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 소리꾼을 만나다


강가빈배에누워꿈길을걷노라.

산밑에사는이는산을닮고
물가에사는이는물을닮는다하는데
그댄어디에살기에
참맑고푸른마음닮았는가.

소쩍새우는밤
봄강물에저기흰구름얼굴을씻고
숲속에서들려오는박새의고운노래듣는가.
물동이이고대숲고샅길로들던나
저녁연기탱자울위로하얗게피어오르고
박새도둥지찾아깃드는저물녘
임이오시는지내마음은흔들리는나뭇잎이된다.
별빛에젖은출렁이는영혼이된다.
훨훨날았어라.
통통뛰었어라.
징검돌건너는그대발자국소리들었어라.
하모니카
피리
기타소리들리는가
그리운이터벅터벅산밭가로걸어든다.

이밤달빛에흐르는
검은구름을보았어라.
문풍지흔들며바람이불어
휘돌아들다격렬하게비가내리다
추녀끝에똑똑떨어지는빗방울이어라.
이슬이어라
풀잎에또르르구르는이슬이어라
거미줄사이로햇살이졸고
포물선그리며포름포름나는
한마리새이어라.

그래그래
보아라수야해뜨고달뜨는나라에
반달을따서놀고싶은섬집아이가산단다.


이상
현실의
애틋함사이에서
언젠가놓아버린임을향한우정과사랑이,
갈라진반쪽이,완전한사랑을이룰것을믿노라.

진주라난봉가에님은홀로이던가.
시려오는코끝에한맺힌여인의사랑이슬프다.
개똥밭에굴러도이승이좋다는데
이승이아니면둘인들무슨소용이리.

이배에오른선원들은폭풍에흔들리는풍랑을이겨야하오.
흔들리는날있으면든든히서있는날도있으리니
봄여름가을겨울은어느삶에게나있는것,
세대는가고또오는것,

저기저
하얀풀꽃으로피어나는
풀빛소리꾼을보아.

희망의돛배를보아.

(동요가수이성원님의영혼의소리를듣고.)

이성원노래모음

추석 스케치

명절전날이가장바쁘다.나물이나다른음식보다전을부치는시간이오래걸린다.올해는몇가지를더준비했더니동서가다리에쥐가난다며엄살을부린다.새아가도임신6개월이라긴시간앉아서전을부치는일이쉽진않았을것이다.힘은들지만넉넉하게장만하여나눠먹는즐거움을즐긴다.전을부치며,송편을빚으며이야기꽃을피운다.부부로부터시작하여인간관계의어려움등삶이결코녹록치않음을고백하기도하고서로의말에맞장구를쳐주기도한다.외향적인나와는달리내향적인새아가는아들과도나직나직이야기를잘나누며예쁘게사는모습이대견하다.아직은동서와내가나누는이야기를실감할수없을텐데도제법이치에맞는말로한마디씩거들기도한다.

어르신이계셔서명절이면우리집으로모인다.시어머니께서올해94세이신데어느땐나보다더기억력이좋으셔서놀라곤한다.총기흐려지지않게해주시라는기도에하나님께서응답해주셨음을늘감사하게생각한다.막내서방님이오시더니시어머니방에서나를부른다.“우리형수님한번안아드려야지,엄마잘모셔주셔서고맙습니다.”포옹을하며봉투를어머니와내게건넨다.사업이어려워져힘든것아는데,어머니께특별히잘해드린것도없는데고맙다하시니콧날이시큰해진다.삼형제중막내서방님만유독성격이세심하고정이많다.

저녁식사를마치고음식을골고루싸서보내고나서야조금쉴수가있었다.어머니는날부르시더니손자며느리가아까배를자꾸만지던데괜찮은지전화를해보라하신다.유심히살피셨나보다.도착하여“어머니저잘들어왔습니다.^^오늘피곤하실텐데푹쉬세요"라는문자가왔다.”“잘갔구나.수고많았어.휴식잘취하고항상몸조심하고명절잘보내.♡”새아가편에준비해둔선물을사돈에게보냈다.홀몸도아닌데아들이해외근무중이라혼자오가게돼마음이짠하다.

매일하던운동을쉴수가없어은비를데리고양재천을빠른걸음으로한시간산책을했다.다리가뻐근했지만운동을거르지않겠다는나와의약속을지켰다.동네골목으로는고소한전냄새가흐르고,자동차에선물을싣고고향으로출발하려는가족도보인다.올추석엔며느리,사위등새가족을맞게된친지들이있어다른해와는달리손님이많지않을예정이다.힘들었나보다.입술이부르트고다리도아프다.추석도이렇듯시간의꽁무니를따라흰구름처럼흐르고,

뉘집에반가운손님이오려는지전봇대위까치소리요란하다.


두리야, 잘가

아들내외가일주일휴가차한국에왔다.시차적응도있고볼일도많은것같아천천히집에들르라고했다.어제한자리에모여준비한음식을나누며대화를나눴다.산부인과에들려왔다며3개월된형체가불분명한아기사진을보여주었다.좀더되면성별을알려준다고한다.내년1월이출산예정이어서며느리는9월쯤한국에올거라고한다.아들은전복,낙지등싱싱한해물을듬뿍넣은해물볶음을좋아하고며느리는잡채와불고기를잘먹었다.내경험에비추어보니고기를잘먹는며느리가아들을낳을가능성이크다는생각이든다.

3개월쯤정이들었던두리가갔다.혼자계신사돈이적적하여반려동물인까닭에보내주기로했다.대신말못하는동물이라고왔다갔다하면혼란스러우니다신그렇게하지말라고한후보냈다.재롱둥이가없으니허전하다.녀석은명랑하고예쁜공주과였다.스트레칭을잘하고베개를같이베고잤으며,작은소리에도반응을하곤했다.영리하고분위기파악을금방했다.다만,성격이까다로워정이들기까지시간이좀걸리긴했다.갑자기가족과헤어진녀석이안쓰러워사랑을듬뿍주었더니이젠안아달라,놀아달라보채고특히바람을쏘이러가는것을좋아했다.얌전한은비와는성격이전혀달랐다.

이틀전"두리야이젠너희집에가서살아야한다."라고말했더니말귀를알아듣는지금방태도가달라진다.자기가담겨온그가방안으로들어가더니나오지않는다.한나절가방에있다가아들내외가오니꼬리를흔들며나온다.그동안잊지않은것일까.사랑이나동물이나정이들면헤어지기어렵다.오래손때묻은물건도버리기가쉽지않다.녀석은또나를잊게될것이다.나와의추억과내게받았던사랑을잊고말것이다.적당한거리에둘걸정은왜들여가지고…

공공장소에서의 매너

"아저씨자꾸이러시려면다음역에내려경찰서에가요!가서아저씨가제게한일을이야기하면되잖아요!"

마스크와귀마개까지착용하여얼굴이반쯤가려진아저씨는육십초반쯤되어보였다.약주도한잔한것같았다.그에비해단호하게말하는아가씨는스물예닐곱정도되어보인다.무슨일인가가만히귀를기울여본다.옆자리에앉았다가불미스런일이발생한것같았다.

"아저씬따님이이런일을당하면가만히있으라고가르치나요?"

불쾌한표정의톡쏘는아가씨의말이다시이어졌다.아저씨는말꼬리를흐린채어물거렸다.혹,아가씨몸을스친다거나만진일이생긴것인가?일전에지하철에서늦은시간에아가씨몸을만지다가카메라에찍혀성희롱으로붙잡힌사건도있었기에비슷한사건이겠거니생각했다.방금전사건을알고있던아줌마가지나며아저씨의몸이졸다가아가씨에게기울어졌다는것이다.아,그거였구나.한두번그런것가지고는아가씨가저렇듯신경이곤두서진않을텐데,주의를받고서도계속그랬나보다.

공공장소에서는자신의행동에긴장을늦추지말아야한다.핸드폰으로자기가정의비밀이나남의사생활까지드러내는사람,짧은스커트를입고다리를벌리고자는여자도있다.큰소리로대화하는장면,젊은연인들의깊은포옹도눈에거슬린다.내가그런모습을볼때민망하면남들도마찬가지일텐데어찌그리들태연한가.

반면에아름다운장면도많다.노인이나임산부,몸이불편한사람에게자리를양보하고독서삼매에빠져있는모습은보기좋다.다용도스마트폰을이용하여영어단어나한자연습,전자책을읽고영화,연속극을보는모습도흔히볼수있다.너무자기만의세계에빠져있는것같아걱정도되지만무엇이든일장일단이있으니어쩌랴.

사람사는세상에어찌불협화음이없겠는가.그러나우리사회의질서가바로세워지고아름다운세상이되기위해서는자기관리에좀더엄격하여남을배려하는자세를가져야한다.진정한자유의누림,그의미를곱씹어본다.

초가을 저녁

저녁바람이제법쌀쌀하다.훌라후프를시작한지한달쯤되었다.어깨에둘러매고공원까지가는것이가끔은귀찮기도하지만나와의싸움에서이겨야한다고발길을재촉한다.자주책상앞에만앉아있으니소위말하는배둘레헴이장난이아니었다.올여름에즐겨입던원피스두벌을입지못하고서야사태의심각성을깨달았다.운동,나를위한가장확실한투자인것이다.

매일저녁,은비를데리고양재천을40분정도걸었다.그런다음,훌라훌프를30분정도했다.식사양도줄였다.식사전,양배추,오이,당근,파프리카를적당히먹고밥은반공기정도먹었다.한달쯤되니허리선이조금씩나타나기시작했다.지우들이입을모아살이많이빠져보기좋다고한다.무엇보다나와의싸움에서이기고있는게기분이좋았다.덕분에비만이던은비(우리집강아지)까지눈에띄게날씬해졌다.

일주일마라톤수업을마쳤다.피곤한대도운동을빠뜨릴수없어공원에나갔다.그시간대에운동을나온사람들의낯이익다.파트랴슈를닮은알래스카의말라무트와같은큰개를데리고산책하는아저씨가공원을가로질러간다.썰매를끄는종이라서겨울이면더어울릴풍경일거라생각한다.나무의우듬지를흔드는바람이스스로흥이나춤을추는것같다.젊은커플이다리운동기구를열심히흔든다.자전거한대가빠르게지난다.

벤치에앉아있는사람들,불을반짝이며관악산을넘어가는비행기,검은실루엣으로선산의모습조차도가을속에서침묵하는법을배우는것같다.더러는누구에게가닿지못하고내주위에서뱅뱅도는말들,알게모르게남에게상처가되었던말들은또얼마나될까.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데필요한말들은좀있을까.주워담을수없는필요이상의많은말들의양을가늠해본다.버리기아까운열매라면소쿠리에담기라도하련만,올가을엔좀더침묵하는법을배워야겠다고생각하며집으로돌아온다.

가을에듣는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