다양성추구엔박수를보낸다.글과그림이사람을치유하는힘은대단하다.전시장밖흐린하늘과는달리헤세의작품을감상하며접힌마음의주름이활짝펴진듯행복한시간을보냈다.헤세의그림은대체로화사한색상이마음을밝게해주었으며선과터치가섬세하고부드러웠다.더위에지친마음이저절로휠링이되었다할까.입체그림영상은동영상으로담아왔는데조블에올리지못해아쉽다.
국민배우김수로님이전시프로듀서로나서헤세전시회를2년간기획했다하여세간에소문이자자하다.무엇을중점에두고기획했는지한눈에보여진다.금번전시회에는’수레바퀴밑에서’,’데미안’,’싯다르타’,’유리알유희’등헤세의대표작과관련된채색화,초판본,사진,유품등500여점을전시하고있다.올가을독서목록카테고리에"헤세"를기록한다.정원가꾸기를무척좋아했다는그의<정원일의즐거움>부터그의문학과그림에푹빠져한계절을건너갈것이다.마음을앓을새도없이가을이가겠지.함박눈이새하얗게대지를덮을때도여전히헤세안에서머무를것같기도하네.아무려면,헤세의낭만에취하고자연을노래하며새로운의미를부여하고푸르스름한저녁산그림자를고독이라부르며,오래만나지못한벗을그리워하며고흐,릴케가자주여행했다던프로방스를동경하며우수에젖기도할나의감성아,네마음대로여행을해보렴.삶이란저마다자기의기획과디자인대로굴러가기마련이니.매순간선택도당연히내몫이고.아,헤세가나를가을로안내한다.산풀향기훅끼치는숲속오솔길을저만치앞서가며…
그러나어디엔가꿈처럼먼곳에
몸풀고쉴곳이기다리고있음을내알고있으니,
영혼이다시금고향을찾는그어디엔가에
엷은잠과밤과그리고별들이기다리고있다는것을.
하느님이시여,저를절망케해주소서
당신에게서가아니라나자신에게절망하게하소서
나로하여금미혹의모든슬픔을맛보게하시고
온갖고뇌의불꽃을핥게하소서
온갖모욕을겪도록하여주시옵고
내가스스로지탱해나감을돕지마시고
내가발전하는것도돕지마소서
그러나나의자아가송두리째부서지거든
그때에는나에게가르쳐주소서
당신이그렇게하셨다는것을
당신이불꽃과고뇌를낳아주셨다는것을
기꺼이멸망하고기꺼이죽으려고하나
나는오직당신의품속에서만죽을수있기때문입니다.
양떼를몰고목동이
조용한오솔길을가고있다.
집들은잠이오는듯
벌써깜박이고있다.
나는이마을에서,지금
단하나의이방인
슬픔으로하여나의마음은
그리움의잔을남김없이비운다.
길을따라어디로가든
벽난로에는따뜻한불이타고있었다.
오직나만이
고향과조국을느껴보지못했다.
안개속을헤매면이상하여라
숲이며돌은저마다외로움에잠기고
나무도서로가보이지않는다.
모두가다혼자다.
나의인생이아직밝던시절엔
세상은친구들로가득했건만
이제는안개가내리어
보이는사람하나도없다.
어쩔수없이조용히모든것에서
사람을떼어놓는그어둠을
조금도모르고사는사람은
참으로현명하다할수는없다.
안개속을헤매면이상하여라
인생이란고독한것
사람들은서로모르고산다.
가을비가회색숲에흩뿌리고,
아침바람에골짜기는추워떨고있다.
내인생에도가을이찾아와
바람은찢어져나간나뭇잎을딩굴게하고
가지마다흔들어댄다-열매는어디에있나?
나는사랑을꽃피웠으나그열매는괴로움이었다.
나는믿음을꽃피웠으나그열매는미움이었다.
나에게있어서열매란무엇인가?목표란무엇이란말인가!
피어나려했었고,그것이나의목표다.그런데나는시들어가고,
신은내안에살고,내안에서죽고
내가슴속에서괴로워한다.이것이내목표로충분하다.
아침바람에골짜기가떨고있다.
밤나무에서밤이떨어져,
힘있게환하게웃는다.나도함께웃는다.
그러나나이제야분명히알겠다.
나늙은소년이된지금에야,
그런것들을소유하지않는것.
그런노력이얼마나현명한건지
나이제야분명히알겠다.
리본과곱슬머리,그리고
모든매력이금방사라지듯이,
그밖에내가얻은것들,
늙은이들이좋아하는것은
난로와부르고뉴산적포도주,
그리고마지막으로죽음을편안하게맞는것.
그러나오늘당장이아니라나중에.
봄의파릇한풀길을걸었다.
따갑게내리쬐는많은여름해를보았다.
걸음은피로에지치고머리칼은하얘져서
아무도예전의나를몰라본다.
야윈나의그림자가피로하여머물러선다.
그러나기어코이길을다가고말리라.
화려한세계로나를끌고다니던꿈이
나에게서떨어져나간다.
이제야나는안다.꿈이나를속인것을.
골짜기에서한밤에시한수를읊는다.
오,저높은곳에서달이냉정하게웃는다.
차가운눈이이마와가슴을끌어안아준다.
생각했던것보다죽음은상냥하다.
올해만해문예대상을받은성공회대신영복교수의마지막강의녹취록을풀어쓴책이다.1968년통혁당사건으로20년형을구형받고교도소에서복역한저자는20년의교도소생활이인간학공부를제대로한’대학’이었다고강조한다.사람이가지말아야할곳에서자신을똑바로직시,성찰하고부단히노력하는지식인이라는생각이든다.시경,논어,공자,맹자,노자등동양고전을자기식의해석으로펼쳐내며동서고금을넘나드는우리시대의담론을제시한다.
"공부란인간과세계에대한올바른인식을키우는것,또한자기성찰,동시에미래창조,사람의정서는그시대를뛰어넘기어렵다,공부란머리에서가슴으로,가슴에서발까지의여행,우리가갇혀있는완고한인식틀을깨뜨리는것,진정한공부는변화와창조로이어져야,또한문사철의추상력과시서화의상상력을유연하게구사하고적절히조화할수있는능력을기르기위해서란다.우리의사고는언어로구성되어있다."자기가만들어놓은프레임을깨고나오기가얼마나어려운지누구나공감할것이다.그리고시를이야기한다."시는언어를뛰어넘고사실을뛰어넘는진실의창조,시는진정성의공감이있어야,『시경』에실린300편중150편이황하유역15개제후국에서불리던노래를채집한것으로궁중의의식곡,제례악도있어당시사람들의보편적삶의정서인’사회미’에주목하게된다.시인은숙련된킬러처럼언어를포착하고그것을끝내살해하는존재다."-김영하의『살인자의기억법』"
김소월의「진달래꽃」의"사뿐히즈려밟고가시옵소서"는김억이번역한예이츠의시"나는가난하여가진것이꿈뿐이어서그꿈을그대발밑에깔았습니다.사뿐히밟으세요.당신이밟는것이내꿈이니까요."에서.일본천황숭배의논란을빚었던서정주의"국화옆에서"는백거이의시「국화」에서시상을빌렸다"고기록한다.일부러빌린것이기도할테고,워낙감동으로기억된작품이면자신도모르게그시에기대어쓰기도한다.엘리엇의「황무지」명구도초서의「켄터베리이야기」에서착상했다며저자는이를오래된정서,옛사람들의정한을이어가기를원한다고,이를역사적계승이라고도한다.하늘아래새로운것이없다하듯이우리네정서도그렇다는것이다.시는굉장히큰세계를담고있으며,시가세계를인식하는인식틀이며,시를암기한다는것은시인들이구사하던세계인식의큰그릇을우리가빌려쓰는것이라는사실에주목해야한다고,사물의변화를읽으려할때시는대단히뛰어난관점을시사한다고적고있다.시란문학서사양식을뛰어넘는것,유연한시적사유는비단세계인식에있어서뿐만아니라우리의삶을대단히아름답게만들어주는것이란다.시에관심이많아서인지공감백배다.
시경,초사에서굴원의「이소」를소개한뒤시「어부」를들어남방문학의낭만성과창조성에관한담론으로읽는다.어부의명구인"滄
주역괘의난해함을역사나정치,경제논리,관계론으로접근하기도하고,감옥에서있었던일에대입하기도한다.논어를춘추전국시대의화동和同담론으로,"군자화이부동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군자는다양성을인정하고지배하려고하지않으며,소인은지배하려고하며공존하지못한다."고자신의해석을내놓으며,나아가통일담론으로까지설명한다.
공자의대화록인논어에서공자어록하나소개한다."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자기가원치않는것을다른사람에게베풀지말라"는의미인데의미심장하다.
전국시대맹자의성선설,인의예지,민본사상,순자의성악설,노자사상의핵심인보이지않는세계와보이는세계를통합적으로인식하는무유론無有論,무위와상선약수를정치와노동,철학등민초의희망이며평화의선포라는메시지로설명한다.장자의반기계론이첨단문명으로일자리를기계에게뻬앗긴상황을설파한다."길은관계의흔적이고소통의결과로생겨나는주름,사람들은대체로자기생각에갇혀서자기를기준으로해서다른것들을판단한다."
묵자의"무감어수無監於水,물에비추어보지말라,거울에비추어보면외모만보게되지만,자기를다른사람에게비추어보면자기의인간적품성이드러난다."전국시대의법가사상을집대성한동양의마키아벨리라불리는한비자를"교사불여졸성巧詐不如拙誠,교모하고위장된행동보다는투박하고우직하며성실한마음자세가더중요하다는"설립상"편글로평가한다.간디가열거하는나라망치는7가지사회악"등새겨볼만하다.동양고전의많은고사와근대와이시대의정치,경제,사회,문화를대입하여논리적으로엮었다.
제2부인간이해와자기성찰에서는감옥에서의생활과가족에게보낸옥중서간문을현장감넘치는필체로적고있다.한사람의변화와자기개조의담론이라이름하며."그사람의생각은그가살아온삶의역사적결론"이란비슷한말은자주듣지만명언이다.똘레랑스의관용으로차이를존중하고다양성을승인하는것의중요성도인간의보편적인정서를나타낸것이기에공감한다.우리의삶이공부다.감옥이사회학,역사학,인간학교실이라는글처럼참다운공부를하는곳이라면좋으련만,거듭된범죄교실이되는건어찜인가.
"감옥은감옥바깥에있는사람들로하여금자기들은감옥에긷혀있지않다는착각을주기위한정치적공간"이라는메셀푸코의정의와"우리를가두고있는보이지않는감옥은무엇인가"에생각이오래머물다.
끊임없이위선과위악의베일을걷어내는공부가필요하다고적고.들뢰즈,가타리의노마디즘,유목주의,접속,배치의관계개념,"모든인식은그대상과자기가맺고있는관계를발견해내는것에서부터,즉관계를자각하고관계를만들어내는것에서부터시작된다고한다.인식의밑바탕에는’사람’이있어야하고관계야말로궁극적존재성이란다."겸손"을관계론의최고형태로보고있는데동의한다.
새기고싶은한마디,"그사람과함께살면내가더좋은사람이될수있다는확신이들기때문이야."결혼을결심한남자나여자가서로이런말을해준다면우리사회가더아름답게변모되지않을까?
저자가감옥에서배운서예체는많이알려져있다.언젠가교정작품전시회에서보았던명필이떠오른다.독특한서체"함께맞는비"에선관계를생각한다.책을많이읽는사람이가장여행을많이한사람이고그보다더무서운사람은여행하면서도책을읽는사람이라고한다.맞는말이다.지식인의삶과고뇌가읽혀지고,일부사회적이슈에대해선좌파적편향도보인다.자본주의의화폐권력,상품,광고의폐해,후기근대사회의질병인"우울증",조선건국과한국정치사의다시새김,카테고리의내용이앞뒤다소겹친부분은좀산란하기도했다."우리의생각은그와함께연상되는연상세계로부터자유로울수없다."는철학적통찰을새겨본다.깨달음과공부는살아가는이유라고마무리한다.좌파성향인그에게만해대상을수여했다고비판하는기사를읽었다.환경이사람을만든다는말을곁들이고싶다.한권의책이인생의터닝포인트turningpoint가되었다고도한다.책을읽는사람의삶을성찰케하고더나은미래로나아가도록영향력을끼치는글은글쓴이의깊은사유에서비롯된다.가을이다.여름내서가에고이잠든책을톡톡깨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