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와 조화

봄꽃들이연달아피어난다.연분홍매화를서두로노랑개나리,하얀목련,보라제비꽃,주홍시크라멘등색색갈갈로아름다움을보여주고있다.한가지색만이라면얼마나단조로울것인가.그러나꽃들은자기색깔이더예쁘다고뽐내지않는다.그저바라봐주는것만으로족하며한생을통해우리에게겸양지덕을가르친다.꽃을통해인간의다양한개성,취향,성격등을생각해본다.세상만물이이렇듯다양성속에서질서와조화를이루고있는것을발견하게된다.

사람도나와상대방의다른점을인정하여야참다운관계가형성된다.거기에사랑이베이스로깔린다면더바람직할것이다.사람은자유의지와이성을가지고있다.이성보다정이앞서면조화가깨지고질서가무너진다.대상에대한사랑의변형과굴절이라할수있는집착과욕심을훨훨털어버리고참된자유를누려야진정한사랑이라말할수있다.사랑위에절제를더하라고주문하고싶다.마음과정신과더나아가이상을향한비슷한눈높이가필요하다.지나치지않으며모자라지않음으로보조를맞추어가는조화와질서를사랑한다.

이는이타적인사고에기초한다.이해와관용속에서싹트고성장할수있다.숲속옹달샘에물이차올라넘쳐흐르듯,돌멩이를돌아나무와풀뿌리를적시며자연스러운물길이나듯,우리마음또한그렇게흘러야한다.아름다움은여유로운미소를이끌어낼수있는대화속에서꽃이핀다.말만앞세우며불협화음을일으키는사람들의이야기를들여다보며자기다짐의절박한심정으로조화와질서를표방하며아침을연다.

봄비

오후부터비가내린다.봄비치곤제법많이내린다.봄비는풀잎을사알짝스치듯새악시걸음처럼와야제격인데우기인가착각할만큼내린다.봉우리를터트린청매와홍매여린얼굴이아프겠다.산수유는화알짝펴노아란등을켜고서있다.빗소리는다종한상념을불러온다.집밖에나가지않아도소리가불러들이는세간사에귀를기울이며자문자답의言을구사한다.혼자노는법도배워야한다.

여럿가운데있어야만안심이되는사람들도있다는데,이쯤해서떠오르는인간은홀로살수없는존재라는말은생략한다.고요를즐길줄아는운치를지니고사는것도좋을것이다.그러기에옛선비들이당쟁을피하여안빈낙도의삶을위해깊은산중으로드는것이아니었겠는가.고요함속에있어야비로소자연이보이고자연의말에귀가열리게되는이치일것이다.홀로그윽해진다는것,아취를즐길줄아는사람이다.

남장이라도해볼까.남자라면산중에살아도걱정이줄어좋을것이요,적또한그만큼줄어들것이다.근래는여자혼자산중에산다면여러위험을감수하여야할것이다.그만큼세상이사나워졌다는의미인데,세상사시끄러울수록인적이드문산골로나들고싶은마음간절하다.절제와소박과검약한삶을살고싶기도하여서다.내본시村에서났으니그곳으로돌아가고싶은심리이지싶다.마음의소리에잠잠이귀를기울인다.서서이잦아들던빗소리다시호흡이빨라지는저녁이다.

사월,눈비속에핀매화

예찬이가 벌써

예찬이가보고싶어집을나섰다.고거참,핏줄이라고자꾸땡긴다.이제50일된녀석이어찌나똘망똘망한지어머님만아니시면저녁까지놀다오고싶었다.예찬이를보고있으면시간이얼마나빨리가는지모른다.자려던중이었는데깨워서놀았다.녀석이얼마나순한지잠을깨웠는데도짜증부리지않고얼르면웃기까지했다.

며느리는자면서도젖을놓지않으려고해서힘들단다.그럼그렇지,제밥통을놓치려고하겠는가.참빠르다.세상에나온지가엊그제같은데벌써고개를곧잘가눈다.50일기념사진을다음주에촬영하기로되어있단다.지금은백일날이아니라50일기념사진을찍는다나,다상술이겠지만남들이다하는데해주어야지,아기에게올인하는모습이참이쁘다.

제외할머니가곁에서수발을다해주어서인지이름을부르니자꾸고개를돌려쳐다본다.커가면서자주보는외할머니에게만가고친할머니인나를멀리하면어쩌나하는생각이들기도한다.4월에하남으로이사를하게되는데예찬이가환경이바뀌게되어적응을잘하려는지걱정이다.그리고,시간이많이걸려보고싶어도자주보기어렵게생겼다.한달에한번은집으로오라고했지만아기데리고움직이는게쉽지않다.예찬이가고생스럽기도할테니.새봄처럼희망이가득한예찬이사진두장올린다.

꽃구름 속에서 행복한 봄날이었어라

올봄은유난이더디게온다.꽃샘추위가삼월까지이어져주춤거리는꽃나무들이안쓰럽기만하다.광양에있는정시인이매화를보러오라는전갈을수차례보내와길을나섰다.눈비로한주연기된출발당일은다행히온화한봄날이었다.

광양은세계제2위철강회사인광야제철소가있다.홍쌍리여사의매화家와구례산수유마을과도인접해있어꽃이필무렵이면관광객들의발길이끊이지않는다.바다와인근도시와의교통이사통팔달로연결되어시민들의생활하기에도편리한도시이다.한시간정도면바다와도연결이되어있다.

휴게소에들러가벼운운동으로몸을풀어주기도하며서울사당역에서5시간정도南으로고속도로를달리니광양대교에접어든다.휴게소화장실이센서감지의완전자동이어서깜짝놀랐다.예전에냄새나던화장실의모습은자취를감추었고쾌적한분위기가마음에들었다.화장실은선진국못지않은데우리는질서의식은아직도문제라는생각이든다.

굽이굽이가지런한산구비마다완만한능선이막싸리비질을마친마당처럼정갈하였다.섬진강한낮의잔잔한물결속으로비쳐드는봄햇살,강가에매인한척나룻배는그리운임을싣고올배이던가.언덕으로피어오르는흰매화꽃구름사이를매향에취하여걷는행락객들의걸음걸이도詩的이었다.

산아래아담하게자리한음식점에서뜰에핀매화꽃잎에입을맞추고성찬을앞에두고천상의소리를들었었다.색소폰으로들려주는주님지으신이봄날이無我夢中속에있는듯하였다.대니보니의선율은아련하게향수를불러오고햇산나물과토종닭바비큐,염소불고기,해물파전,녹두죽을들며찻잔에동동띄운웃음꽃에봄색화사한얼굴들이비쳐든다.

구례산수유마을엔도착하니밥짓는저녁연기낮게깔리고있었다.나무마다매달린산수유노랑꽃구름이몽환적인풍경을연출하고산아래골짜기로백운산얼음녹아내리는소리철철힘차다.南道의산에는고난주간주님의보혈을연상시키는붉은진달래무더기무더기피어나고목련도흰촛불을켜고있었다.몇시간의시간과공간의이동이전혀다른풍경을펼쳐놓으니우리산하가가깝고도멀다.

활짝웃는봄꽃들이우리가웃으며살아야되는이유를보여주고있다.이별은언제나싫어,저말없음으로우리의삶을성찰하게하는나무들,매화와산수유,섬진강물과봄꽃을두고떠나려니발길이떨어지지않는다.빛光에별陽이라하였던가.눈부신햇살과잔잔히흐르는섬진강의은빛물결이샛별처럼초롱한아름다운봄날이었다.

자전거로 첫봄을 맞다

봄이나를기어이개울가로불러냈다.자전거를타고처음으로가장멀리나갔다.양재역과성남시가는곳까지마냥달렸다.날이풀려완연한봄날이다.강아지를데리고온사람들의발걸음이활발히오간다.그지점에서잠시멈춰소담에서같이식사하며대화를나누고온문우에게전화를했다.여기봄이공중에둥둥떠다닌다고우린맞장구를치며웃었다.

흰나비한마리가달리는나를따라온다.오랜만에본나비의날개짓이어여쁘다.나비가사람을쫓아오다니참신기하다.나를꽃이라생각했던걸까.돌아오는길,이제막달라지기시작하는봄빛을카메라에담아보았다.쑥은아직어린데냉이인지나물캐는사람이더러있었다.연하늘색풀꽃이피어검불사이로얼굴을내밀고있다.

이제은비와산책을시작해야겠다.열심히운동하고건강하게살아야하니까.훌라훌프도다시돌려야지.하루가멀다하고들려오는우울한소식들,살아있는것자체가기적인세상이다.오염된환경과먹거리들이문제다.내것이아닌목숨하나님께맡기고살일이다.사는동안주님기뻐하시는일하다가오라시면가야하지않겠는가.내게주어진소중한날들감사함으로살아야겠다.

산책로옆마른갈대가운치를자아내고

연두물올리는봄나무의생기로운몸짓느끼다

자전거,강아지를데리고산책하는사람들을자주마주하고

길게이어진개울가산책길이정갈하다

하늘색풀꽃,이름을찾아불러줘야지

지난가을잎을아직다떨구지못하고새로운생명이움튼다

버들강아지도햇살바라기중이고

청둥오리두마리한가로이물위를유영하다

봄날오후햇살이은빛물위에서노닐다

조팝나무는금방이라도고운꽃망울펑펑터트리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