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 위에서 짧은 斷想

<마음>

다시가을이오고있다.

계절과사람의마음은시간의영속성에서비슷한색깔로의회귀이다.

다르다의결국은비슷하게닮기위한과정이었다라고도말할수있다.

가을이길위에머물면그리운시간들이그길위로모여든다.

다시는돌아오지않을것같던시간들도추억속에서회귀하는계절가을이다.

볼수없는사람이손에잡히듯점점더선명해지면볼수있는날이가까워진다는의미이다.

사람의마음은몸을움직이게만드는돛단배중노의원리이다.

마음의노를저어가노라면그리움의길끝에도달하게되듯이…

<존재>

산다는것은느낌을갖는일이다.

감성의고랑에서흐르는유성처럼영롱한순간의빛과만나는일이다.

나의존재의실체가놓여진그시점에서나를발견하는시선이다.

문득해체된사람의마음은어떤모습일까궁금해진다.

간혹얼굴이아닌발에탈을쓴발탈의그로데스크한사위를연상해본다.

무엇을덧쓴다는것은거추장스러운일임에분명하다.

그러나덧씀의행위자체에서느끼는탈감각적인희열이인간의이중적인뇌활동을인식하게한다.

가을엔중심을단단히세워야할계절이다.

근원적인진리에서벗어나지않을일이다.

봄부터안으로자신을다져온완숙한열매들이이를가리키고있다.

<흐름>

해바라기한송이해를따라돌다가내눈과촛점이딱맞았다.

어느새씨를물고고개를숙이고있는폼이참대견하다.

해바라기는당당히자신을드러내고있다.

"그래그래야지!"

씨를맺지못한나무들은부끄러워숨어야할계절가을이다.

밤으로는짝을부르는풀벌레소리에쓸쓸한심사가일어난다.

현대사회의달리는속도가얼마나빠른지어제의새로움이오늘은퇴색되어버린다.

발벗고따라가도아날로그문명일수밖에없는세대는지나온세월의그리운갈등을앓는다.

<추억>

공원산책길에어느새붉은물이든갈잎이발밑으로지고있다.

가을꽃들도하나둘이울고잔디는가을풀냄새를진하게뿜어내고있다.

조각품사이로마음이들락이던그저녁이야기가말없는눈짓을보이고있다.

연인들의데이트코스였던으슥한곳에놓인벤치도오늘은비어있다.

가끔그앞을지나노라면걸음을재촉해야한다.

사랑에빠진연인들의밀어를듣기라도하면안되는것처럼.

아니,옛기억이살아나볼수없는사람의영상에잡혀

이가을바람에마음을맡겨버리면안될테니까말이다.

사람은추억을먹고산다.

아름다운추억이많을수록삶은더풍요로울것이다.

기실풍요로움이란내적혹은심리적은측면에서해석하는것이더설득력이있겠지만

추억과연계시킨다해도별무리는아닐것이다.

오늘따라초저녁별이유난히밝다.

<秋雨>

가을을재촉하는細雨가내린다.

가을비는쓸쓸함의극치를맛보게한다.

추적거리며내리는비처럼마음도낮게가라앉아분위기좋은엔틱갤러리로발길을이끈다.

17세기나18세경중세유럽의귀족들이사용했음직한가구들이놓여있다.

벽에걸린소품의액자속여인처럼기분까지우아해진다.

가을비오는날고풍스런분위기에서막내린원두의향기를음미하자니

행복이란거창한데있지않음을실감하게된다.

문우가오늘수필합평회를거친글이라며봐달라고내민다.

남의글을보듯자신의글을객관적인시각으로냉철하게읽을순없을까.

몇군데수정할의사를물으니내의견에적극찬성한다.

토스트몇조각,커피리필까지풀어놓은이야기가정겹다.

글이나말로나삶은확실한자기표현이아니겠는가.

<세월>

트랙을다섯번돌았다.마지막한번은천천히달리기를했다.

오늘따라축구하는사람들과달리기팀들이어우러져트랙이사람들로북적댄다.

신종플루로여덟번째희생자가생겼다는보도가있었다.

내일은마스크를하고와야겠다고생각한다.

시계가걸린반대방향으로건축물이세워졌다.

아직용도가무엇인지확실치않다.

원을그리며걷다가나무들이매달고있는붉고고운열매들과눈인사도나누며

가끔은카메라에담기도한다.

예쁜나무들을여러그루뽑아내버리고구조물을설치한게영마뜩짢다.

체육관을짓는다고주변산책로를줄인것도마음에안든다.

공원인데넓은공간좀그냥두면안되는지.

건너산에는밤송이가가슴을열어율밤을떨구고있다는데밤줍는재미쏠쏠할참이다.

지난가을청계산자락을오르내리며밤줍느라보낸시간이새롭다.

하마365일이지났다니,,,

<관계>

관계란미로를벗어나는길찾기이다.

조화의모자이크를맞추어가는의식의변화를재인식하는것이다.

기존의앎이새로운앎의방향으로궤도를수정하는일이다.

관계로인해고민하고괴로워하는것의시원은살아있음을자각하는일이다.

그러나완전한조화또한없다.

있다면저상고로부터어찌수많은당쟁이있어왔겠는가.

어떤사건이주는교훈은분명우리가깨달아야될몫임에도

우린반복되는관계의어려움을겪으며살기도한다.

진리의말씀도알고민감한양심이가리키는방향도안다.

다만의지가약한게흠일지도모른다.

시위를떠나빗나간화살은더이상과녘을맞추지않는다.

누구에게물을것인가.

세상에는말의스승만많다.

개울길 따라 마트 가는 길

오후녘에투이와장을보러개울길을걸어마트에갔다.크로바가무리지어있는곳에서투이에게네잎크로바에대한설명을했다.설명을마치자마자투이가바로네잎크로바를발견했다며좋아한다.과연생각지않은곳에네잎크로바가있었다.나도찾아보니두개가더있었다.투이두개,나두개사이좋게찾아들고왜네잎크로바가행운을상징하는지이야기를해주었다.

격전중인전쟁터에서한병사가발밑에서네잎크로바를발견하곤그잎을따기위해고개를숙이는순간머리위로포탄이지나갔다.위기일발의순간네잎크로바가병사의목숨을구한것이다.그후로네잎크로바는행운을상징하는잎이된것이다까지만설명을해주었다.운동한다며나를따라나서는그녀가동생같아참좋다.오늘점심에는"집사님우리집에오세요."해서가보니요리를한다는것이다.

냄새가이상하여물어보니자기나라음식이먹고싶어그나라에서사용하는조미료를넣어음식을만들고있는중이라했다.과일로된식초와작고매운그나라고추,젓국을넣어꽃게를지지고있었다.나도가끔엄마가해주셨던호박잎위에얹어찐빵이먹고싶듯이투이도엄마가해주시던고향음식이그리웠던모양이다.드셔보라는데내게는별로비위에맞지않았다.

투이는그음식을먹으며정든고향,엄마,형제등가족을생각할것이다.그음식을먹으며나누던이야기들이주마등처럼스처지날것이다.어쩌다가문화와환경과언어가다른이역만리로시집을오게되었는지잘웃는그녀의티없이해맑은얼굴에서고국과가족에대한진한향수를느끼곤한다.마음고생이많을어린임산부인그녀에게더따듯하게대해줘야지마음먹는다.


신 귀거래사

요사이세상돌아가는꼴새가예사롭지않다.도연명의귀거래사에빗대어신귀거래사를자주읊고있다.관직에서물러날일도없으니쉬울것이요.그저어지러운현실에눈과귀를닫고산수맑고고요한두메산골로나들어마음의눈과귀를활짝열일이다.문명의손이닿지않은산중에서텃밭이나가꾸어자족하면서추강에낚시대나드리우고무심히살일이다.자연과일체가되어진정한인생의기쁨을아는소박하고검소한은자의삶을따를일이다.

동방예의지국이란말이무색하리만치위계질서가무너진지오래이다."센머리앞에일어서라"는말도옛말이다.어른대우는커녕새파랗게젊은남자가백발이성성한노인에게막말을해대며자칫하면폭력을휘두를듯한일촉즉발의상황인동영상을보고인생무상을느낀하루였다.애써부인하려해도그겁없는젊은이또한노인의길을향해가고있을뿐이다.그길에서피할사람이단한사람도없음을기억해야한다.어떤상황에서든지노소는물론이요.사회구성원들간의기본적인효와예는지켜져야한다.

젊은이들의난폭한성격이면에는기계문명의원조격인컴퓨터가원인이라는생각이지배적이다.시간의여유가생기면자연과호흡하며마음과정신을가다듬고정화하기보다는가상공간에서쏘고찌르고죽이는무서운게임에중독된다는것이문제이다.사고와이성마저기계문명에마비되어인간의가장기본인효와예가실종된것이다.가상과현실을혼돈시키는최첨단문명은가슴은줄이고머리만큰기형아들을양산해내고있기때문이다.

登東皐以舒嘯등동고이서소동쪽언덕에올라노래하고

臨淸流而賦詩임청류이부시맑은물가에서시를지으리

아름다운 역사

이순간에도

수많은꽃들이피어나고

나무들은잎사귀하나를더보태며

꽃과나무의역사를이어갑니다.

찌르레기도제비도

눈을반짝이며

종족보존을위해

새끼를위해

먹이를물어나릅니다.

하루볕이아까운농부들은

토실한열매를기대하며

논고랑밭고랑에

보석같은땀방울을흘리고있습니다.

학생들은학문탐구에열중하고

크레졸냄새나는연구실에선

어제의역사가

새롭게정리되기도합니다.

생명이있음의자각은

뭔가해야겠다는욕구와

충만한자신감입니다.

한개인의

참신하고앞선사고가

지식과행동을통해

이시간에도

우주에존재하는

모든생명체들의역사를

아름답게

기록하고있습니다.

샤미나드/풀룻을위한콘체르티노
CecilL.Chaminade(1857~1944)

양재천 3신- 풀

폭우가지난후

양재천풀들이며칠째누워있다.

모두한방향으로가지런히누웠다.

더러눕지않고꼿꼿히서있는풀들도있었다.

참으로이상한것은

약속이나한듯

한방향으로누워있는풀들이

그렇게정겨워보일수가없었다.

천둥을동반한세찬바람과폭우에

다섯살아이키만큼자란풀들이

서있었다면

모두꺾이고말았을것이다.

폭우에도까딱없었던

풀들은낮게엎드려야할땐

엎드릴줄아는것이지혜라고말하고있었다.

그러나뻣뻣하게서있는몇포기의풀은

여차하면부러질것같이위태로워보였다.

한동안개울에

청태같은이끼가자꾸늘어가

개울물을덮어버리면

오리가족은어떡하나은근히걱정을했었다.

다행히장대비에

이끼까지씻겨내려가

투명한물빛을보여주고있다.

동글한흰꽃이무리지어피어있는

시계풀꽃밭을넘어

초록색의푹신한산책로까지흙탕물이들어와

오늘은시청에서나와청소를하고있었다.

맑아진물이힘차게흐르는모습에서

생동감을느끼게된다.

그렇다.

자연의순리따라

물처럼흐르는것이다.

풀처럼눕는것이다.

바람을주시는하나님앞에서

겸손하게낮출줄알고

비를주신하나님앞에

생기로화답할줄도알아야하는것이다.

한포기풀과같은우리인생

그저하나님손에있으니

생명있는동안

감사하며기뻐하며

주신사명잘감당해야되는것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