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습니다

올봄이참더디오네요.아직도날씨가쌀쌀합니다.그럴지라도남녘으로부터올라오는봄의입김을막을순없겠지요.이쯤해서겨울이의뒷모습에핑크리본하나달아주면어떨까요.사람이나계절이나모든만물도가야할때가는것이아름답습니다.동백이지는모습을보세요.얼마나깔끔하고아름다운지,벚꽃처럼지저분하게날리며생각을흐트리진않습니다.어느날벚꽃그늘아래를걷다가툭툭송이째지는몇송이를보았습니다."왜것이우리것을흉내내네"했지요.겨울이도어서가야예쁜모습입니다.

권력을탐하는모습을거두지않고내내권력주위를맴도는정치인들의모습도예쁘지않습니다.돋는해도신선하지만서녘하늘을물들이며지는해도아름답습니다.그래서우리선인들중에는임금의청을받아들이지않고권력에초연한자세로살았던선비가더러있었나봅니다.남자라면어찌입신양명의욕심이없겠습니까.추한모습보이게될까봐마음의매무새를가다듬었던지혜로운사람들이지요.요즘정치가중에서도이런선비가있다면두고두고미담이될터인데,찾아보기힘든것같습니다.심신이홀가분하여매임없이자유로운영혼으로살수있는가치를그리높게두지않아서인듯합니다.조선중기의문신상촌(象村)신흠의수필집<야언(野言)>에유명한매화예찬의표현이나옵니다."桐千年老恒藏曲梅一生寒不賣香"매화처럼추워도지조를잃지않는참선비를보겠다는욕심을버려야할것인가요.

삶에정답은없습니다.모두가자기할탓이지요.그러나지난겨울처럼뒷모습이예쁘지않아입에오르내리는책임은고스란이자신의몫입니다.B.C.935년솔로몬이적은전도서에이런말씀이있습니다."천하에범사가기한이있고모든목적이이룰때가있나니날때가있고죽을때가있으며심을때가있고심은것을뽑을때가있으며죽일때가있고치료시킬때가있으며헐때가있고세울때가있으며울때가있고웃을때가있으며슬퍼할때가있고춤출때가있으며돌을던져버릴때가있고돌을거둘때가있으며안을때가있고안는일을멀리할때가있으며찾을때가있고잃을때가있으며지킬때가있고버릴때가있으며찢을때가있고꿰맬때가있으며잠잠할때가있고말할때가있으며사랑할때가있고미워할때가있으며전쟁할때가있고평화할때가있느니라"고요.만고불변의진리입니다.

꽃을 든 여자도 아름답다

꽃집에가면꽃송이들을유심히살피는버릇이있다.송이마다표정이다르다는걸느낀후부터다.꽃한송이를사기위해꽃집에들러"아저씨가장예쁜표정의꽃을주세요."했더니그아저씨나를한번더쳐다보며웃는다.꽃을향유하는의미는다를지라도기쁨은비슷하지않을까싶다.장을보러마트에갈때면꽃집에먼저들른다.식탁이나거실탁자에꽂아두고바라보길즐긴다.오며가며꽃처럼웃어보기도한다.풋봄내가스멀스멀피어오를때면더자주꽃집을기웃거린다.한송이,한다발,한바구니의행복을아는사람은그행복을스스로챙긴다.

어느해인가.행사장에서조금은긴장하며큐시트를살피고있는데풍성한꽃바구니가내이름으로배달되는게아닌가.기분이좋아그만사회를맡은내목소리가한옥타브쯤높아지고말았다.지난연말받은난두분이한동안꽃을피워눈이마주칠때면코를가까이대고"너참귀한향을품었구나"중얼거리곤했다.난향은참으로그윽한향기가고아한기품을자아낸다.공항에친구마중을나갈때도꽃을사고계절에맞는색상의천테이프를선택해주며예쁘게매달라고요청한다.꽃은받을때도기쁘지만사는과정도즐겁다.

며칠전엔두아들에게서꽃을받았다.장미와후리지아꽃이마음에들었다.다른이에게줄꽃다발하나도신중하게마련하는나는단골화원에서도꼭원장에게부탁하여주문한다.그런엄마의마음을알기라도한듯선택을잘했다.가족들을먼저보내고지하철로오는데꽃을한아름안고있는내게곁에있던두사람이무슨좋은일이있느냐고묻는다.어떤남자는내리면서"꽃도아줌마도예쁘네요."한다.봄이라선가.유독꽃을들고있는내게시선을보내는사람이많다.봄과여인과꽃은찰떡궁합같기도하다.상긋한기분이다.꽃을든남자도멋있지만꽃을든여자도아름답다.

정월대보름 오곡밥과 나물 드셨나요?

설이엊그제같은데그새정월대보름이다.

몇가지나물과찰밥,매생이국을준비하고

저녁엔올리뷰에서감상기회를준연극을보러

대학로에서소설가친구와만나기로했다.

올해는보름준비를남편이다해주었다.

나는필요한것을메모만해주었다.

나물도모두부드러운것으로잘사오고

찹쌀과콩,매생이,굴까지다사왔는데

마음에흡족하여감사하다는말을두번이나해야했다.

무나물은손으로채를썬후

소금에잠시절인후(부서지지않게)

잔멸치와참기름을넣고조물거린후볶았다.

다른간을하지않아도된다.

토란대는들깨가루와잔멸치를넣고마늘,

파,들기름을넣어양념이골고루배이도록

조물거리고취나물은들깨가루를넣지않고

담백하게볶는다.

고구마순은토란대나물과같은방법으로볶는다.

토란대,고구마순,취나물,호박나물간은

청장으로한다.

호박나물도고구마순나물처럼볶는다.

들깨가루를넉넉하게넣어도좋다.

사진을작게하여얼마안되보이는데

양이엄청많다.

보름장봐오는것보니남편손이더크다.

나도큰편인데^^

이것은지난해보름날찍은사진인데

미처올리지못했던거다.

불려놓은찹쌀과데친콩,대추를섞어슴슴하게간한물을

끼얹어가며솥에삼베천을깔고찐다.

찰밥에궁합이맞는매생이국을끓였다.

이상,대보름음식을포스팅하고

집을나선다

대학로로렛츠고고!~

아홉가지나물에오곡밥을먹는대보름이다.땅콩,호두등부럼을깨먹으면부스럼이나지않는다고한다.’매서’라하는더위팔기는사람을만나면먼저"내더위!"해야한다.그래야그해더위를타지않는다고했다.아홉가지나물에다아홉번밥을먹어야그해운이좋다고하여바가지나양푼을들고집집마다밥과나물을얻어와비벼먹던기억이난다.

엄마는시루에찰밥을가득찌시고가랫불을지펴놓으셨다.나이대로넘으라셨다.가랫불을넘을때마다엄마의치마가펄럭펄럭불에탈까봐아찔했었다.새벽에잠깬것이못마땅한나는얼른넘고서다시잠을잤다.김에다찰밥을싸서나락가마,광의쌀독,장광에도두셨다.쥐불놀이가제일재미있었다.윗들논가운데서콧구멍이새까매지도록쥐불을돌리며놀았다.

오곡밥을앉히고나물을볶으며아들에게외할머니이야기를들려주었다.오곡밥도나물도맛있게해주셨다고,그러고보니아이들이외할머니를뵌적이없다.산소에가서이야기해준것밖에는,아들는귀를기울이고듣고있다.엄마가볶은나물에서는외할머니맛이안난다고했더니아들은맛있단다.

엄마가하신그대로나도하고있다.결혼후한번도거른적이없다.귀찮다는사람들도있지만절기때음식해먹는것을즐긴다.저녁에아들,며느리집에갖다주기로했다.예쁘게담아전도한새댁에게도갖다주었다.음식을나누는것은정을나누는것이다.좋은풍습이다.오늘저녁보름달이떠오르면추억이찍히는사진기를들고나가볼참이다.

무엇이 우리를 조급하게 하는가?

설무렵끔찍한소식을접했다.위아래집이층간소음으로서로반목하던중윗집형제가살해당했다는것이다.흩어진부모,형제와의만남에설레이는명절을앞두고이무슨비보란말인가.지난해에는자매간에음식점상호를두고대낮에직원들이난투극을벌여급기야는칼부림으로이어지는것을보았다.강력범죄가판을치는세상이무섭다.이웃이사촌이며친척보다가깝다는노랫말을가끔흥얼거리곤하는데,그것도옛말인가싶어씁쓸하다.현대인들의조급한성격때문에안타까운일들이비일비재로일어난다.

운전중많이발생하는’도로위분노'(로드레이지Roadrage),은행자동화코너앞에서행동,부모의꾸중한마디에분개하여목숨까지해치는일,음식점에선느긋하게기다리지못한다.왜한국인은기다림과줄서기문화에서투른가.빨리빨리문화가인터넷과최첨단기기의빠른전달까지합세해문제를일으키는요인은아닌가.텔레비전에서보았던유럽어느나라였다.배가고픈상황에서도자기차례를기다리며길게줄을서서빵을사가는것이다.누구하나새치기하려는사람없이아름다운모습이었다.부득이화를내게되는상황이발생할수도있다.그러나한순간에’욱’하는분노를다스리는일이시급하다.참을’人’자가셋이면살인도면한다는말이있다.한순간을참지못해돌이킬수없는범죄로이어져자신의일생을망치는일은얼마나어리석은가.

우리사회에분노의현상이가속화되어가는이유를"’불공평하다’는인식에서오는’분노심리’,도움이나방해가싫다는개인주의,공동체의식을갖고지내던시절에비해개인적인성향이강해지고있는것,감정충동조절과온건한대화에익숙지못한우리나라의문화때문에발생,외국에선어려서부터토론식대화를가르치는데한국에선이런대화방식을평소에접하지못해주장을펼칠때말꼬투리를잡거나목소리를높이는경향"으로도보고있다.여기에보태어반사회적인격장애나,사이코패스적기질또한선천적요인이있지만사이버게임등사회적환경이나첨단기기의역기능인후천적영향도크다.

성경디모데후서3장1~5절에는이런말씀이있다."너는이것을알라말세에고통하는때가이르러사람들이자기를사랑하며돈을사랑하며자랑하며교만하며비방하며부모를거역하며감사하지아니하며거룩하지아니하며무정하며원통함을풀지아니하며모함하며절제하지못하며사나우며선한것을좋아하지아니하며배신하며조급하며자만하며쾌락을사랑하기를하나님사랑하는것보다더하며경건의모양은있으나경건의능력은부인하니이같은자들에게서돌아서라"21세기현대인들의심리를놀라우리만치잘대변한말씀이다.우리사회에서일어나선안되는사건들을보면이말씀이늘떠오른다.한동안’느림의미학’이란책이서점가를휩쓸기도했다.나역시모든면에서좀더느긋하게살아야겠다.느긋한가운데삶의은근한향기를음미하고사물이걸어오는말에천천히답해줘야겠다.편지를부치고한달가까이기다리며감성이무르익어가던아날로그시대가그리운날이다.

설 명절을 보내며

설을앞두고강추위가지속되어장보기가여간곤욕이아니었다.메모한대로이틀에걸쳐꼼꼼히장을보았지만더러보충해야될부분이생기기도했다.유년시절시골정게보다야입식부엌이라추위와는상관이없지만힘든건어쩔수없다.전부침은남편과두아들,며느리가하고나는나물,생선,황태불고기,회무침등등음식전반에간여했다.종일요리하느라서있어힘들었는지저녁에는발바닥이아프다.그럼에도가족친척들이음식을맛있게먹는것보면피로를잊는다.시어머님이우리집으로오신후매년치르는행사로시아버님추모예배까지일년에세차례다.

설날이주일이라일찍예배를드리고,곧바로성묘를다녀온친척들의점심식사준비로분주했다.전날다녀가야하는작은댁을위해떡국은전날과설날아침두번을끓히고금방요리해야할해물볶음과잡채,해물탕을끓여상차리기를마쳤다.은비가짖기시작하고스물네명의친척이들이닥쳐방마다북적인다.시댁조카가낳은아이들이와서재롱을떨고예찬이도질세라뭐라고뭘물으면응,응,대꾸를한다."예찬이밥먹었어요?""응.""예찬이좋아요?"응."그게신기해서자꾸만물어도여전히대꾸를하는모습이귀엽기만하다.대신말꼬리를살짝올려야묻는말인것을알아차린다.일부러말꼬리를내리면대답을하지않는다.고녀석참,벌써언어의성조를아는양신통하다.

넉넉하게준비한음식을시댁가족들과고국을떠나이곳으로시집온베트남새댁네와도나누었다.시어머니께서는용돈을많이받으시고흡족한표정이시다.남편과내지갑에서는쉴새없이지폐가나갔다.예찬이에게는미리준비해둔예쁜복주머니에복돈을담아주었다.돈이무엇이지모르는예찬이는복주머니를방바닥에던져버려소매에묶었다.식사를마치고후식을들며담소를나누다돌아갔다.예전같으면밤늦도록고스톱이다윷놀이다하며놀텐데,자녀들결혼하여손주들태어나니사돈집에도보내야한다며빨리자리를떴다.아들내외는친척들을배웅해드리고맨나중에갔다.어머니가제일힘드실테니잘쉬셔야한다며내걱정을해주어마음이흐뭇하다.오늘도친척몇분이다녀갔다.다원화된현대인들의생활과핵가족화가되어집안애경사가있어야만만나게되는친척들이다.힘들긴해도명절에모여정을나누는풍습이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