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섭다

일년중가장덥다는소서와입추사이대서大暑도지나고오늘이중복이다.폭염이극성을부려도절기는못속인다.이틀전부터풀벌레소리를들었다.어제저녁에는늦게까지뜨락전나무에서쓰르라미가울었다.고추잠자리개울위를낮게날며더위를식히고반달은한쪽몸을부풀려가며어두워진사위를비춘다.한동안보이지않던제비가어딜갔다왔는지오늘아침엔반가운목소리를다시들려주었다.

은비와걸음을재촉한다.요즘은시간을조금당겨다녀오곤한다.살인사건이연이어터지고서산책길에지나치는남자들에게시선을주기가겁난다.저사람은좋은사람일까?이상한사람일까?분석하게된다.인적이끊기면자주뒤를돌아본다.안전하던산책길에서조차경계를하게되니사람을믿지못하는세상이슬프다.강력사건이이사회와사람의심리에미치는영향이큰것이다.힘없는여자의목숨을노리는인두껍을쓴잔인한이들은이땅에서사라져야한다.

사건의이면에는인터넷에서유포되는음란저질물이있었다.두살인범의집에서많은양의포르노파일이쏟아져나왔다고한다.첨단기기와정보통신의발달이예전에없던비극적인사건을양산하고있다.남모르게하는일일지라도그사람의평소관심사는말이나행동을통해밖으로드러나기마련이다.그들이매일쌓아온행동과사고가돌이킬수없는살인범을만든것이다.이나라는거대한스마트섬이사람과사람사이의길을지워버렸다.지하철이나공공시설에서도제각기자기세계에함몰되어누군가에게한마디말도붙여볼수없는세상이되어버렸다.소통부재도성격형성에부정적인영향을끼치게된다.과거가현재의내모습이고현재가미래의자화상이되는것이다.정보의홍수속에서순기능과역기능중어떤쪽을선택할것인가는각자의몫이다.

미래를 파는 가게

과거의환영에만사로잡혀있는사람의눈에는미래가보이지않는다.상대당에서는열심히미래를팔고있는데지난옛이야기나꺼내상대방의발목을잡으려하고있으니국민들에게먹혀들리가없다.한심하다고생각하던차에칼럼을읽게되어끄적거려본다.정치를잘하려면국민들에게미래의비젼을제시해야한다.다만,복지포퓰리즘타령으로나라살림거덜낼무책임의공약이아닌세계경제와우리나라상황을잘인식하여명쾌한해법을제시해야한다.지구촌의소식을손바닥처럼들여다보는시대에살고있다.눈가리고아웅하려거나과거지향적인정당은당연히국민들에게외면을받게된다.

성경민수기에도과거지향적인사람들이등장한다.하나님의은혜로노예처럼살던애굽에서탈출하게된이스라엘백성들이애굽에서먹던생선과외와수박과부추와파와마늘들을먹고싶다고불평을했다.불평에만그친게아니라자신들을노예처럼부리던애굽으로다시가고싶다는심정을내비쳤다.그마음을아시고하나님께만나를내려주시니이번에는고기가먹고싶다고우는것이다.하나님께서또메추라기를내려주시겠다고하자,모세도믿지못하는사태가발생한다.불평만하는이스라엘백성에게하나님은메추라기고기를코에서냄새가나기까지먹게하시고진노하신다.힘든일이발생할때마다미래의기름진땅가나안을생각하지않고애굽으로돌아가자던이스라엘백성도과거지향적인사람들이었다.

비단정치와성경에만국한된이야기가아니다.우리주위에도과거지향적인사람들이많다.현재가힘들다고과거의기억에만매여있으면더나은미래로의향상은물론성공적인삶을기대할수없다.과거를아주잊어버리라는말은아니다.온고지신溫故知新의자세는필요하다.다만,현재는과거가아닌미래를위해존재하다는사실은잊지말아야한다.언제나미래를파는가게가되어야하고나는그가게에서희망과행복을살것이다.

장대빗소리

태풍의영향으로간밤에폭우가내렸다.무서운장대빗소리에숙면을이루지못했다.아침에나가보니개울이길을지워버렸다.불어난물을감당키어려운개울이산책객을허용하지않겠단다.제예쁘지않는모습은보여주기싫은것이다.빠른속도로흙탕물밀어내기작업중이다.그래,기다려줄게.네모습추스른후만나자구나.멧새한마리가자작나무가지에서울고있다.어젯밤뒤척이다가평소와다른새소리를들었던것같다.녀석들이폭우를피하기가힘들었나보다.

바람도그치고언제그랬냐며날씨는능청을떤다.베란다상추목도몇개꺾어놓고서말이다.날씨처럼사람의마음도조석변朝夕變이라고들한다.사람나름이겠지모두가조석변이면어찌신뢰를할수있을까싶다.’처음처럼’이나’한결같은’것을좋아하는나로서는날씨처럼변덕을부리진않는다.상대방이스스로한약속을져버리거나먼저멀어지지않는한늘그자리다.그러고보면그닥안좋은성격은아닌것같다.

오후에는도서관에갈참이다.학문탐구에열심인학생들,취업준비중이거나학구열에불타오르는모습들을보고수시로도전을받아야한다.하루하루의일상이모여훗날의내가될테니까허투루버려지는시간이없어야겠지.산다는건이렇듯수시로나에게채찍과당근을주는일이다.미래의의미있는삶을위한자신가꾸기의한방법이라고할까.자동차가지나며소양강토마토가왔다고목청을높인다.

자연의 오케스트라

올들어첫고추잠자리다.가붓가붓군무를벌이는고추잠자리를보면가을이느껴진다.매미도그노래를풀어놓는다.절기를잘아는지혜가미물들에게있다.이둘의화음은초복을즈음하여시작된다.사람들보다더민감하게계절을인식하고있다.매미와삐잇,찌잇노래하는되솔새의합창이어우러진자연의오케스트라연주가듣기좋다.

지난해쌓아올린길가장자리둑이다시무너져물속에잠겨있다.장마가끝나고매년공사를하노라면비용도만만찮을텐데,해마다되풀이되는보수공사다.튼튼하게쌓을순없을까.쓰러져누운갈대는아직일어설줄모른다.작은풀들은오뚜기처럼일어섰는데미동도않는다.무섭게흘러들던황톳물이비가그치면빠르게자정이되어개울은다시제속을환하게보여준다.그많은물이어디로흘러가는지자연의순환은놀랍기만하다.지금쯤개울을지나강물과섞여유랑중일테지.그렇게아무렇지도않게섞이는물처럼우리도그래야지않을까.지구촌가족들과말이다.

청둥오리들한가로이물위를떠다니다무료하면왜가리와날기도하고,돌위에서서지나는사람을구경하기도한다.우리가자기들을보는것처럼즐거울까모르겠다.눈이마주쳐도피하지않는것이함께살아야되는것을체득이라도한듯싶다.작은눈망물이맑고예쁘다.자연의화음에나의mezzo-soprano음을슬몃넣어본다.그렇게한시간을걷는다.운동을중단한기간이길어서인지은비가좀힘들어한다.’천천히,같이,’라는말을알아듣는은비가나와보폭을맞춘다.카메라를든남자가하얀포말을일으키며힘차게흘러가는물을렌즈에담는다.생명이생명에게기쁨을주는저녁산책길이행복하다.

쓰러져누운갈대

다리를덮어가는담쟁이

토끼풀꽃

한가로이유영하는오리

미나리 한 포기

몸집을부풀린미나리

개울한가운데미나리한포기가자라고있다.저녁산책때마다살펴본다.갑자기물이불어떠내려가버리면어쩌나하는조바심이일었다.어서튼실하게자라자리를잘잡으라고마음속으로기원했다.일전에비가많이내려빠른걸음으로걸어미나리를찾았다.미나리는생각보다뿌리를잘내렸는지제자리에있었다.

물살에검정비닐하나가떠내려와돌사이에자리하고있는미나리를감싸고있다.비닐은미나리의보호막이되어주어하루가다르게포기가늘어났다.다행이다.오늘은어디서내려보내는지황톳물이제법세게내려오는데도끄덕하지않고그사이몸집을제법부풀려초록잎이싱싱하다.

생명은끈질기다.쉽게포기하지않는다.하물며사람이랴,악조건속에서도뿌리를내려잘자라고있는미나리처럼어떤상황에서도포기하거나쉽게생명줄을놓으면안된다.하루의안녕(安寧)에감사하며내일의희망을잃지않아야한다.사노라면그런때도있었노라고웃으며이야기할때가올것이기때문이다.한가족이,가장이자살했다는소식을가끔접한다.그런날은종일우울하다.포기란식물을헤아릴때만사용하는단어임을절대잊지말아야한다.

거센물살에도제자리지키고있는미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