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일에심취한다는건나만의세계에침잠하는일이다.그일이꽃과나무들을가꾸고그네들과대화하는일이라면더바랄것이없겠다.《정원일의즐거움》에서헤세는나무한그루의변화를세심하게관찰하고감상하며자연과동화된삶을살아간다.할아버지가정원을가꾸고아버지가정원을가꾸던모습,이제는자신이그정원에서일어난일까지끊임없이상기하며과거와현재의공간에서대화를나누곤한다.나무와꽃들에게생명을부여하고그움직임을살펴적은문학적표현이그지없이아름답고황홀하기까지하다.정원에대하여,꽃에대하여쓴시도삽입하여내용이풍성하다.어릴적고향집장깡곁에엄마의화단이있었다.여름이면피어나던봉숭아,채송화,과꽃,맨드라미를지금도꿈속에서만나게된다.잊혀지지않는의미로기억속에각인되어있는것이다.정원을가꾸는헤세의일은마음을아름답게가꾸는일임에분명하다.헤세가가꾼정원은《클링조어》,《꿈의집》등헤세의문학작품여러곳에등장한다.
담론
저자
신영복
출판사
돌베개(2015년04월2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올해만해문예대상을받은성공회대신영복교수의마지막강의녹취록을풀어쓴책이다.1968년통혁당사건으로20년형을구형받고교도소에서복역한저자는20년의교도소생활이인간학공부를제대로한’대학’이었다고강조한다.사람이가지말아야할곳에서자신을똑바로직시,성찰하고부단히노력하는지식인이라는생각이든다.시경,논어,공자,맹자,노자등동양고전을자기식의해석으로펼쳐내며동서고금을넘나드는우리시대의담론을제시한다.
"공부란인간과세계에대한올바른인식을키우는것,또한자기성찰,동시에미래창조,사람의정서는그시대를뛰어넘기어렵다,공부란머리에서가슴으로,가슴에서발까지의여행,우리가갇혀있는완고한인식틀을깨뜨리는것,진정한공부는변화와창조로이어져야,또한문사철의추상력과시서화의상상력을유연하게구사하고적절히조화할수있는능력을기르기위해서란다.우리의사고는언어로구성되어있다."자기가만들어놓은프레임을깨고나오기가얼마나어려운지누구나공감할것이다.그리고시를이야기한다."시는언어를뛰어넘고사실을뛰어넘는진실의창조,시는진정성의공감이있어야,『시경』에실린300편중150편이황하유역15개제후국에서불리던노래를채집한것으로궁중의의식곡,제례악도있어당시사람들의보편적삶의정서인’사회미’에주목하게된다.시인은숙련된킬러처럼언어를포착하고그것을끝내살해하는존재다."-김영하의『살인자의기억법』"
김소월의「진달래꽃」의"사뿐히즈려밟고가시옵소서"는김억이번역한예이츠의시"나는가난하여가진것이꿈뿐이어서그꿈을그대발밑에깔았습니다.사뿐히밟으세요.당신이밟는것이내꿈이니까요."에서.일본천황숭배의논란을빚었던서정주의"국화옆에서"는백거이의시「국화」에서시상을빌렸다"고기록한다.일부러빌린것이기도할테고,워낙감동으로기억된작품이면자신도모르게그시에기대어쓰기도한다.엘리엇의「황무지」명구도초서의「켄터베리이야기」에서착상했다며저자는이를오래된정서,옛사람들의정한을이어가기를원한다고,이를역사적계승이라고도한다.하늘아래새로운것이없다하듯이우리네정서도그렇다는것이다.시는굉장히큰세계를담고있으며,시가세계를인식하는인식틀이며,시를암기한다는것은시인들이구사하던세계인식의큰그릇을우리가빌려쓰는것이라는사실에주목해야한다고,사물의변화를읽으려할때시는대단히뛰어난관점을시사한다고적고있다.시란문학서사양식을뛰어넘는것,유연한시적사유는비단세계인식에있어서뿐만아니라우리의삶을대단히아름답게만들어주는것이란다.시에관심이많아서인지공감백배다.
시경,초사에서굴원의「이소」를소개한뒤시「어부」를들어남방문학의낭만성과창조성에관한담론으로읽는다.어부의명구인"滄之水淸兮可以濯吾纓창랑지수청혜가이탁오영,滄浪之水濁兮可以濁吾足창랑지수탁혜가이탁오족창랑의물이맑으면내갓끈을씻고창랑의물이흐리면내발을씻으리라"대목을소개한다.
주역괘의난해함을역사나정치,경제논리,관계론으로접근하기도하고,감옥에서있었던일에대입하기도한다.논어를춘추전국시대의화동和同담론으로,"군자화이부동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군자는다양성을인정하고지배하려고하지않으며,소인은지배하려고하며공존하지못한다."고자신의해석을내놓으며,나아가통일담론으로까지설명한다.공자의’악여정통樂與政通,음악과정치는서로통한다는데,정치의어떤부분이음악과통한다하는지정치의감동과신선함을보지못한나는왁짜하게떠들어대며말만많은것을이야기하는것인지내생각대로읽으며웃어본다.이것도하나의틀일수있지만.
공자의대화록인논어에서공자어록하나소개한다."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자기가원치않는것을다른사람에게베풀지말라"는의미인데의미심장하다.
전국시대맹자의성선설,인의예지,민본사상,순자의성악설,노자사상의핵심인보이지않는세계와보이는세계를통합적으로인식하는무유론無有論,무위와상선약수를정치와노동,철학등민초의희망이며평화의선포라는메시지로설명한다.장자의반기계론이첨단문명으로일자리를기계에게뻬앗긴상황을설파한다."길은관계의흔적이고소통의결과로생겨나는주름,사람들은대체로자기생각에갇혀서자기를기준으로해서다른것들을판단한다."
묵자의"무감어수無監於水,물에비추어보지말라,거울에비추어보면외모만보게되지만,자기를다른사람에게비추어보면자기의인간적품성이드러난다."전국시대의법가사상을집대성한동양의마키아벨리라불리는한비자를"교사불여졸성巧詐不如拙誠,교모하고위장된행동보다는투박하고우직하며성실한마음자세가더중요하다는"설립상"편글로평가한다.간디가열거하는나라망치는7가지사회악"등새겨볼만하다.동양고전의많은고사와근대와이시대의정치,경제,사회,문화를대입하여논리적으로엮었다.
제2부인간이해와자기성찰에서는감옥에서의생활과가족에게보낸옥중서간문을현장감넘치는필체로적고있다.한사람의변화와자기개조의담론이라이름하며."그사람의생각은그가살아온삶의역사적결론"이란비슷한말은자주듣지만명언이다.똘레랑스의관용으로차이를존중하고다양성을승인하는것의중요성도인간의보편적인정서를나타낸것이기에공감한다.우리의삶이공부다.감옥이사회학,역사학,인간학교실이라는글처럼참다운공부를하는곳이라면좋으련만,거듭된범죄교실이되는건어찜인가.
"감옥은감옥바깥에있는사람들로하여금자기들은감옥에긷혀있지않다는착각을주기위한정치적공간"이라는메셀푸코의정의와"우리를가두고있는보이지않는감옥은무엇인가"에생각이오래머물다.
끊임없이위선과위악의베일을걷어내는공부가필요하다고적고.들뢰즈,가타리의노마디즘,유목주의,접속,배치의관계개념,"모든인식은그대상과자기가맺고있는관계를발견해내는것에서부터,즉관계를자각하고관계를만들어내는것에서부터시작된다고한다.인식의밑바탕에는’사람’이있어야하고관계야말로궁극적존재성이란다."겸손"을관계론의최고형태로보고있는데동의한다.
새기고싶은한마디,"그사람과함께살면내가더좋은사람이될수있다는확신이들기때문이야."결혼을결심한남자나여자가서로이런말을해준다면우리사회가더아름답게변모되지않을까?
저자가감옥에서배운서예체는많이알려져있다.언젠가교정작품전시회에서보았던명필이떠오른다.독특한서체"함께맞는비"에선관계를생각한다.책을많이읽는사람이가장여행을많이한사람이고그보다더무서운사람은여행하면서도책을읽는사람이라고한다.맞는말이다.지식인의삶과고뇌가읽혀지고,일부사회적이슈에대해선좌파적편향도보인다.자본주의의화폐권력,상품,광고의폐해,후기근대사회의질병인"우울증",조선건국과한국정치사의다시새김,카테고리의내용이앞뒤다소겹친부분은좀산란하기도했다."우리의생각은그와함께연상되는연상세계로부터자유로울수없다."는철학적통찰을새겨본다.깨달음과공부는살아가는이유라고마무리한다.좌파성향인그에게만해대상을수여했다고비판하는기사를읽었다.환경이사람을만든다는말을곁들이고싶다.한권의책이인생의터닝포인트turningpoint가되었다고도한다.책을읽는사람의삶을성찰케하고더나은미래로나아가도록영향력을끼치는글은글쓴이의깊은사유에서비롯된다.가을이다.여름내서가에고이잠든책을톡톡깨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