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가를 거닐며

올해는봄을충분히관조하지못했다.한열흘피어흰눈,분홍눈,연미색꽃눈송이를날리듯내일상도바삐지났다.앙징맞은새싹이자라눈부신오월의신록으로덮히고아카시향기속을거니는산책길이상쾌하다.짧은한철피었다지는순간까지향기를잃지않는꽃처럼나의삶도은근한향기를품길원한다.바쁘다는핑계로운동을게을리했더니다리가무거웠다.다시개울길을걷기시작했다.개울가언덕에는아기똥풀꽃이노란융단을펼쳐놓았다.

하얀고요가깃들어어머니생각을부르는찔레꽃,유년시절소꿉놀이에빠지지않던시계,반지용토끼풀꽃이개울가를밝히고더러외래종풀꽃도터를잡고망울을터뜨릴기세다.수줍은듯꽃문을열고나를반기는해맑은작약의얼굴과조우하는오후,햇싹으로는가장느림보인자귀나무가얼굴을내민다.이팝나무가지와꽃이연출하는균형과조화에놀란다.연초록천에하얀레이스를두르고서있는봄아가씨같은청순함이자주눈길을끈다.피고지고,가고오고자연의이치가우리삶의이치와같다.

어른팔뚝보다더자라물속을유영하는잉어를보며저아저씨는무엇을생각하는가.오래개울을응시하고서있는한남자.제몫의일에분주한생명들이내게들려준메시지에귀를기울인다.내하는일이눈에띄게흔적을남기진않지만끊임없이생각하며일하며매일을살고있다.하루가쌓여일주일이되고일주일이쌓여한달이되어가듯삶의내용이쌓여가리라.어떤내용으로채워갈것인가?인연의소중함을생각하며사랑하며살자고마음다진다.좀더이해하고포용하고사는삶이어야한다고.나이듦이란그래야하는것이라고.

일을만들어서라도조금은긴장하고사는것이좋다.어쩌면자기관리라고할수도있고.늘바쁘다고종종거리면서도그런생각을해본다.그가운데누리는여유란얼마나상쾌한가.느끼고생각하고글로표현하는삶이행복하다.새로운일을보태면서일기글하나쓸짬이나지않자매일같은말만들려주는전기밭솥처럼,만나는사람에게앵무새를떠올리게하는말을했다."산책하고음악듣고노래하고글이나쓰는게낙인데,이게아닌데싶으니말입니다…"오늘처럼여유는내가만드는것,시간배분을잘하며나답게살자고산책길에나에게이른다.연바람이분다.좀더걸어야겠다.

예준이 탄생

4월13일예찬이동생예준이가태어났다.

3.5kg의건강한아이다.

예찬이완다른얼굴이고어쩐일인지마음을자꾸끌려

분주한가운데서도병원엘몇차례나갔었다.

예찬이가예준이를처음보는자리에서예준이가울었다.

"예준이가앙앙우네"한다.

예준이가앙앙우는데젖을줄까?주지말까?

하니주란다.

아들내외는예찬이가민감하게받아드릴까봐

예준이의관한모든일을

예찬이의의사를묻고조심스럽게행동했다.

그러함에도예찬인예준이와엄마사이에서자려고했단다.

예찬이와놀다집에간다고나서면눈물을글썽이며할머니가지말라고한다.

저에게만향한사랑이나뉘었으니마음이허전한모양이다.

예찬아,네아빠도그렇게자랐단다.ㅎㅎ

막태어난예준이,

머리가검게자라한달은된아이같았다.

예찬이의예준이사랑

안아주기도하고

놀이중인예찬이

예찬이의세돌맞이

어린이집에서아기돌보기놀이중인가봐요

예찬이는40개월

어린이날예찬이에게꽃선물

예준이에게도

하나님의 섭리

일전에루루가앞집새댁네복도에아기고양이를낳았다는글을올렸다.루루가거길그냥가서아기고양이를낳은게아니었다.새댁네가족을전도하라고하나님이행하신신기한일이었다.새댁네가족이고양이를좋아하지않았다면서로껄끄러운사이가되었을것인데,다행히새댁과남편,아이둘까지고양이를무척좋아한다.밀크와초코로이름을짓고초유를사다먹이고이유식도먹이며잘기르고있다.

원래4주-6주사이젖을떼야하는데4주도되기전에어미와떼어놓을수밖에없는사정이있었다.초코가눈을잘뜨지못해동물병원에서치료를받느라특단을조치를취하게되었다.그런데,초코는우윳병을절대빨지않으려고버티다내손에두줄상처까지냈다.밀크는조금씩받아먹는데고집쟁이초코가안먹어걱정을하다가루루또한어찌나아기고양이를찾아슬프게우는지할수없이초코를루루에게되돌려주었다.초코는좀더안약을넣어주어야하는데루루가아무도접근을못하게하여또다시떼어놓고눈을치료해주었다.초코와헤어진지5일이지났는데도루루는초코를잊지못했다.

새댁네현관앞에서울다가계단아래서지키고앉아꼼짝하지않는것을보고녀석이마음을너무앓는것같아아기고양이와잠깐놀게해주자고하여초코를데려다주었다.1시간쯤잘놀고있길래잠깐집에들어왔다나갔더니루루와초코가감쪽같이사라진것이다.그날오후내내동네를헤매며찾았으나찾지못했다.그다음날까지도.루루야먹는것걱정안하지만이유식을먹던초코가굶게될까봐걱정이되었다.녀석이숨는데귀재다.금요기도회에서루루와초코를찾게해주시라고기도를드렸다.그리고주일아침루루가밥을먹으러온것이다.밥을먹고어디로가나눈길을주니바로우리옆집마당귀퉁이에있는창고로들어가는것이다.창고앞에는어디서물어왔는제비닐봉지가몇개놓여있었다.걱정은기우에불과했다.젖이나오지않는루루는아기초코가먹을수있는음식을가져다먹였던것이다.참영리한루루다.앞집사람들은고양이를싫어하기도하고진돗개도있어걱정이되어할수없이아주머니에게말했더니질색을한다.아저씨가나오더니빗자루를세토막이나도록루루와초코가있는곳을두들겼다.세상에나,루루와초코가맞았으면즉사했을것이다.위험을느낀루루와초코는불러도나오지않고구석으로가있었다.아무래도위험할것같아잡자리채로초코를꺼냈다.루루는저녁내아직거기있는줄알고빙빙돌며울었다.참못할일이다.담엔새끼를어디서낳던제어미가키울때까지그냥두는게어미에게나새끼에게좋겠다는결론이다.

중요한일은,고양이를통해주님은앞집새댁네가족을구원하시기로작정하신것이다.조금은쌀쌀한이웃이라고생각했는데,고양이로인하여대화를나누다보니착한새댁이었다.교회에가자는나의권유에예전에교회에다녔다면서약속을확실하게지켰다.예배를드리며눈물까지글썽이는새댁모습에나도눈물이났다.지난주일엔비가많이와서새댁혼자나왔고오늘은시후,도윤이가유치부에왔다.남편은회사일이바빠주일에도출근을한다.주님의섭리는도무지알수가없다.구원받을사람을만나게해주시라는나의기도를들으시고놀라운방법으로일하시는하나님을찬양한다.새댁네가족이변함없이주님을믿고섬기기를기도한다.할렐루야!

봄이 꽃불을 켜든 것은

이른봄꽃은벌써지고있다.그다음순서의꽃들로동네는여전히환하다.봄이꽃불을켜든이유는어두운곳을밝히라는의미같다.겨우내칙칙하던땅의모든곳을단번에화사하게바꿔버리는꽃불을볼때면알게모르게자리했을내마음의어둠도걷어내야지싶다.더나아가우리사회의그늘지고어두운곳에도꽃불을켤일이다.하양,분홍,노랑,연두등봄꽃은대부분이파스텔색조이다.형언할수없이아름다운색상의꽃불들이주위를밝히는광경이라니.

꽃을보고찡그리는사람은없다.누구나꽃앞에선환하게웃는다.꽃불을켜기까지과정을살피는일도즐겁다.촛대처럼밀고올라오는봉우리부터피기시작하는꽃들이끊임없이마음의시선을붙잡는다.큰나무벚꽃불은열흘도못가꺼지고말았다.봄에는자주길을나설일이다.행여늑장부리다보면한해를기다려야만나게되는꽃들이다.올봄엔보라꽃불제비꽃에한동안홀리기도했다.마네의"제비꽃여인"이라는영화를본후눈길이더가는꽃이다.

지난토요일엔잠시대공원을거닐다만난꽃다지밭에엎드려사진을담았다.작은풀꽃의아름다움이시선을붙들었다.낮은언덕이라서엎드려사진을담으니생각지못한구도가잡혔다.그싱그러운연노랑꽃불이라니,호숫가숲속에는연두꽃불이켜지고산벚도하얗게불을밝히는이즈막에나볼수있는가장신선하고청신한풍경이다.여기저기서들려오는생명의속삭임에귀를기울인다.딱딱한나무를뚫고나오는아기싹들이경이로워한참을들여다보았다.

꽃들이,나무들이봄불을켜든것에의미를부여해본다.그네들의말에귀를기울이고,말을걸기도하면서그럴것이라고긍정을한다.그래,내마음부터환하게밝혀보자.그러면가정이환하고,이웃이환하고사회가환해질거라고,봄이꽃불을그냥켜든것이아니라고.세상에의미없는일은없다고,자연은더욱그러하다고.고맙다는말도잊지말자.살아있어이아름다움을만끽할수있으니얼마나고마운가.이아름다운봄을주신그분께감사의기도를드린다.

루루와 아기 고양이

루루가아기고양이를낳은지3주가지났다.다섯마리를낳았는데세마리가죽고두마리만남았다.그런데,두마리중한마리가아직까지눈을뜨지못해할수없이특단을조치를취해야만했다.지금눈을치료해주지않으면실명이될수도있다고하여루루를따돌리고두마리를앞집새댁과데리고가동물병원에서치료를받았다.눈에염증이있어그렇다며치료해주고안약을주었다.새끼두마리는분양을받고싶어했던새댁이키우겠다고했다.좀키우다가한마리는다른집에분양해주겠단다.

두녀석이활발하긴하지만,4주정도는어미젖을더먹고같이자라야정서적으로좋다고한다.사람손을타서루루가잘돌봐주지않을까봐초유를먹이며기르기로했는데아직어려서걱정이다.두마리우유먹이는것도보통노력으론힘들것같았다.잘먹지도않고우유꼭지를밀어냈다.부드러운젖꼭지가아니니아기고양이들행동도당연하다.2시간에한번씩우유를먹여야하는데생명을사랑하는마음이나노력이없이는불가능한일이다.수시로배변유도도해줘야하고보통일이아니었다.또한새댁집에는개구장이아이가둘이나있어걱정도된다.

루루가너무안타까웠다.새끼가있던곳엘수십번도더들락거리더니나중에는우리집대문위에앉아서그집만뚫어져라쳐다보며슬픈표정을하는것이다.젖이퉁퉁불은채로.쳐다보다가안쓰러워눈이잘보이는한마리는루루에게젖을더주게하자고데려와상자에넣어루루를부르니바로달려오더니물고어디로가려고했다.놀라서도로데려다놓았다.루루는여긴더이상가족이있을곳이못된다고판단한것이다.아직날이쌀쌀한데,어디에물어다놓으면잘못하다간죽을수도있다고하여할수없이떼어놨다.

아기고양이는체온조절이안된다고한다.루루가정신없이소리를치며떠나지않더니한참만에뒷집창고지붕에올라가잠자는또미한테가서안아달라는듯,하소연하는듯몸을기대고누웠다.제아빠또미가혀로햝아주면서루루를안아주었다.아기고양이두마리를살리자고한일이잘한일인지모르겠다.4주에서6주사이에젖을떼는시기라는데루루에게는너무나가혹한일이라루루의행동과눈을바라보며종일안절부절마음이아팠다.저녁에는상자에옷가지를넣어거기서자라고현관뒤쪽에두었더니장군이와사라졌다.또미와장군이가같이지내주어다행이긴하지만,갑자기사라진새끼들과보금자리가없어져얼마나놀랐겠는가.루루가빨리안정을찾고아기고양이두마리가잘자라주기를기도한다.

선반위아기고양이가담긴상자가치워진상태

오로지아기고양이가있던곳에만눈길을주는루루

앞집계단에앉아넋이나간루루

뒤에는장군이

눈이안떠져치료받은아기고양이

눈이예쁘고활발한아기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