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싸우는가
돌과돌과돌이끝없이연달아
길은돌담을끼고갑니다.
담은쇠문을굳게닫아
길위에긴그림자를드리우고
길은아침에서저녁으로
저녁에서아침으로통했습니다.
돌담을더듬어눈물짓다
쳐다보면하늘은부끄럽게푸릅니다.
풀한포기없는이길을걷는것은
담저쪽에내가남아있는까닭이고,
내가사는것은,다만,
잃은것을찾는까닭입니다.
김훈지음
생각의나무펴냄
시/에세이
김훈신작에세이『바다의기별』.’칼의노래’,’현의노래’등우리말의아름다움을글로표현해낸….
대니그레고리지음
세미콜론펴냄
시/에세이
그림을통해삶의의미를되새겨가는한남자의그림일기「모든날이소중하다」.손으로긁어쓴…
나의삶은지독한불행으로가득한데,그대부분은일어나지도않는일들이다.-몽테뉴
만일우리가편집증환자처럼나쁜일들에만집중한다면우리는먹다남긴사과와침대보에비추는햇살과갓구운쿠키냄새같은아름다움들을놓치게된다.삶은변화하는것이므로우리는언제나주의깊게깨어있어야한다.
광고업계에서일하는대니그레고리와스타일리스트인아내패티의일상은무척바쁘다.아이잭을베이비시터에맡기고사진촬영에쓸케이크를구하러업타운의유명제과점에가는길에전철을기다리는도중그녀가플랫홈에서떨어져척추뼈가부서지고하반신이마비되어버렸다.원치않는불행을받아드리기가힘들었지만아이시중부터들며서서히상황을받아드리기시작한다.사고후새로운용기와결단력으로놀랍게변화되어가는아내패티를보고결국사고는그녀자신의것이었으며자신은제3자일수밖에없음을알게된다.
종이쪽지가있으면늘낙서를하던그레고리는어느날그림을그려보기로마음먹고주변에있는실제의것들을관찰하면서그리기시작했다.그림을그리기시작하면서그림의대상들을느리고애정이담긴시선의바라봄으로전에발견하지못했던아름다움과사랑스러움을발견하게되며신비로운다른세계를경험하며행복을느끼게된다.집안에있는물건부터시작된그의서툴게그린그림부터밖으로나가그리게되는그림까지펜으로스케치한듯한드로잉방식의그림과물감을넣은그림까지퍽섬세하게그렸다.각장마다개성있는그림과글이담겨있다.아니그림이글보다훨씬더많은분량을차지한다.이책을읽으면그림을그리고싶은충동을느끼게된다.그림들이내게말을걸어온다.
이책을읽게된동기가있다.내시집을읽은교회집사님이어느날내옆자리로다가왔다.우린같은성가대대원이지만늘자신이앉는자리가있다.어떤불문율처럼누구도그사람이앉는자리를침범하지않는다.그런데김집사님이내옆집사님자리를침범한것이다.노트를펴서보여주는데설교를들으며내용을그림과글로정리한것들과주위에있는것들을스케치한것들이었다.썩잘그린것들은아니지만글로만설교내용을정리한나와는다른김집사의노트는내가흥미로움을갖기에충분했다.성가대연습을마치고서점에함께가자고하더니이책을소개해준것이다.아버지병실을지키며이책을읽게되었고그후로어디가서든시간이있으면스케치하게되더라는것이다.
책을다읽고첫번째내가그린그림은우리집은비였다.남편에게보여주니잘그린것도같고아닌것도같다는애매한답변을들었다.다음으로핸드폰,물컵을그려아들에게보여주니펜으로만그리기쉽지않는데잘그린다고하였다.그림노트를하나마련했다.계속그려볼참이다.앞으로펴낼책의표지도직접그려볼생각을하니기대만땅이다.내안에서무언가하고싶다는것은아주행복한것이다.
"삶은화창한첫봄날에창문을여는것과도같다"
모든날이소중하다/대니그레고리/세미콜론/2005
신영복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펴냄
시/에세이
우리시대의참된스승,신영복의베스트서화에세이!신영복의서화에세이,『처음처럼』.1968년…
작가의서문을읽으며마음이끌리던대목이그림을그리게된동기이다.책을내려니삽화를그려줄화가가필요한데화가의손을빌리자면비용이만만치않다는생각에서부터그림을그리기시작했다고적고있다.그림은언어의경직된논리를부드럽게도해주고그자체가여백이되어독자들의글읽기에도움이되기도한다는말에공감한다.요즘책들대부분이이책과비슷한형태의삽화와글로엮여져있다.잘만엮으면글과그림의조화로더풍성한감동을이끌어낼수있으며여백이주는쉼표의역할도해내리란생각이다.
다만,이책에서처럼너무큰그림들을많이삽입하여좋은그림과글들이제빛을보지못한다는데안타까움이있다.저자의다른책을읽었을때보다훨씬글의내용이깊이있게전달되지않았기때문이다.너무많은그림을책한권에욕심껏삽입한엮은이의실수라고도볼수있다.차라리그림만으로의미전달을해주든지그림과글을따로실었으면좋았을터이다.또한책의내용은이미발표한작품들도더러들어있었고같은내용이중복되는글도있었다.표지와속지의품격을살리지못한세련된편집이못내아쉽다고나할까.
작가는일반인이쉽게체험하지못한감옥이라는제한된공간에서사색의깊이를키운사람이다.그런탓에깊고어둡고암울한현실을조명하여사물의이치를살핀흔적이역력하다.그래서사람은환경의동물이라고하나보다.글을읽으며그런생각이줄곧이어졌다.아무나쉽게경험하지못할환경이만든지식인의고뇌는남다를수밖에없는것이다.고난이사람을키운다는것은이미모든사람들의보편적인정서라할수있다.그러나글에는개개인의고유한색깔이있다.그색깔을발견하는것이책읽기의즐거움일수도있다.
나또한계속글을써서책을출간할예정이다.그러한마음으로책을살피니장단점이금방눈에들어온다.이제글에맞는삽화를그려갈것이다.그래서나만의글과그림의개성을담은책을내놓을것이다.이미시와산문을엮어놓은수필글또한그림을삽입해볼작정이다.끊임없이무엇인가구상하고행동으로옮기는것은언제나사람의마음을설레게한다.책제목이"처음처럼"이듯내마음또한처음처럼글을쓰고그림을그려갈것이다.작가가살아있다는의미는글쓰는일을멈추지않는것이아니겠는가.
근래그림팸플랫을보고한마디던진적이있다.그림에선무한한메시지가읽혀야하고글에선그림이저절로그려져야좋은작품이라할수있다는말이다.평소그런생각을가진나는복잡한그림이글을압도해버린책에서의미를찾는다는것이무리였는지모르겠다.짧은글들임에도읽는내내정신의쉼을얻을수있는여백이그리웠다.책을통해쉼을얻고자하는것은바쁘게사는현대인의정서이기도하다.삶은늘신비로운안개같은것,햇살이비쳐올때비로소걷히고실체가드러나는법이다.정진또정진하자.
처음처럼/신영복/랜덤하우스/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