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인가!

조금어두워진시간에산책을나갔다.개울가풀에서가을냄새가훅끼친다.그바람에마음이쓸쓸해진다.가을은쓸쓸한마음으로부터시작되는가.개울가에는달개비와여뀌의시절이다.봄부터희뿌연대궁이넓은공터에한가득올라와무슨식물인가궁금했다.좀더자라면알게되겠지했는데꽃으로자기의정체를드러냈다.기억이희미하지만조명희의’혼불’에"여뀌꽃대부러지는소리"라는구절이등장했던것같다.

빠른걸음으로다녀왔다.은비도나와보폭을맞추어주었다.빠른걸음이운동효과가있다고하여운동을목적으로조금멀리갈때는빠르게걷는다.공원산책시는느리게걸으며식물들과이야기를나누며해찰을하지만말이다.여름과다른물냄새도가을기분을느끼게했다.얼마전까지만해도물속에사는물고기들이가장부러웠다.물고기들도가끔은물밖에사는사람들을부러워할까궁금하다.

절기따라달라지는공기,자연의풍경들이우리마음의흐름에영향을주기도한다.음미하지않는삶은살가치가없다고했다.하루에도수많은생각이교차를한다.생명력을불어넣어야할생각의씨앗들,이젠폐기되어야할생각들이기억저장고를한바탕뒤집기도한다.주로산책이나기도할때생각이단정하게정리가되기도한다.이가을햇빛에영글어가는튼실한열매처럼좋은생각의결실을많이맺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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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기억해준다는것은나의실존을자각하고

더아름다운삶을향해달려가도록열정을돋구어주는

격려와사랑그이상의의미다.

해마다나의첫날을잊지않고

기쁨을선물하는고운님들께감사의마음을전한다.

기후가 성정을 지배한다고

조간에서읽은한대목이다.기후변화로인한것이지만산들바람의실종에서부터정치,종교,경제,사회등우리사회각분야에서실종한산들바람의성격을논하고있다.산들바람은"시원하고부드럽게부는바람"이다.산들바람의속성을벗어난지금의여러현상과딱맞아떨어진글이가슴에와닿는다.정치권부터올여름산들바람형의일을보지못했다.잘하자고한다는일들이국민들의마음에는극을향해치닫는것으로보인다는말이다.

유년시절마을이환이내려다보이는높은곳에1,000평정도의밭이있었다.밭일은거의가엄마몫이었다.어린나도엄마의일손을돕는다고호미를들고밭고랑에앉아있곤했다.풀인지조인지구별이안가조를마구뽑아버린적도있었지만일을배우는과정이려니했다.고구마긴두렁의풀을매다보면가슴팍으로땀이주루룩흘러내리곤했다.엄마의삼베적삼도땀이흥건히젖어등허리에찰싹붙어있곤했다.그때의산들바람이란그야말로살맛나는바람이었다.고개를들어그바람을맞으며땀을닦고다시밭매는일에열중하곤했다.산들바람에이끌려이야기가잠시다른곳으로흘렀다.

저자는이런사회현상을무풍아니면싹쓸바람이라고표현한다.상대를향한마음을문을굳게잠궈버리는무관심이거나극단의말과행동을서슴없이하는것을말하고있다.올여름혹서가가져온기현상이라면계절이달라지면좋아질가능성이있는것이니그닥염려하지않아도된다.그러나더나아가인터넷이나스마트폰등첨단기기에서그문제의근원을찾게됨은나만의생각일까?조금다른기사인우리청소년들의2분법적인인식도기성세대들의책임이라할수있다.어른은아이들의거울이기때문이다.

글을쓰다가바람을표현하는말을찾아보았다.바람의호칭이그렇게많다는데에놀랐다.불어오는곳,계절,하루,장소,모양느낌에따라,바람의세기에따라천차만별이었다.그게또지방방언으로까지분류된다면더많이늘어날것이다."나를키운것은팔할의바람"을비롯시인들이유난히자주쓰는단어도바람이다.우리사회곳곳에산들바람이불어오기를기대하며’산들바람’을듣는다.

산들바람-정인섭시,현제명곡

서울모테트합창단

처서를 앞두고

처서를앞두고조석으론시원한바람결이느껴진다.새벽에는이불을찾아덮었다.발밑에서언제나주인의몸에감길까기다리던이불이다.이제내가이불을데려다온몸에감는다.밤으론풀벌레가자장가불러주고아침에는새들이노래로잠을깨운다.집이공원에인접해있어참좋다.며칠더워저녁식사후에공원벤치에앉아있다가들어오곤했다.이른단풍이든벗나무잎사귀를주우며단풍계절을기다린다.

올해는모기가보이지않는다.자주현관을열어놓아도모기에물린적은거의없다.그렇게극성을부리던더위도자기의계절을지나갈뿐이다.혹서에도곡식과과일은안으로여물을들이며제역할충실히한다.태풍피해만없다면작황이좋을것이다.남도지방에선처음으로논농사2모작이시작되어추수를끝내고모내기를하는농가도있었다.8월의모내기장면은영눈에설다.어릴적부터봄철모내기만을경험해왔기때문이리라.

제주도엔몇십년만의가뭄으로섬전체가큰고통을받고있다.농작물이다타죽어피해액이기하급수적으로늘어나고있다.작은땅덩이에서도이렇게차이가난다.기우제까지지냈다고하지만비소식은없다.기우제를지내는장면을보고엘리야가떠올랐다.산꼭대기에서고개를두다리사이에묻고비오기를간구한엘리야의기도가응답되는순간처럼상쾌하랴.하늘에서비가내리지않으면우린살수없다.식수난까지겪을정도면얼마나고생이심할까생각해본다.하나님께서제주도에비를내려주시길기도한다.

삼복지절

장마가그쳤다는데비는계속내린다.어제는천둥번개를동반한폭우가무섭게내렸다.우리나라도아열대기후가돼가는것이다.어느해인가문학기행차필리핀을방문했는데그곳과비슷한날씨다.비를동이로퍼붓는듯하다가뜨거운햇살이내리쪼여숨이막히곤했다.지구온난화때문이다.이젠봄과가을이짧아져간절기옷이거의필요치않다.심는대로거둔다는말이옳다.우리가지구에게준대로되받고있는형국이다.

연일혹서를기록하고있다.은비의털을깎아주려고예약을했다.일주일전에전화했는데지정해준날짜가오늘이다.개울가를따라은비를태우고오는데지렁이들이길바닥에서온몸을뒤틀고있었다.습한제몸을말리려다가뜨거운길바닥을만나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고몸부림을치고있는것이다.이미말라버린지렁이들의사체도자주눈에띠었다.젖은몸을말릴줄만알았지위험이닥칠줄은왜몰랐을까.미물들이어느면에선사람보다더빨리위험을감지하는데도말이다.죽은지렁이를끌고가는녀석이있었으니개미다.제몸보다수십배큰지렁이를끌고간다.개미의물체옮기는것은여러번목격했다.여러장애물을피해가며목적지까지자기가타킷한물체를기어코옮기고만다.그래서개미의부지런함을배우라고한것같다.개미는가족들의먹잇감을옮기려고필사적인노동을하는것이다.짧은길에서도생사의전투가치열하다.

미물의세계에서사람사는세상을본다.나고살고죽고삶의투쟁또한비슷하다.열심히사는모습은사람이나미물이나아름답다.그러나베짱이처럼한여름을노래만하고그늘에서쉬기만한다면가을엔거둘열매가없게된다.우화지만만고불변의진리다.며칠전비정한모정에대한기사를읽었다.추락사고를당해하반신을다친딸을치료하지않고방치하여하반신마비로보험금을타냈다고한다.의사의여러번수술권유도무시한채보험금을노린고의의방치였다.어떻게부모가자식을병신만들어보험금을타낼생각을할수있을까?인면수심人面獸心이다.열심히땀흘려일하며사는삶은자식들에게도본보기가된다.개미에게서배워야한다.

가을 초입

가을이시작된다는입추다.어느덧풀벌레밤으로운다.올해는입추를닷새앞둔더위의절정에서가을의신호탄인풀벌레소리를들었다.더위를피해은비를데리고공원에나갔다.공원맨끝정자에앉아시집을읽었다.바람이산들불어책읽기엔안성맞춤이다.시집한권을다읽는동안은비는잠깐씩나를쳐다본다.정지된상태에서의교감이다.간혹산책하는사람들이지나고,은비친구도몇번지났다.

시인의눈에포착된세계가깊고명징하다.안동지역의지명이나서원,퇴계선생의정신이언뜻비치는시편들,세월은가도우리의정신세계를이끌어가는심오한경지의지식인이남긴삶의궤적은퇴색되지않는다.눈앞푸른잔디처럼더욱그빛을발한다.사물에투영된독특한시선이언어의결을날카롭게세워감성의모서리를건들인다.시인은꽤여러번자신이둥글게깎여야한다고고백한다.끊임없는자아성찰없이는좋은글을기대할수없으리라.시인의고백은나의고백이기도하다.

쑥부장이가피었다.연보라빛,그리움의빛깔이다.가을을향한그리움이든,벗을향한그리움이든,다시못올젊은날의그리움이든추억의발자욱을아련히걷고있다.사랑하는일보다사랑하지않는일이더힘들다고한다.세상에머물동안사랑하는일에힘써야지싶다.사랑과배치되는생각과행동을하루에한가지만이라도내려놓으면어떨까.그리고,기회있는대로주위사람들을사랑하는아름다움을살자해본다."무엇보다뜨겁게서로사랑할지니사랑은허다한죄를덮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