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친구랑 두물머리에 들다

을왕리바다를보러가자고지난봄친구와약속했었다.아직미혼인친구가직장일로바쁘고나도분주하여약속을지키지못했다.지금두물머리연꽃이한창이라고양수리로가기로장소를변경했다.자동차가아닌기차여행은언제나설레인다.가을초입에도들어서기전마음에들어와버린가을을앞세워경춘선기차를타고춘천에사는친구에게달려가던때가떠오른다.남성의계절이라는가을을많이탔던것같다.여전히가을을사랑하면서도겨울이오기까지는몇번의멜랑꼴리를겪기도한다.

친구가우유와영양만점의샌드위치를색깔도곱게만들어왔다.결혼도안한친구가샌드위치도잘만든다며아점을맛있게먹었다.시어머니점심준비해놓느라정작간식을마련하지못해양수리맛집에서먹어야겠다고생각했는데,나를먼저감동시킨친구다.재작년에는비가억수로쏟아져카페에서비그치기를한참동안기다렸었다.오늘은햇살이쨍하여조금덥기도했다.세미원을관통하여가는길만알았던내게친구는다리를건너외곽으로가는길을안다고하여40분가까이둘레길을걸었다.백로와물오리가한가하게먹이를찾는강가를거닐며벤치에서쉬기도하며두물머리에도착했다.

연꽃은거의져까아만씨를맺는중이고백련몇송이기품있는향기와단아한자태를뽐내고있었다.사진을담느라분주한내게친구는사진담느라구경을못했겠단다.아니라고,아름다운곳마다렌즈속에서충분히감탄하며감상했노라하니,시인은역시다르다나.백련의청초함이세속의때가낀마음을맑게씻기어주는것같이상쾌하다.커리캐처그리는사람이세군데나있어모델을서볼까하다가그만두었다.시원한아이스티도마시고,큰솥에막삶아놓은따끈한찰옥수수도사먹으며급할거하나없는사람마냥망중한을즐겼다.

마음에맞는친구와나들이가편안하고좋다.짧은여행이지만즐거웠다.서로바쁘게살다가도한번씩만나그간안부며쌓였던이야기를풀어내는우리두사람,신앙과문학등공동관심사가있어대화가끊이지않는다.그때는미혼과기혼의차이를못느낀다.종교적인이유로이루지못한첫사랑이야기를들을때마다안타깝다.여자는마지막사랑이고싶고,남자는첫사랑이고싶다고했던가.사랑이라는화두는해답이없다.연밥을먹어보지않았다는친구와연밥을먹었다.찰밥에서연잎향이솔솔피어오른다.오후5시가지나자드디어마음이급해진다.시어머니저녁걱정이되어잰걸음으로기차에오르니사람들로북적거린다.저마다집으로돌아가는사람들,잠시단조로운일상을떠나물어온이야기보따리매듭을끄르고있다.아직도삶은미지의이야기들로가득하다.

안면도 休양림

꽃지해수욕장에도착하니바람이많이불었다.햇볕이쨍쨍내리쬐는바다로꽃게를잡으러간다고일행들은가고나는더위가싫어차에서있었다.꽃지는바닷가에그늘이없어아늑한삼봉보다마음이못했다.사진으로아름다워보이던두섬봉우리도물이빠져운치도없고박람회를하면서해안가로길을냈는지차들이들락거려오히려먼지만푸석거린듯하였다.한시간정도잡았는데게가많다.우리는안면도휴양림에서좀쉬기로했다.

긴소로길을잘못들어다시나와서휴양림에찾아갔다.소나무들이한폭의그림같다.일찍도착한사람들이해송아래서휴식을취하고있었다.우리도벤치에서좀쉬다가솔향기를느끼고싶어잠깐산책을했다.연인들의젊음이좋다.할아버지가손녀를부르며는데그아이는엄마에게달려간다.아무래도할아버지와떨어져사는것같다.더러산책로로이어진산에오른다.우린한시간정도쉬다가서해안고속도로에접어들었다.바닷가쉼터에들러점심을먹고시원한등나무그늘에서휴식을좀더취하다길이다른일행과아쉬운작별을했다.일행은너무재미있었다며다음엔외도를가자고했다.말처럼나설수있다면좋으련만,노부모님을모시고있는나로서는간단치가않다.올해는뜻밖의휴가를즐길수있어감사하다.

서해대교에사고가나서정체가심했다.삼중추돌사고라한다.다리위에서사고라니아찔하다.다행히인명피해는나지않은것같다.교통안전에대해좀더경각심을가졌으며좋겠다.사고구간을지나니쌩쌩잘달렸다.안면도는가까워돌아오는길도지루하지않아좋았다.오던길이아닌홍성을거쳐A,B방조제를구경하며왔다.낯선곳에서의하루는늘설레는마음을동반한다.가보지않는길의기대가삶의생기와활력을준다.기분좋은휴가를마치고귀가했다.

고즈넉한 삼봉해수욕장

참오랫만에휴가라는이름으로길을나섰다.어머니께서우리집으로오신후10년만이다.해마다휴가시즌이면떠나고싶은마음을꾸욱누르며지냈다.휴가때문에어머니를다른집으로모시는것마음이허락지않아남편회갑기념여행까지미루어두었다.큰댁이나,작은댁에잠시계셔도되겠지만,여러사람불편하게하지않는게내가편하다는신조로산다.올해는큰언니,작은언니가이구동성으로하룻밤만지내자고하여남편에게어머니를맡기고나서게된것이다.음식등준비는큰언니가다하셔서작은언니와나는따라나서기만하면되었다.

때마침동해안으로태풍이올라오고있어서해안으로가기로했다.목적지는안면도삼봉해수욕장이다.아침6시30분출발하였고,주중이자막바지휴가시점이라길이막히지않아2시간여달리니목적지에도착했다.서해안은오래전밧게해수욕장에다녀온뒤두번째이다.바닷가로달려나가바다와반가운인사를하고심호흡으로폐부가득깨끗한바다공기를마셨다.삼봉해수욕장은해송숲산책로와바다사이사구가있어안전하고도고즈넉한곳이었다.텐트를치고돋자리를깔아정리정돈을하고아침을먹었다.큰언니음식솜씨는원래알아준다.손수가꾼열무로담근맛깔스런김치와북어조림,들깨잎볶음,멸치볶음등밑반찬과기르던닭을잡아와점심에는녹두와황기,인삼등을넣고보양닭죽을,저녁에는오겹살파티를했다.

전날저녁언니가형부에게제일무거운닭을잡아오라고하셨는데,알을낳는암탉이잡혀수탉이온동네가떠나가도록큰소리로울어난리가났다한다.자다가마누라를잃어버렸으니놀란것은당연하다며우리는한바탕웃었다.그러다가닭의처지도안되었다생각하니숟가락을쥔손에힘이빠진다.해송숲사이산책로가잘되어있어바닷가를한바퀴돌아갯가에나갔다.마침썰물때를만나갯바위에붙은작은고동을잡았다.말미잘,파래도있고작은굴도있는데,굴먹는시기가지나따지않았다.형부친구분내외도동행했는데,어찌나유머와위트가풍부한지덩달아추임새를넣다가허리가아프게웃었다.

오후에는물이들어해안가를거닐며놀다가저녁썰물때작은언니와게를잡으러나갔다.여기저기후래쉬불빛이새어나오며갯벌에서무엇을찾는사람들이보인다.꽃게가허물을벗는시기인지밀려온것들이흐물거려줍지못했다.대신작은게들이모래밭에나와제집구멍을파기도하다가후래쉬를비추니모래밭에바짝엎드렸다.나는후래쉬를비추고언니는달려가서잡는데게걸음이얼마나빠른지불불거리며날아가는것처럼빠른모양새가얼마나우습던지배꼽을잡았다.잠깐사이에30마리정도잡았다.내일아침찌게거리는충분하다며물에담가두고고스톱을했는데선무당이사람잡는다고할줄도모르는내가8,000원이나땄다.간간이하나님을믿지않는언니내외와친구분에게하나님이질병을고쳐주신간증을곁들여복음을증거하였다.캠핑카에서편안하게일찍잠자리에들었는데모기가들어왔는지잠을설치고말았다.

서해안고속도로를달리며

해당화핀해수욕장초입

바다로이어진길

얼마나그리웠던바다런가

뱃길을안내하는빨강등대

저섬에가고싶다

흰구름떠가는푸른하늘아래바다를걷는발걸음한가롭다

갈매기도사람이그리운가보다

하루에한번씩먼바다로마실다녀오는바닷물

물이든다는방송이들려도바다가좋아느릿느릿걷는다

갯바위에서고동도따고

오르세미술관展(2)- 명화 속 리얼리티를 찾아서

장맛비가오락가락하던날,지인두분과국립중앙박물관을다시찾았다.첫번째관람을인파에치여제대로감상을못해아쉬웠던차였다.평일이라관람객이적어편안했다.작품을하나하나꼼꼼히감상했다.작품이내게말을건네는대로,느낌대로해석하기위해해설사를따라다니지않고오디오폰도빌리지않는데일행이빌려주어사용해봤다.작품몇점을해설해주는데그닥필요치않았고내방식이옳았다.예술작품은첫만남의느낌이중요하다.더알고싶으면도서관에서책을찾아궁금증을해소하면될일이다.첫번째올린글에서아쉬웠던작품들을찾아인상주의를넘어신인상주의까지서로다른사조에대해어떤생각들을가지고있었는지19세기인상주의와그이후프랑스미술계의뒷이야기도발췌해실어본다.

노르웨이식나룻배,클로드모네(1840-1926)/캔버스에유채

물빛마져도초록이다.

성하의계절을나타내주고있다.

초록과흰색의대비는소리로치면청아하다고할까.

맑고정결하고성스런느낌까지주고있다.

세아가씨가낚시를즐기고있는데오후쯤되었을까.

물에비치는그림자가더욱신비롭다.

계절적으로도눈길을잡는그림이었다.

"그동안인상주의전시회가우리를알리는데기여한건사실이다.이부분에있어인상주의전은우리에게매우우용했다.하지만너무오랫동안고립되어있으면안된다는것이내생각이다.우리가제도권전시에부여되는권위없이살아갈수있을때가오려면아직멀었다."-시슬레가평론가테오도르뒤레에게

서리,끌로드모네(1879-1880)캔버스유채

모네하면수련연작이떠오르는데

어릴적향수를불러오는건초더미연작도있다.

건초더미나짚더미에서숨바꼭질을하고놀던시절이겹친다.

이작품’서리’도마른풀위에서리가내린풍경표현이놀랍다.

구도가단순하면서도서리내린늦가을길을걷던고향이생각난다.

"1883년무렵은내작품세계에서하나의분기점이된해였소.나는인상주의의끝까지가본뒤,내가그림을그릴줄도색을칠할줄도모른다는결론에이르렀소.한마디로막다른길목에다다른셈이지."-르누아르가화상인앙브루이즈에게

쉬고있는두명의발레리나,에드가드가(1834-1917)/캔버스위마분지에파스텔

두발레리나가휴식을취하며발을주무르고있다.

백조의춤사위와같은발레를보여주기위해얼마나많은시간땀을흘려야하는지

발레리나의고달픈일상이다.

언젠가보았던유명발레리나의뒤틀린발,그발을보고딸이엄마의발을글로표현해

가슴찡한감동을주어최우수상을준적이있다.

김연아의발도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발이다.

"얼마전자네책을읽었는데,사실을털어놓자면여전히충격과불안에빠져있다네.소설에등장하는인물들가운데그누구도우리와비슷해보이지않도록일부러세심한주의를기울인건알겠지만,그럼에도언론과대중에서우리를싫어하는자들이마네나인상주의화가들의이름을거런하며패배자로만들어버리지는않을까걱정이된다네.이상황이자네가의도하는바라고는믿고싶지않네.[…]나는꽤오랜기간싸워왔고,어느한순간우리에게적대적인사람들이자네책을이용하여우리를짓눌러버리려는건아닌지걱정이되네."-모네가졸라에게보낸편지

노란건초더미또는황금빛수확,폴고갱(1848-1903)/캔버스에유채
고향집마당에는나락더미가이런모습으로쌓여

두레를통해탈곡을하고나면짚더미를또이렇게쌓는다.

이엉을엮어초가지붕과담장을올리고도다음해봄까지마당에있었다.

그모양이오버랩되어그림앞에서오래서있었다.

겨우내바람막이도되어주고고드름도열려따먹기도했던그시절이마음에환하다.

"실로실망스런작품들이다.수많은색깔들로표현된이여인들과이보라색풍경,오렘지색머리카락등은그어떤태양광의반사와태양스펙트럼의해체과정으로이런색이만들어진것인지우리에게과학적으로설명하려고한다.어떤여인은달빛아래푸른뺨을하고있고,또어떤여인은램프의전등갓아래서주홍빛뺨을하고있다.지평선은또어떤가?나무들은파랗고물은빨갛고하늘은녹색이다.도무지추하고흉하기짝이없는그림들이다."-졸라가남긴글

저녁무렵의아비뇽,폴시냐크(1863-1935)캔버스유채

다리아래로비쳐드는강렬한노을빛에시선이모아진다.

다리위나멀리보이는건물은다리아래빛의아름다움에대한감상을마쳐야눈에들어온다.

이그림은좌우각도를달리해서바라보니느낌이또달랐다.놀랍다.

모네에게영향을받은폴시냐크는기법에선인상파와달리하는점묘법을사용했다.

"모네의몽상주의와그’어지러운터치기법’은화가의재능에도불구하고지금시대와더이상어울리지않는다."-피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