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이 창조가 될 때

사당역6번출구쪽으로걷다보면

아담하고고풍스런건물의"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이있다.

분관이라작은규모이지만1,2층이개성있게꾸며져있다.

대한제국시절벨기에영사관건물이라선지

이국적인정취와조각품이놓여있는정원이퍽어울린다.

개인용품이나집기등도훌륭한창조가될수있다는데놀랐다.

다양한품목의수집광들이많은데,

나는한동안CD와향이좋은미용비누를수집했다.

특별한의미가담긴선물포장지와리본,노끈도여전히상자에넣어둔다.

올봄담아온사진인데

분주하여미루다가이제야올린다.

작가들의글이수집에대해잘전해주고있어감상기는생략한다.

알면참으로사랑하게되고,사랑하게되면

참으로감상하게되며,감상하다보면수집하게되니

수집은그냥쌓아두는것이아니다.

-조선정조때학자유한준(兪漢雋.1732-1811)이

당대의컬렉터인김광국의화첩《석농화원石農畵苑》에붙인발문

헤세와 그림들 展-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고전주의가본질과관념과개념의문학이라면낭만주의는실존과감정,인간의감수성을뒤흔들어상상력을무한대로확대시킨운동이다.독일신낭만주의시인인헤르만헤세는자연과사람,꽃에대한아름다움,고독과실존미지의대상에대한동경을감성적인시로그려냈다.그리운것은산뒤에있다하듯,손에닿지않은것들은끊임없이마음이가닿는것인가.그림은그가가장힘든시기에시작했다고고백한다.그림을그리지않았다면자신의실존이가능하지않았을것이라고할만큼힘든시기와상처받은삶을그림그리기가치유해준것이다."나에게로떠나는여행"이라는부제도헤세의소설속화두라고할수있겠다.

헤세의문학이풍성한것은그에게신을자각하는신앙이있었기때문은아닐까.반항하며벗어나려했던신의존재에게순응하며도움을요청하고그안에서참된안식을얻게되었을수도있다.사람의보편적인속성이신을인정하기까지는끊임없이부정하며방황하며신에게서좀더멀리떠나있고싶어한다.헤세의소설[데미안]에서도그런느낌을지울수가없다.거울이나의외면을비추면얼굴에붙은가느다란눈썹한올까지보이듯이내면은진리의빛이비추어야비로소어둠이걷히고깨닫음에이를수있다.그러므로자신의내면을찾아방황하고고뇌하는인간의모습이자기에게이르는길은,아니자신을정확하게직시하게되는길은바로절대자를인정하고진리를쫓아살려고애쓸때가아닐까한다.

헤세의낭만적인시에푹빠져지냈던학창시절엔그림엔관심을두지않았다.금번전시회는헤세의문학보다는그림에좀더비중을둔것같다.물론그림사이에헤세의문학적단상이나명구절를삽입하였다.글을감싸는이미지하나에서도격조를높이려애쓴게보였다.그림에생명력을부여해주는3D입체영상과에니메이션풍디지털로재해석하여그림속에서자연과함께노닐고있는것같은착각에빠져든다.다만,정적인수채화를동적으로살아움직이는아름다움에탄성이나오는것까진좋았으나그림너머나만의메시지를읽기에는다소무리였다.물론그림만전시되어있기도하지만벽면을차지하는몇개의큰영상이압도하여다른그림이나문학전시물이묻히는경향이있었다는말이다.그러나특별한시도를통해독자에게볼거리를제공하는전시회의다양성추구엔박수를보낸다.글과그림이사람을치유하는힘은대단하다.전시장밖흐린하늘과는달리헤세의작품을감상하며접힌마음의주름이활짝펴진듯행복한시간을보냈다.헤세의그림은대체로화사한색상이마음을밝게해주었으며선과터치가섬세하고부드러웠다.더위에지친마음이저절로휠링이되었다할까.입체그림영상은동영상으로담아왔는데조블에올리지못해아쉽다.

국민배우김수로님이전시프로듀서로나서헤세전시회를2년간기획했다하여세간에소문이자자하다.무엇을중점에두고기획했는지한눈에보여진다.금번전시회에는’수레바퀴밑에서’,’데미안’,’싯다르타’,’유리알유희’등헤세의대표작과관련된채색화,초판본,사진,유품등500여점을전시하고있다.올가을독서목록카테고리에"헤세"를기록한다.정원가꾸기를무척좋아했다는그의<정원일의즐거움>부터그의문학과그림에푹빠져한계절을건너갈것이다.마음을앓을새도없이가을이가겠지.함박눈이새하얗게대지를덮을때도여전히헤세안에서머무를것같기도하네.아무려면,헤세의낭만에취하고자연을노래하며새로운의미를부여하고푸르스름한저녁산그림자를고독이라부르며,오래만나지못한벗을그리워하며고흐,릴케가자주여행했다던프로방스를동경하며우수에젖기도할나의감성아,네마음대로여행을해보렴.삶이란저마다자기의기획과디자인대로굴러가기마련이니.매순간선택도당연히내몫이고.아,헤세가나를가을로안내한다.산풀향기훅끼치는숲속오솔길을저만치앞서가며…

어디엔가/헤르만헤세

햇볕에타며생명의사막위를내방황했노라,
그리고스스로의무거운짐에깔려신음했노라.
하지만어디엔가거의잊혀진곳,
서늘한그늘이드리운꽃피는뜰이있음을내알고있노라.

그러나어디엔가꿈처럼먼곳에
몸풀고쉴곳이기다리고있음을내알고있으니,
영혼이다시금고향을찾는그어디엔가에
엷은잠과밤과그리고별들이기다리고있다는것을.

기도/헤르만헤세

하느님이시여,저를절망케해주소서
당신에게서가아니라나자신에게절망하게하소서
나로하여금미혹의모든슬픔을맛보게하시고
온갖고뇌의불꽃을핥게하소서
온갖모욕을겪도록하여주시옵고
내가스스로지탱해나감을돕지마시고
내가발전하는것도돕지마소서
그러나나의자아가송두리째부서지거든
그때에는나에게가르쳐주소서
당신이그렇게하셨다는것을
당신이불꽃과고뇌를낳아주셨다는것을
기꺼이멸망하고기꺼이죽으려고하나
나는오직당신의품속에서만죽을수있기때문입니다.

마을의저녁무렵/헤르만헤세

양떼를몰고목동이
조용한오솔길을가고있다.
집들은잠이오는듯
벌써깜박이고있다.

나는이마을에서,지금
단하나의이방인
슬픔으로하여나의마음은
그리움의잔을남김없이비운다.

길을따라어디로가든
벽난로에는따뜻한불이타고있었다.
오직나만이
고향과조국을느껴보지못했다.

안개속에서/헤르만헤세

안개속을헤매면이상하여라
숲이며돌은저마다외로움에잠기고
나무도서로가보이지않는다.
모두가다혼자다.

나의인생이아직밝던시절엔
세상은친구들로가득했건만
이제는안개가내리어
보이는사람하나도없다.

어쩔수없이조용히모든것에서
사람을떼어놓는그어둠을
조금도모르고사는사람은
참으로현명하다할수는없다.

안개속을헤매면이상하여라
인생이란고독한것
사람들은서로모르고산다.

어둠과나와/헤르만헤세

나는촛불을꺼버렸다.
열린창문으로밤이밀려와
살며시나를안고,나를벗으로
형제로삼는다.
우리들은같은향수에젖어있다.
불안한꿈을밖으로내쫓고
소곤소곤아버지집에서살던
지난날을이야기한다.

꺾어진가지/헤르만헤세꺾어져부스러진나뭇가지,
이미여러해동안그대로매달린채,
메말라바람에불어삐걱거린다.
잎도없이,껍질도없이,
벌거숭이로빛이바랜채
너무긴생명(生命)과너무긴죽음에지쳐버렸다.
딱딱하고끈질기게울리는그노랫소리.
반항스레들린다,마음속깊이두려움에울려온다.
아직또한여름을,
아직또한겨울동안을.
(1962.헤세의마지막작품)

눈속의나그네/헤르만헤세

밤비/헤세그소리잠속까지들려잠이깨어버렸네이제는그소리듣고그걸만져본다그좔좔흐르는소리어둠을채운다수천의목소리로축축하고서늘하게속삭임웃음신음마음사로잡혀나는,흐르듯부드러운울림의소란함에귀기울인다해나는매서운날들의그모든딱딱하고메마른울림다음에이얼마나친밀한부름인가,얼마나큰축복이며두려움인가비의부드러운탄식은!그렇게당당한가슴에서터져나온다아무리부스러져보이더라도한번어린아이같은흐느끼고싶은마음눈물의사랑스러운샘이그러고는콸콸흐르며탄식하며마법을푼다침묵당한것이말할수있도록새로운행복과고통에길을트고영혼을넓히도록

늦가을의산책/헤르만헤세

가을비가회색숲에흩뿌리고,
아침바람에골짜기는추워떨고있다.밤나무에서밤이툭툭떨어져
입을벌리고촉촉히젖어갈색을띄고웃는다.

내인생에도가을이찾아와
바람은찢어져나간나뭇잎을딩굴게하고
가지마다흔들어댄다-열매는어디에있나?

나는사랑을꽃피웠으나그열매는괴로움이었다.
나는믿음을꽃피웠으나그열매는미움이었다.바람은나의앙상한가지를쥐어뜯는다.
나는바람을비웃고폭풍을견디어본다.

나에게있어서열매란무엇인가?목표란무엇이란말인가!
피어나려했었고,그것이나의목표다.그런데나는시들어가고,시드는것이목표이며,그외아무것도아니다.
마음에간직하는목표는순간적인것이다.

신은내안에살고,내안에서죽고
내가슴속에서괴로워한다.이것이내목표로충분하다.
제대로가는길이든헤매는길이든,만발한꽃이든열매이든
모든것은하나이고,모든것은이름에불과하다.

아침바람에골짜기가떨고있다.
밤나무에서밤이떨어져,
힘있게환하게웃는다.나도함께웃는다.
늙어간다는것
젊은이들이좋아하는모든겉치레들.
나도덩달아좋아했던것들.
곱슬머리,넥타이,투구와칼.
그리고무엇보다도여자.

그러나나이제야분명히알겠다.
나늙은소년이된지금에야,
그런것들을소유하지않는것.
그런노력이얼마나현명한건지
나이제야분명히알겠다.

리본과곱슬머리,그리고
모든매력이금방사라지듯이,
그밖에내가얻은것들,
지혜,미덕,따뜻한양말,
아,이모든것도곧사라지리라.
그러면지상은추워지겠지.

늙은이들이좋아하는것은
난로와부르고뉴산적포도주,
그리고마지막으로죽음을편안하게맞는것.
그러나오늘당장이아니라나중에.

한밤에골짜기에서시한수를읊는다.
벌거숭이추운달이하늘을헤메고있는때에
눈과달빛이쌓인길을
그림자와함께나는걸어간다.

봄의파릇한풀길을걸었다.
따갑게내리쬐는많은여름해를보았다.
걸음은피로에지치고머리칼은하얘져서
아무도예전의나를몰라본다.

야윈나의그림자가피로하여머물러선다.
그러나기어코이길을다가고말리라.
화려한세계로나를끌고다니던꿈이
나에게서떨어져나간다.
이제야나는안다.꿈이나를속인것을.

골짜기에서한밤에시한수를읊는다.
오,저높은곳에서달이냉정하게웃는다.
차가운눈이이마와가슴을끌어안아준다.
생각했던것보다죽음은상냥하다.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다

며칠전용산전쟁기념관을방문했다.

천안함사태후이명박전대통령이대국민담화를전쟁기념관에서했던게

상징적인일로선명하게각인되어있다.

<헤세와그림들展>을감상하러들렀다.

전시회소식을듣고도시간내기가쉽지않았다.

입추가지나고가을문턱에서슬슬문화의갈증이일어지인과나섰다.

책이자주손에들려있거나고궁이나문화,예술행사에자주나서면가을이다.

처음가본전쟁기념관의광장양쪽건물과수련이떠있는호수가

이국적인정취로눈길을끌었다.

兄弟의像

한국전쟁당시대한민국국군장교로참전했던형박규철과

조선인민군병사로참전했던동생박용철이

전쟁터에서극적으로만난실화를소재로한청동조각상

언제봐도애국심이불끈솟는태극기,모자이크벽화

외국의유명박물관을연상케하는건물외관

물위수련과어우러진건물의위용이대단하다

푸른솔과주변풍경이볼수록멋지다

한국전쟁참전국들의국기도게양되고

좌우쌍둥이건물

때마침나라꽃무궁화와목백일홍이어여삐피어

전시회안내현수막

정면에서바라본전쟁기념관전경

보훈청을지나다가

태극기가꽃피운나무를담다

전시회장을나오며바라본정경

벚꽃 필 즈음

벚꽃이활짝피었다.

벚꽃은은근히우아한멋이있다.

어쩌다가

이아름다운꽃을국화로삼아

봄이면즐기게하는지

약삭빠르긴둘째가라면서러운이웃나라다.

국화처럼총리의마음도아름다우면좋으련만,

우리나라땅을자기네땅이라고우기다가

자기네나라를대표한다는벚꽃피는시절에

아예자라나는아이들에게까지거짓된역사를가르치겠다니

이무슨경거망동인가.

엄연히역사가증명하고증언하고있는데말이다.

그래,좀앞서간다고국력을앞세워밀어붙이면남의땅이자기땅이된다던가?

어째서하는짓이꼭왜놈의유전인자에서발로되는행동을하는지,

우방의힘을등에업고제국주의부활을꿈꾸는그들은

여전히간특한왜놈기질이다분하다.

벚꽃을보고배워야지.

꽃마음을배워야지.

國花라면서?

"욕심이잉태한즉죄를낳고죄가장성하면사망에이르느니라"

하나님께서말씀하셨다.

모르면배워야지?

남의땅을넘보는욕심이결국은사망을가져온다는것을!

노오란 초롱을 켜시다

봄소식을알리는산수유

산책길에노랑초롱켜들고

누굴기다리시나

하늘을배경삼은그대참고운지고

생명주신그분에게화답하는미소로

해마다봄으로오시는사랑스러운자태로

한결같은마음이더어여쁘고나

겨울의흔적말끔히지우고

한가득봄물들여주시는그대

오오래머물다가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