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백일장 심사

해마다"최사립효문화제"의일환으로효에대한백일장이관내초,중,고등학교를대상으로열린다.올해는외부지역글도몇편들어왔다.3,000여편의글에서우열을가리기란쉽지않을뿐더러많은시간을요한다.먼저운문과산문을분류한후심사를했다.운문부문은지난해에비해작품성이많이떨어져아쉬웠다.그나마몇편의좋은작품은학교기재를누락시켜당선작에포함시키지못하게된일도발생했다.효라는것이거창한데있지않고말과행동등사소한일부터주위를기울여야한다는것등,학생들의효에대한개념이대체로잘정립되어있었다.

그러나,글의주제를잘못파악한학생들도있고기존작품을패러디한것까지는좋으나거의베껴쓰고억지춘향으로쓴것들이많았다.대학논술과모든분야의학문과도연계되어창의력과이해력을증진시킬수있는글쓰기기회를그저하찮게여겨버린태도들이안타까웠다.이왕주어진과제라면정성을다해보는것도본인들에게좋은경험일터다.글짓기교실이나논술학원등을통해지도받은흔적이보이는학생들을제외하고는오히려초등학생이신선하고정성을기울여쓴흔적이역력했다.

그중괜찮다고생각되는글은작은일로할머니를기쁘게해드리는아버지를곁에서지켜보고쓴것이다.밤을주우러갔다가눈이잘안보이는할머니앞에아빠가자꾸만큰밤을놓아두는것을보았고그밤을주울때마다즐거워하시는할머니의모습을잘표현하였다.오전10시에시작한심사가오후5시에야마치게되었다.종일원고지칸에든활자만쳐다보았더니눈이침침하다.내년에는한층더향상된실력의감동적인글을만나길기대한다.

어버이날

우리집은시어머니중심의어버이날이다.어머니를뵈러오신큰댁시숙님내외,막내서방님등을식사대접하며보냈다.기억력이좋으신어머니는50여년지난일을말씀하신다.막내서방님이광주에서대학에다니던시절"니가광주에서집에까지자전거를타고왔는데내가용돈을못주었을땐마음이무척아팠다"고지난날을되새기신다.예쁜꽃바구니세개와용돈도챙기시며즐거워하시는모습이새댁처럼고우시다.

나는며칠전예찬이백일때어버이날과겸하여미리치렀다.이젠시댁의가족사를거의알고있지만어머니말씀하시면아직도처음듣는양맞장구를쳐드린다.모처럼즐겁게말씀하시는어머니를뵙고싶어서다.올해는막내서방님의사업이어려워나는용돈을받지못했다.서방님은마음이참넉넉한분으로주머니에돈이있으면기백만원도아깝지않게용돈을주시곤한다."형수님이최고입니다.형수님사랑합니다."립서비스로도나를기분좋게해줄줄아는분이다.하시는사업이잘되기를기도하는마음이다.

연초에가슴을졸이게하시던어머니께서다행히건강이회복되셔서서로만나게되어흐뭇했다.가족이란무엇이던가.떨어져있어도보이지않는줄로이어져있는존재들이아닌가.그러함에도현대사회의구조상명절이나기념일,애경사에서나만나게되기도한다.또한,부모님이계셔야구심점이되어일가친척들과도자주만나게되고정이들기도한다.시어머니께서강건하셔서서로오가며오래정을나누며살았으면한다.

돌아온 제비

꾸루룩꾹!꾸루룩꾹!귀에익은소리를따라가니전깃줄에제비한마리가앉아있다.녀석의소리가내입안에서꽈리를굴리며내는소리와같았다.환경오염과농약사용으로귀해졌다는이야기를들은후한동안제비를보지못했다.반가웠다.양재천이깨끗해서돌아온것인가.

고향집처마밑에는제비집이두개있었다.삼월이면어김없이찾아왔다.태평양섬주위에서겨울을난다는데그멀리서제집을어떻게찾아오는지궁금했다.제비는지난해두고간집을진흙과나뭇가지를물어다가산뜻하게단장을했다.알을낳고부화를하여노란입속을보여주는새끼들이별꽃처럼예뻤다.

암,수가번갈아먹이를물고올때마다새끼들은밥을달라고동시에입을열고소리를냈다.비가잦은여름에도열심히먹이를물어다새끼들을먹이는부모제비들이기특했다.어린것들이날개에힘이생길때까지잘키웠다.숙제를하다가무료하면마루에나앉아오래바라보곤했다.제새끼들을끔찍이여기며독립할때까지노심초사하며보호하는짐승들,날것들,아예제몸까지새끼들을위해줘버리는연어가있다.

젊은엄마가일주일된아기를택시에두고내렸다고한다.다행히아기는곧발견되어보호시설에서자라고있었다.부모가3개월동안나타나지않으면친권은소멸되며입양을하게된단다.보호시설에서는아기가엄마품에돌아가잘자라길바라고있었다.어떤사정이있었던것일까.미물에게도배워야한다.

맑은물이흐르는양재천

牡丹이 피다

초록의꽃받침을살몃밀치고붉은꽃몽아리가터진다.소녀의신비로운초경이연상된다.드디어꽃잎을화들짝열었다.부귀를상징하는모란이꽃자줏빛실크드레스를입은여왕의우아한자태를드러냈다.향기도고급스러워범접하기어려운기품을자아낸다.우화소설인화왕계에서는모란이꽃중의여왕으로등장한다.시골집아랫목횃댓보에도모란이수놓아져잠들기전엔꽃잎을헤아리곤했다.

골목을밝힌꽃불앞에서자주서성거린다.아침엔빗방울이모란의속살을건드리자가만히꽃송이를오므린다.그모습이요조숙녀같아찬찬이살펴본다.맨살에빗방울이닿아간지러워서일까.아님,원시림인자신의몸에외부의침입을허용하지않는다는뜻일까.꽃이몸을움츠리며감정을표현하다니경이로운순간이다.

"모란이뚝뚝떨어져버린날//나는비로소봄을여윈설움에잠길래요//오월어느날그하루무덥던날"이라고읊던시인의봄을잃은슬픔이내게로전이될까두려워모란이오래피어주기를바라며시선을거두지못한다.모란의고혹적인향기가온종일나의정신을흔드는날,오월의햇살은풀잎위에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