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놀이, 꽃기운 화안한 봄이로고

"식사랑농사랑체험"의일환으로하룻길나들이를했다.양평양수리과수마을이목적지다.꽁꽁얼어붙은남한강을따라양평까지가는길은눈이하얗게덮혀있었다.소비자에게기존의유동구조보다몇단계빠르게배달되는첨단시설의"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소개와자기계발에관한강의를잠시들었다.편집된TV프로그램시청시간에개그맨이시청자를웃기기위해얼마나피나는노력을하는지빼곡한손바닥의글씨를실수하여들키는장면을보여주었다.노력없이그냥되는것은없다.징기스칸의리더십,임금에게음식을올려칭찬을듣는장금이의성실하고인간애가넘치는대장금장면은다시봐도감동이다.

실습실로옮겨맛있게차린한식으로점심을먹었다.창가에서해바라기를하며잠시담소를나누다배를이용해쨈을만들었다.배를껍질째강판에갈아설탕과산(레몬)을조금넣고저으며조리니쨈이되었다.배속에는펙틴이적어레몬을넣는다고했다.채소의세포막이나과일껍질속에많이들어있는펙틴이당과산을만나면젤리형태를형성한다.딸기등펙틴이많은과일은레몬을넣지않아도된다고한다.펙틴은항암효과도있는중요한물질이란걸알았다.사과껍질에는펙틴이많이들어있어잔류농약걱정말고깨끗이씻어서껍질째먹으란다

두번째실습은’화전만들기’체험이다.겨울속에서봄을만난기분이다.예쁜식용꽃들의꽃잎을분리하는것부터자유롭게연출하는것이재미있었다.어릴적엔진달래화전만먹는줄알았는데지금은독성이없는꽃이면모두식용으로가능하다.카네이션,제비꽃,허브,장미,등종류도많다.예쁜꽃잎을동글납작하게편찹쌀반죽위에얹으니동화나라에서봄을맞이한것같다.한입베어무니봄기운이내리는듯나른한행복이밀려온다.책갈피에꽃을넣어놓은듯팬에익힌화전에햇살이비쳐드니맑기도하다.

"시냇가돌을모아솥뚜껑걸고흰가루참기름에진달래꽃전부쳐젓가락집어드니가득한한해의봄빛향기뱃속에스며든다."던조선중종때문인백호임제의<진달래꽃전을부치며>라는시가떠오른다.조선후기여성가사의대표적인유형인화전가(歌)도전해진다.

만사를제번하고기상승수좋은곳에

청명날날을바다우리동류일차승회

탐화소창하옵기를천만행심바라노라

하인에게분부하여남촌북촌통기하니

규중에갇힌동류여광여취야단일세

….

왕손방초가는풀은푸룻푸룻피어있고

송이송이피는꽃은벙긋벙긋웃는고야

홍홍백백난발중에가지가지춘색이라

천봉만학둘러보니만자천홍붉어있고

나무마다벌레소리가지가지나비로다

몇소절발췌하며읊다보니꽃기운화안한봄이로고.

애동지면 어때요

일년중밤이가장길고낮이가장짧다는동지다.그옛날긴긴밤우리부모님들은팥죽을쑤어드시는것말고는뭘하시며긴밤을보내셨을까궁금하다.나어릴적엄마는꽤큰오지옴박지에동지죽을가득쑤어놓으시고들며나며먹게하셨다.하루정도지나얼음이살짝언팥죽을떠와동침미와먹곤했는데,옹심이도단단하여더맛이좋았다.지금생각하니차갑게먹는팥죽이별미였다.엄마는동짓날이면한번도팥죽을거르지않으셨다.

오늘은애동지라팥죽을거의쑤지않는다는말도있는데,그런것상관하지않는다.시어머니께서좋아하시고친정엄마생각도나고하여아침부터팥을삶고쌀가루를빻와서새알심을만들었다.삶은팥은믹서에갈아서물을좀넣어천천히끓이다가빚어놓은새알심을넣었다.새알심이떠오르면다된것이다.그리고,소금을조금넣으면된다.전에는옹심이가물렁한게싫어서새알심에맵쌀도섞었는데올해는깜빡하고찹쌀만했다.새알심만드는재미도있고,세시음식을해먹는다는즐거움도있다.가만히나를돌아보니명절이나절기때엄마가해주신음식을그대로흉내내고있다.봄에는화전,애쑥전을부쳐주시고,여름엔장어와잉어에찹쌀을넣어고와주시고호박잎에밀가루반죽을얹어빵을쪄주시기도했다.모시잎을따다가모시송편을만드시고,보름찰밥,꿩떡국등엄마는동네서도인정받는음식솜씨를지니셨다.

동네한가운데있는우리집은늘손님이끊기지않았다.우리마당을지나야고종사촌오빠네방앗간을가게되어방아를찧으러오는사람들이으레우리마루에내려놓고방으로들어와차례를기다리는것이다.웃동네,뒷동네사람들이항상북적거렸다.우리가족끼리식사하는때가드물정도로밥상에는다른사람들과같이앉아식사를하는날이많았다.인심좋은해남댁이란말이들려오곤하여기분은좋았지만,내가좋아하는귀한음식을장만하는날에는두고먹고싶은데도엄마는다꺼내다동네사람들을나누어주시곤하셨다.그런데,나도색다른음식을하면누구네갖다줄까즐거운고민부터한다.오늘도동지죽을쑤어몇집나누어먹었다.

또미와 루루가 돌아오다

동네고양이밥주는아줌마가루루가왔다는문자를보내왔다.일주일만에또미와루루가돌아왔다.고양이는개와달리사람을배신하기도한다하여반갑기도하고얄밉기도했다.그런데,실성한듯가족을찾던장군이의태도가이상했다.루루의목덜미를자꾸무는것이다.처음엔루루가가만히있더니자꾸그러니까안지고대들었다.장군이가계속루루를쫓아가더니세마리가어디서무엇을하고왔는지다행히그밤에같이잠을잤다.그러고보니장군이가화풀이를한모양이다.어디갔나왔느냐,내가얼마나찾았는데일주일만에왔느냐고속상했던것을표현한것같기도하다.

그런데여전히어미가장군이를편애한다.어제저녁엔또미와루루만상자안에있고장군이를밖으로밀어냈는지밖에나와있었다.장군이에게들어가자라고해도잠자리문제로온통신경전을펴는중인지제어미와루루의동태만살피고있다.가서야단을쳐주고장군이편을들어준후늦게내려가보니말귀를알아듣는것처럼같이자고있다.오늘은셋이서행동하는것같다.가족이돌아와서인지장군이의야옹소리가부쩍작아졌다.짐승의세계도사람처럼비슷한부분이있다.자식을편애한다든지,싸우고왕따도시키고말이다.

또미와루루의일주일행적이궁금하다.어미가어디서새끼를가지게된것은아닌지루루가알텐데말을못하니답답한것이다.또미가밥을자주먹는거보니새끼를가진것같기도하다.봄에장군이와루루를낳았으니다시가질때도되었다고한다.여기서새끼를또낳으면곤란한데그것도걱정이다.근처사람들이싫어해서먹이를주면서도신경이쓰이는데,그나저나일주일만에밥먹는장소에찾아오는것보면신통하기도하다.가족이다시만났으니싸우지않고잘지냈으면좋겠다.다행히장군이에대한나의관심이좀느슨해졌다.셋이서같이다니면서장군이도나를조금씩덜찾는것같다.

붉은잎새뒤구슬을달고있었구나(담쟁이열매)

또미와 루루가 집을 나가다

며칠전아침이었다.현관문을열고나가면내발자국소리를듣고맨먼저씩씩하게올라오던장군이가보이지않았다.또미와루루만올라와밥을기다리고있었다.계단밑에박스안에도장군이가없었다.대문을나서며찾아보았더니앞집처마밑에서잠을자다가"장군아,너왜여기있어?"하니깜빡잊었다는듯야옹거리며나를따라왔다.무슨이유인지는모르나그다음날도장군이는거기서혼자잔것같았다.박스안에는루루만자고있었고.엄마인또미와루루는엄청잘지냈다.둘이서입을맞추기도하면서어미가루루만좋아하고장군이는편애하는것처럼보였다.그래서인지한이틀장군이가왠지풀이죽어보였다.

걱정이되어동네고양이밥주는아줌마에게말했더니지네들끼리왕따를시키기도한다는것이다.그럴때는밥을장군이먼저주고또미와루루를나중에주라고했다.괘심한생각이들었다.장군이때문에지네들이밥을얻어먹게되었는데장군이를따돌리다니,저녁밥을먹고자기전루루와장군이가또올라왔길래장군이먼저밥을주었다.그리고다음날아침,11월29일엄마인또미와루루가밥그릇곁에오지않았다.날은추운데어디로간걸까.갈만한곳과공원에다니며이름을불러도나타나지않았다.고양이는밥을주는집을어김없이찾아온다는데아직소식이없다.고양이아줌마도동네서보지못했다고한다.얼마나멀리간걸까?혹시약을먹진않았겠지?

장군이의가족찾기가시작되었다.이틀동안잠도한숨안자고정신이반쯤나간사람처럼이곳저곳을야옹거리며찾아다녔다.밥을주면한입만먹고또찾으러나간다.세상에나,사람도이럴까싶을정도로측은해서볼수가없었다.할수없이현관쪽으로데려와밥을주며먹으라고다독여주었다.오늘이일주일째인데여전히찾는다.난간에앉아대문밖에서소리만나면몇번씩이고고개를돌려본다.그러나야행성에길들여져서인지현관안으로들어오지는않는다.어제는눈이왔는데,눈이있는데를피해다니며조심조심걷는것이다.사람들이땅이진데를피해다니듯이,그모습이귀엽기도하고기특하기도했다.올봄에태어났으니장군이는눈길을처음걷는것이다.오늘은동장군이더욱기세가등등해장군이방에작은담요도들여다주고스치로폴로위를덮어주었다.녀석이고맙다는듯계단에누워재롱을떨더니제집으로들어간다.

갑자기닥친혹한에또미와루루가잘있는지걱정이다.돌아오기는할것인지.인터넷에서검색해보니발정이날때나혼내면삐져서나가기도한단다.혼내진않았으니어미또미가봄에장군이와루루를낳았으니새끼가져야할시기가온것같다.고양이아줌마말이그렇다.그런데왜또미가루루까지데리고나갔을까.루루는이제몸이회복되어좀더주의를요하는데도말이다.혼자남은장군이의눈망울이애처롭다.추운날에는현관안으로데려와밥을줘야할것같다.은비와는좀사귀어선지질색하지않아다행이다.장군이는제이름을부르거나계단난간을손가락으로딩딩거리면듣고어디선지야옹하며달려오곤한다.장군이도집을나갈까봐녀석에서관심을쏟고있다.집나간또미와루루가빨리돌아왔으면좋겠다.

무지개를 만나다

무지개를본지가언제더라.

어느해여름휴가를다녀오던길이었으니10년이더지난것같다.

어릴적엔여름장마끝에자주보았는데

한동안무지개를잊고지낼정도로볼수없었다.

오늘주일예배를마치고큰언니네농장에가다가무지개를만났다.

"와!무지개좀봐!"

둘이서동시에탄성을질렀다.

비는아직내리는데작은언니와나를축복하는것처럼

북쪽하늘에선명하게떠오른일곱빛깔무지개가신비롭다.

푸른하늘을배경삼아떠오른무지개.

새한마리,나무한그루도배경이되어주는하늘이있어돋보인다.

창조주의솜씨는참아름답다.