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찹쌀 쑥전

봄산을내려오며쑥을캐왔습니다.

찹쌀가루와쑥을되직하게반죽하여참기름을두르고쑥전을부쳤습니다.

동그렇게떼어손가락으로납짝하게눌러가며지지는쑥전,

해마다봄이면친정어머님이해주시던쑥볶음떡이떠올랐습니다.

여기서는부꾸미라고합니다.

팥은생략하고쑥만넣어서노릇하게부쳐냈는데

향긋한쑥내음에어우러진고소한참기름이입맛을자극합니다.

파릇한봄을식탁에올리니가족들이좋아합니다.

형형색색의꽃등을밝힌봄밤에

동그란봄을열다섯개나부쳤습니다.

여인의 마음에도 피어나는 연분홍빛 봄

봄이면

고향뒷동산에진달래가시나브로피었다.

여럿이무리지어핀꽃은예쁜데한그루가외따로있으면

엷은분홍빛이마음에번져애잔해지곤했다.

아직바람결이찬초봄에나온봄병아리같이여리디여린연분홍꽃잎

친구랑따먹기도하고꺾어가슴에안으면

저고리앞섶에붉은물이들기도하였다.

꽃잎은너무연해버려지면금방시들었다.

우리고향에서는’창꽃’이라고했다.

보통은’참꽃’이라고하는데경음화현상과는다른남도방언인것이다.

산에서따온창꽃을화전을붙여먹기도하고

설탕에재워얼마간두었다가그물을마시면천식이낫는다고도했다.

‘두견주’라하여어떤집은술로담궈즐기기도했다.

진달래를두견화라고도하는데진달래가필즈음이면

두견새가더욱크게우짖는다하여붙여진이름이란다.

당나라백거이의시에는

"두견새가한번울때마다두견화는한가지씩핀다(一聲催得一枝開)"는구절도있다.

독서모임을다녀오던길에주위를환하게밝힌분홍빛에이끌려가까이다가갔다.

봄꽃은눈에뛸때감상하지않으면열흘도못가져버린다.

소담스레핀진달래앞에서니

소녀적감상이되살아나

쉬발길을옮기지못하고서성대다가

‘너참예쁘다’를연발하고사진을몇컷담고서야돌아섰다.

여인의마음에도애틋하게피어나는연분홍빛봄·

봄날,멍꽃피우다

雲丁최연숙

눈감고도꽂을수있는다리미코드가잘안맞는날이었다

그가동네를질주하던아침재활용트럭에서“나의살던고향은꽃피는산골”

을상기시켰다일주일치삶을지탱해준빈도형들이덜거덕거리며차에오른

다뒷산솔숲,진달래눈물흥건하던Y의눈빛을실은제트기는줄은하로

흐르고,새봄윗동네가봄술에취한듯흔들리는데골목을달려오던그

허벅지에붉푸른멍꽃문신을단번에새기고시치밀뚝떼고달아났다“나

살려줘!”열손톱끝멍꽃이핀Y의핏기없는얼굴클로즈업

된장이약이었던고향,낯선도시처럼눈에선파상풍주사와항생제가반란을

일으켰다송사리떼어지러운초봄,버들잎아질아질피우는몽환속에서기회

를노린,그의변형된치사유전자가핏줄을순환중이라는가상의추리가의식

의동공을깊숙이찔렀다부화를기다리던암탉의한시절을주던껌응이,

탱자울구멍을들랑거리며까끔살이놀던Y,해마다봄이면생인손앓듯“그

속에서놀던때가그립습니다”

고향의봄/리틀엔젤스

목련꽃 그늘 아래서

서늘한꽃그늘아래서성이며

베르테르가보낸편지를읽던시절

봄에오신귀한손님과같은그대의

맑고고운향기에그윽히취해

몇날꿈길을거니노라

그꿈속에서

향그러운밀어속삭이노라

마음이마음을투명하게비추는

이봄날

고요히타오르는그대하이얀몸짓처럼

보는것이봄이라고요

햇빛과비와한줌바람을차례로받아먹고

초봄부터열심히촛대를밀어올리더니

드디어희고순결한꽃가슴을열었어요

향맑은등불을켜고온동네를비추는데

두꺼운털옷은벗어야할계절에

첫산고를겪는여인처럼

꽃봉오리가붓처럼생겼다고’木筆’이라고도

히야,신비한속살을내보이다니!

자목련도같이불밝히자고

귀부인의비단옷같은꽃잎을내밀고

목련의아카펠라


雲丁최연숙

빈나뭇가지에촛불이켜진다
촛대아래서성이던눈들이모여
촛대의심지를톡톡건들이자
구로공단의뒷골목이환하게흔들린다

징검다리건너노각나무둥지에서
첫마실나온봄새한마리
꽃문을열고들어간다
훅,숨이막힌다

노동자들일제히기름묻은장갑을벗는다
세상의소음을잠재운봄밤
흰촛불의아카펠라를들으며
지나간거리를돌아온나의,
베르테르그슬픔을읽는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하늘빛 봄까치떼가 날아와 앉았네

새봄첫꽃소식은얼레지와노루귀다.

눈속에피는복수초도있다.

얼레지는꽃문을너무활짝열어속을다보여주어신비감이줄어든다.

사람도그렇다.

배꼽티니뭐니하며너무드러내면신비감이줄어든다.

혹자는스케이팅선수의모습으로표현하기도하지만꽃말에더어울린다.

산속과는달리내가사는곳에서는

봄까치꽃을가장빨리만난다.

그며칠후산수유가노랑불을밝힌다.

어제는개울가를산책하다가봄까치꽃군락을만났다.

작은풀꽃은자세를낮추어그윽한시선으로보아야예쁘다.

어느시인이풀꽃을자세히보아야예쁘다며

너도그렇다는감동을선사한것처럼자세히볼수록어여쁜봄까치꽃이다.

하늘빛봄까치떼가울타리가에살포시날아와앉은것같다.

연하늘색잎싹에파랑줄무늬가정교하게그려진꽃잎네장에

아랫부분은하얗고꽃술이나오는곳은연두색으로오밀조밀하다.

사람의생김이다다르듯풀꽃도같은것은없다.

다양성이아름다운풀꽃의세상처럼

새봄,사람사는세상에서도아름다운소식이많이들려왔으면좋겠다.

아쿠아 수분영양크림

아들이독일출장을다녀오며수분영양크림을사왔다.

이태리로영국으로출장이잦은아들

여러업무처리하기도신경이많이쓰였을테고

여자화장품을구입하는것은쉬운일이아님에도

엄마를생각하는세심한마음씀이그지없이고맙다.

선물이크고작음에상관이없다.

아들의마음이나에게건네오는것에후한점수를주고싶다.

직장일과이전학문과전혀다른공학대학원공부까지분주한데,

올봄과장으로승진하여더욱바쁘게살고있는아들의건강을위해기도한다.

‘사랑하는아들,늘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